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만대 찍고 줄어드는 경차 판매, "혜택 부활해야"
기사내용 요약
현대차 캐스퍼 인기 힘입어 지난해 13만 판매
불황에 더 팔리는 경차? 올해 판매는 '주춤'
재고 쌓이는 캐스퍼부터 단종 앞둔 쉐보레까지
정부, 경차 활성화 위해 제조사·소비자 혜택 제공해야
[서울=뉴시스]강주희 기자 = 지난해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던 국내 경차 시장이 최근 주춤하는 모양새다.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여파로 올해도 경차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성장세를 이어갈 지 미지수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경차 판매량은 13만2911대로 전년 대비 40% 늘었다. 경차 연간 판매량이 10만대를 넘어선 것은 2019년 이후 처음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자료를 보면 국내 경차 판매량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였던 2012년 21만6221대로 최대치를 보인 후 매년 감소했다.
2017년 14만6722대 판매됐던 경차는 이듬해인 2018년 13만4333대, 2019년 12만1307대, 2020년 10만3983대로 점차 줄어들더니 2021년에는 9만8781대로 떨어졌다. 중·대형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대한 선호도가 증가하며 '실용성'을 앞세웠던 경차 시장 규모는 10년 새 절반으로 줄었다.
그러다 지난해 침체했던 경차 시장에 인기 열풍이 불었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등으로 차량 가격이 오르면서 부가 비용과 유지비가 저렴한 경차를 찾는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가파르게 오른 대출 이자와 고유가 추세도 경차 판매에 한 몫 했다.
여기에 현대자동차의 첫 경형 SUV가 예상 밖 인기를 끌면서 시장 성장세를 이끌었다. 캐스퍼는 지난해 4만8002대 팔리며 경차 모델 중 단단하게 판매 1위를 차지했다. 캐스퍼에 이어 기아 레이 3만6159대, 모닝 2만3872대, 한국GM 스파크 1만6107대 순으로 판매됐다.
'반짝 효과였나' 다시 줄어드는 경차 판매
현재 국내에서 경차로 분류하는 차종은 현대차 캐스퍼, 기아 레이·모닝, 쉐보레 스파크다. 캐스퍼는 2021년 9월 출시 직후 신차 효과로 인기를 끌었지만 최근 판매량이 줄고 있다. 지난해 11월 5573대로 월 판매량 기준 정점을 찍었지만, 12월 3509대로 다시 주저 앉았다.
올 1월에는 3070대가 판매됐는데 이는 지난해 12월보다 12.5%, 전년 동월(3948대)과 비교하면 22.3% 감소한 것이다. 판매를 맡은 현대차는 최대 150만원 할인하는 혜택까지 내놓았지만 재고물량은 2000여대에 이른다. 현대차의 재고 할인은 캐스퍼가 유일한데 이 추세라면 앞으로 재고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경차 시장 터줏대감인 기아 모닝도 하락세를 걷고 있다. 모닝은 지난해 2만9380대 판매돼 전년 대비 3.8% 감소했다. 경기 불황으로 경차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들까지 지갑을 닫자 기아는 모닝 전용 할부 프로모션까지 출시했다. 업계 최초로 이자율을 한국은행 기준금리에 맞췄다.
스파크의 내리막 속도는 두 차보다 더 빠르다. 스파크는 지난해 1만946대 팔리며 전년 대비 42% 금갑했다. 2011년 출시 이후 국내 대표 경차 자리를 지켜왔지만 오는 8월부터 생산 중단에 들어간다. 한국GM은 올해 1분기 스파크를 만들던 창원공장에서 차량 크기가 더 큰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CUV)를 양산할 계획이다.
정부, 경차 인센티브 확대해야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후속 모델이 계속 나와야 시장이 커지는데 지금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경차 모델은 한정적이고 일본에 비해 그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일본의 경차 모델은 50여 가지로 전체 자동차 시장의 37%를 차지한다.
김 교수는 국내 경차 시장을 활성화할 최우선 정책으로 인센티브를 꼽았다. 좁은 국토 대비 높은 인구 밀도, 에너지 절약, 탄소 배출량 감소 등을 위해 정부가 경차 혜택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정부가 경차를 개발하려는 제조사와 경차를 구입하려는 소비자에게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며 "이런 근본적 문제가 바뀌지 않는 한 경차 수요는 늘어날 수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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