"싸게 사서 전세 놓자"… 급매 갭투자 '쑥'

김유신 기자(trust@mk.co.kr) 2023. 2. 14.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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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노원, 경기 화성
급락 지역 중심 거래량 늘어
자기자본 최소화 투자라지만
역전세 발생시 보증금 분쟁
최근 급매물을 사서 바로 전세를 놓는 갭투자가 증가 추세다. 사진은 서울 노원구 아파트 전경. <박형기 기자>

지난해 집값이 급락하며 일부 아파트 단지의 경우 매매가와 전세가 차이가 좁혀지자 발 빠른 투자자들이 갭투자(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하는 투자)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1·3 대책을 내놓은 뒤 부동산 경기가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일부 모험적 투자자들이 세입자의 보증금을 레버리지로 활용해 투자에 나선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전세가가 여전히 하락하고 있는 만큼 여윳돈 없이 투자에 나설 경우 보증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14일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해 집값이 급락한 서울 송파구·노원구, 경기 화성·평택, 세종시, 인천 송도 등에서 갭투자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7일 노원구 월계동 한진한화그랑빌 전용면적 84㎡가 6억8000만원에 매매 계약이 신고됐다. 이는 2021년 신고가(10억5000만원) 대비 35%가량 하락한 금액이다. 이후 매수자는 3일 만에 4억6000만원에 전세 계약을 체결했다. 2021년 말까지만 하더라도 갭투자를 위해 필요한 자금은 3억~4억원가량이었지만 급매물을 잡으며 필요 자금이 확 줄어든 것이다. 송파구 헬리오시티도 작년 말 전용 39㎡가 8억8000만원에 거래된 뒤 다음달 4억5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갭은 4억3000만원이다. 서울에서 갭투자가 많이 발생한 지역은 노원구, 송파구, 강동구 순인 것으로 확인됐다.

1억원 미만 소액으로 갭투자에 나서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가재4단지세종센트레빌 전용 84㎡의 경우 4억1300만원에 매매 계약이 체결된 뒤 10여 일 지나 3억5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매수자가 주택 구입을 위해 필요했던 자금은 6300만원이었다. 지난달 화성시 동남훼미리는 전용면적 39㎡가 1억3000만원에 매매 계약이 체결된 뒤 9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주택 구입을 위한 필요 자금은 4000만원이었다.

이처럼 갭투자가 유입되는 모습을 보이며 거래량도 차츰 살아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세종시 아파트 지난 1월 거래량은 이날 기준 283건으로 작년 6월(133건)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화성시 아파트 지난 1월 거래량도 이날 기준 479건으로 작년 6월 대비 200건 이상 늘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은 "2019년 집값이 잠시 하락한 뒤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며 급상승했던 것에 대한 학습효과로 일부 투자자가 선제적으로 주택 매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급매물을 위주로 거래가 일부 일어나고 있지만 갭투자가 활성화됐던 지난해 중순과 비교하면 아직 그 비중은 현저히 낮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토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 12월 서울에서 전세 보증금을 끼고 주택을 매수한 갭투자 비율은 전체의 38.5%로 지난해 초(56.4%) 대비 17.9%포인트 줄었다. 국토부는 자금조달계획서상 임대차 보증금을 승계하는 조건으로 주택을 매수한 거래를 기준으로 갭투자 비율을 집계한다. 갭투자 비중이 줄어든 이유는 최근 매매가보다 전세가 하락폭이 커 주택 구매를 위해 더 많은 자기 자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갭투자는 자기 자본을 최소화해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역전세가 발생할 경우 궁지에 몰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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