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I 유료화' 트위터…"지진 구호 어려움 초래" 지적

기사내용 요약
트위터, 재난 시 구조·구호 요청 창구 활용돼
개발자, 月13만원 내야 현장 지원할 수 있어
구호 개발자가 어려움 겪으면 현장은 비효율
"비상사태, 정치적 논쟁 관찰하는데 어려움"

[카라만마라슈=뉴시스] 권창회 기자 = 12일 오후(현지시간) 튀르키예 카라만마라슈주 시내 지진피해 현장에서 구조대원들이 분진 사이로 수색을 하고 있다. 2023.02.13. kch0523@newsis.com

[서울=뉴시스]이명동 기자 =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가 내놓은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유료화 방침이 튀르키예·시리아 지진 구조를 돕는 자원봉사자에게 어려움을 가중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지난 6일 강진이 튀르키예와 시리아 일대를 파괴하자, 자원봉사 소프트웨어 개발자 수천 명이 트위터 게시글을 분석해 붕괴한 건물에 갇힌 피해자 등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찾아내 구조 단체와 연결해왔다.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란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와 컴퓨터 간에 데이터를 실시간 연결하는 표준 접속방식이다. 공개된 API를 활용해 자원봉사 개발자는 지진 피해자가 트위터에 게시한 구조 신호나 도움을 빠르고 효과적으로 포착해 구조·구호대에 이를 전달한다.

지진 현장 수습을 돕는 비영리 단체 개발자, 자원봉사 개발자 등은 트위터 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해 API가 필요하다. 트위터에 유통되는 정보량이 방대하므로 사람이 수작업으로 처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API를 이용하면 전 세계 사용자가 내보내는 트윗에서 특정 구조 신호만 추려서 확보할 수 있다. 트위터 분석을 통해 개발자가 현장 수색견과 비슷하게 피해자 위치를 찾아내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서울=뉴시스] 멕시코 정부는 7일(현지시간) 대지진이 발생한 튀르키예를 지원하기 위해 고도로 훈련된 전문 수색 구조견 16마리를 파견했다. 사진은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외무장관이 트위터에 게시한 영상을 갈무리한 것이다. 2023.02.08.

이 때문에 무료 API 접근권이 사라지면 재해 구호를 위해 트위터의 개방적인 데이터 생태계를 활용해 구호 활동을 펼치는 자원봉사 개발자 수천 명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또 현장에서도 생존 신호와 구체적 정보를 받은 때에 비하면 효율적인 구조 활동을 벌이기 어렵게 된다.

트위터가 지난 2일 API를 유료화하겠다고 방침을 밝히자 자원봉사로 피해자 지원을 돕던 개발자는 트위터에 매달 최소 100달러(약 13만원)의 이용료를 내지 않으면 접속이 끊길 위기에 놓였다. 이 정책이 자원봉사자와 비영리 단체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튀르키예 인기 소셜 플랫폼인 엑시 쇠즐뤼크 설립자인 세다트 카파놀루가 "구조 노력은 안타깝게도 끝이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지진 피해자는 (자신이) 필요한 것을 알리기 위해 트위터를 이용한다"며 구조 현장에서 트위터 API 활용 필요성을 짚었다고 13일 AP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지진 구호 현장에 관심을 두고 자원봉사 개발자에게 조언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카파놀루는 수백 명의 "착한 사마리아인"이 구조 활동에 사용하기 위해 자체 프리미엄 유료 API 접근 키를 나눠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지속 가능하거나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런 방식으로 봉사자가 구조·구호 활동을 돕자, 봉사자가 트위터 이용 규칙 위반자로 판단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샌프란시스코=AP/뉴시스]지난 2019년 7월9일 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트위터 건물 밖에 붙어 있는 트위터 표지판. 트위터가 지난 3년 간 유지해온 정치 광고 금지를 완화하겠다고 3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는 지난해 트위터를 인수한 뒤 수익을 늘리기 위한 일론 머스크의 최근 시도이다. 2023.1.4

아큰 윈베르 오지에긴대학교 국제관계학 교수는 "재난 감시 목적으로 트위터 API를 사용하는 튀르키예의 개발자에게 API 유료화는 특히 걱정스럽다"며 "트위터 데이터를 이용해 (튀르키예·시리아 지진 같은) 비상사태와 정치적으로 논쟁적인 사건을 관찰하는 전 세계 다른 사람에게도 (API 유료화가) 마찬가지로 걱정스럽다"고 꼬집었다.

기업이 API 유지하는 데는 비용이 발생한다. 트위터는 유지비가 드는 서비스 도구에 요금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연구원과 개발자가 트위터가 학술 연구와 비영리 단체에 예외적 허용을 두는 데 큰 비용이 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트위터는 지난주에 API 유료화를 소개할 계획이었으나 지난 13일로 한 차례 연기했다. 이어 13일에 자세한 설명 없이 며칠 더 연기하겠다고 공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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