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류 스타트업 혁신 꺾는 거대 플랫폼의 짝퉁 방관
국내 의류 스타트업들이 거대 플랫폼 오픈마켓에 난무하는 짝퉁(가품) 탓에 몸살을 앓고 있다. 브랜드 정체성을 나타내는 디자인을 무단으로 도용하고 유사한 로고를 부착하는 등 상표권을 침해한 짝퉁 유통으로 큰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짝퉁 판매업자는 사업자등록번호와 이름, 주소와 휴대폰 번호까지 공개하고 있다. 그런데도 네이버 등 플랫폼 기업은 짝퉁 판매를 막는 일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한다. 오죽했으면 중소 스타트업들이 한국브랜드패션협회까지 만들어 짝퉁을 유통하는 오픈마켓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겠나.
특허청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온라인에서 팔린 짝퉁은 41만점이 넘는다. 이 중 44%는 국내 최대 오픈마켓인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판매됐고 쿠팡과 위메프가 뒤를 이었다. 거대 플랫폼 오픈마켓일수록 짝퉁 판매가 많았던 것이다. 플랫폼 기업들은 오픈마켓에서 불법 상품이 거래된다는 신고가 들어오면 일주일 이내로 판매를 금지하는 등 소비자 보호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패션업계의 피해를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 판매 금지가 이뤄지기 전에 이미 중소 패션업체들은 브랜드 이미지 추락과 판매 감소 등 심각한 타격을 받는다. 플랫폼 업계가 짝퉁 유통 근절에 소극적인 것은 법령이 미비한 탓이기도 하다. 국내 오픈마켓은 전자상거래법에 따라 통신중개판매업자로 분류된다. 불법 거래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 우리와 달리 미국과 유럽은 오픈마켓의 짝퉁 판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 의회는 짝퉁을 판매하는 플랫폼 오픈마켓에 책임을 묻는 '샵 세이프'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유럽사법재판소는 작년 12월 아마존에서 짝퉁이 유통된 사건에 대해 오픈마켓도 책임이 있다고 판결한 바 있다.
K패션은 K팝과 K드라마 못지않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스타트업들의 창의성은 세계 시장에서 K패션의 경쟁력을 높이는 원천이다. 짝퉁 거래를 막지 않으면 이들의 혁신은 꺾일 수밖에 없다. 짝퉁을 막을 법 개정도 필요하지만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플랫폼이 먼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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