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코인값 불법 송금, 문제는 김치 프리미엄
지난해 정부가 적발해 검찰에 넘긴 가상자산 관련 불법 외화 송금 거래 규모가 총 1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 4년간 적발한 금액의 무려 5배에 이른다. 적발된 투기세력은 동일한 가상화폐가 해외보다 한국 거래소에서 유독 비싸게 거래되는 김치 프리미엄을 이용해 환치기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외 거래소에서 가상화폐를 싸게 산 뒤 한국 시장에서 비싸게 팔아 원화 수익을 내고, 이를 달러로 바꿔 해외로 송금하는 수법을 썼다.
이렇게 빠져나간 금액의 약 70%가 홍콩으로 흘러 들어갔다. 홍콩을 거쳐 해외 각지로 흩어졌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국제 범죄조직 자금세탁과 연관됐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우리 금융 시장이 해외 투기세력 자금세탁 창구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무역업체로 가장한 투기세력이 거액의 외화를 반복 송금할 수 있었던 데는 일단 송금 통로였던 은행이 불법 거래를 철저하게 걸러내지 못한 책임이 크다. 지난해 6월 시중은행의 이상 외환거래 자진 신고로 부랴부랴 수습에 나선 감독당국도 관리가 소홀했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책임 소재를 가리는 것과 별개로 이 같은 범죄가 발생한 근본적인 원인을 돌아봐야 한다. 이번 수조 원대 불법 외환 송금 사태는 김치 프리미엄이 빌미를 제공했다. 투기세력은 해외에서 가상화폐를 산 뒤 한국에서 그대로 팔기만 하면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을 노리고 한국 시장으로 몰려들었다. 가상자산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 발생한 현상이다. 가상자산 공급과 차익 거래가 활발할 경우 자연스럽게 김치 프리미엄이 해소되겠지만, 현재 우리나라 가상자산 시장은 금융기관 등 전문 시장 참가자가 없어 대량 공급이 어렵고 투자자들은 송금 한도와 해외 거래소 가입 제약이 있어 가격 격차가 해소되지 않는 실정이다.
김치 프리미엄을 잡자니 가상자산 거래 제한을 완화해야 하고, 제한을 완화하자니 투자 과열을 부추길 수 있는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다. 어렵지만 외면할 수 없는 문제다. 정부와 금융권, 가상자산업계의 치열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홍혜진 경제부 honghong@mk.co.kr]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윤석열 김건희 한동훈 얼굴에 ‘활쏘기’…윤상현 “도 넘었다” - 매일경제
- 할머니가 1원에 판 ‘참기름병’…기와집 15채값 되는 국보였다 - 매일경제
- 5대은행 1.3조 성과급 잔치에 부글부글…가장 많은 은행은? - 매일경제
- 3년 동안 속았나?…마스크 쓰나, 안 쓰나 “확진자수 차이 없다” - 매일경제
- “北 2인자라더니 구석서 힐끔”…김여정, ‘레드카펫’ 오빠딸에 밀렸나 - 매일경제
- “4억이나 받았다고?”...박탈감 느껴지는 퇴직금, 한국 평균은 얼마 - 매일경제
- 새해에도 겁나게 팔아치우는 연기금…이 종목은 폭풍 매수 - 매일경제
- 두배 뛴 난방·전기료 … 목욕탕 줄폐업·보육원 온수 끊어 - 매일경제
- 둔촌주공 전용 29∼49㎡ 계약률 60%대…이달 말 무순위 접수 - 매일경제
- 中 임효준 월드컵 또 金…세계선수권 우승 후보 [쇼트트랙]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