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남원시립 김병종미술관

2023. 2. 14.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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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그림을 잘 그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독서를 많이 하세요! 특히 고전문학 서적을….' 어느 노화가와 미술과 학생의 질문에 대한 답이다. 예술가의 기본 자세는 인문학에 기초한 지식을 바탕으로 자신의 철학을 쌓는 일이라는 것이다.

작년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미국 '밴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60년 역사상 역대 최연소인 18세의 나이로 우승하였다. 국내외 유명 콩쿠르에서 1·2등상을 휩쓴 임윤찬은 이 콩쿠르의 경연 연주가 끝나고 가장 긴 기립 박수를 받았다는 또 하나의 기록도 세웠다. 그의 연주는 단순한 피아니스트의 경지를 넘어 구도자의 자세를 보인다는 평이 나올 정도인데 2020년 리스트의 피아노 연작 중 '단테 소나타'를 연주했을 때 단테의 '신곡'을 거의 외울 수 있을 정도로 정독했다고 한다. 이렇듯 모든 예술이 인문학을 바탕으로 수련되어야 경지에 이르게 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으며, 꼭 책을 읽어서가 아니라 우주의 이치나 자연으로부터 배우는 것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런 맥락으로 미술품에 있어 미술관은 도서관, 박물관과 같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기관이다.

베스트셀러가 모두 베스트 북이 아니듯이 그림도 잘 팔리는 작품이 모두 훌륭한 작품은 아니다. 그러므로 화랑의 역할 중 미술관에 수준 높은 미술품을 납품하는 일이 가장 중요한 일이며 그러기 위해서 훌륭한 좋은 작가를 발굴하는 일도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미술관이 많아야 화랑이 살며, 화랑이 힘이 있어야 세계적인 화가를 육성하는 본연의 소임을 다할 수 있다. 작품은 미술관에서 감상하고, 구입할 때 화랑을 찾아야 하는데 미술관 환경이 열악한 우리나라는 화랑에서 상설, 기획전 등 전시회를 통해 작품을 감상하는 미술관 역할까지 하고 있다.

춘향전의 본거지, 아담한 소도시 남원의 김병종미술관이 우리나라 관광명소 100선에 선정되어 '서울시립미술관' '뮤지엄 산'과 함께 개관 5년 만에 인기 미술관으로 등극했다. '쓰레기 매립장을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탈바꿈한 일본 나오시마'와 같이 작은 소도시 남원을 살릴 방책으로 시립미술관을 계획하고 남원이 고향인 한국화가 김병종 서울대학교 교수에게 20여 년을 공들여 총 440여 점의 작품과 2000여 권의 서적을 기증받았다.

자그마한 이 미술관의 건축물도 작품만큼 아름다워서 꽃등을 띄운 연못에는 하늘이 비쳐 더욱 단아한 운치를 느낄 수 있다. 남원시는 미술관 관람객들로 요식업과 숙박업 등 상권이 살아나 굴뚝 없는 산업으로 성공한 케이스로 타 지방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었다.

이건희컬렉션의 기증으로 국립현대미술관과 부산시립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대구시립미술관 등에서 많은 명작들을 감상할 수 있다. 미술관이 아니지만 특별함을 선사하는 곳으로는 부산 고려제강F1963과 담양 담빛예술창고 등이 지역 특성을 잘 살린 꼭 가볼 만한 곳이다. 1년 중 한두 번이라도 예술작품과 함께한다면 이 또한 살아 있는 자의 기쁨이지 않겠는가!

[김성옥 갤러리서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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