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도와달라" 기부영상이 가짜라니…지진 이용한 사기주의보

박재하 기자 2023. 2. 14.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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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지진 이용한 대표적 사기 사례 소개
틱톡, 트위터, 페이팔 등으로 가짜 모금 활동
13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안타키아 시내 한 이슬람사원이 지진 피해로 인해 무너져 있다. 2023.2.13/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지진의 처참한 현장 사진과 영상이 반복재생된다. "튀르키예(터키)를 도와주세요"라는 문구가 적힌 이 생방송 화면에는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디지털 선물이 쏟아진다.

하지만 이렇게 모인 돈이 실제로 피해자들에게 전달되지는 않는다. 최근 튀르키예와 시리아에 발생한 대지진을 이용해 기부를 유도하는 '온라인 사기' 수법 중 하나다.

이처럼 대지진이 강타한 튀르키예(터키)와 시리아를 돕겠다며 가짜 사진이나 사연으로 기부를 유도하는 사기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온라인 생중계로 실시간 후원을 받거나 AI가 만든 사진으로 기부금을 받는 등 다양한 수법으로 피해자들을 울리고 있다.

대지진이 강타한 튀르키예(터키)와 시리아를 돕겠다며 가짜 사진이나 사연으로 기부를 유도하는 사기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사진은 트위터에서 가상화폐 계좌로 모금하는 사기 계정 (트위터 갈무리)

◇"튀르키예를 도와주세요"라지만…틱톡 생중계로 기부금 갈취

13일(현지시간) BBC는 이들이 실제로 도움이 필요한 튀르키예와 시리아 사람들을 돕기는커녕 자신들의 주머니를 불리고 있어 경각심이 요구된다며 대표적인 사기 사례들을 소개했다.

틱톡에서는 생중계 도중 받은 디지털 선물을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기능이 있다. 사기범들은 이를 이용해 지진 피해 복구 명목으로 후원금을 모금해 편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틱톡에는 피해 현장과 구조 활동 사진과 영상 등을 반복 재생하며 기부를 유도하는 생중계 게시물이 여럿 올라왔다. 이들 게시물에는 "튀르키예를 도와달라" "튀르키예를 위해 기도해달라" "지진 피해자를 지원해달라" 등의 문구도 달렸다.

한 틱톡 계정은 붕괴된 건물들의 항공 사진과 함께 폭발음을 반복 재생해 3시간 동안 생중계했다. 카메라 밖으로는 중국어로 대화하며 웃는 남성의 목소리도 들렸다. 해당 영상에는 "튀르키예를 도웁시다. 기부."라는 문구가 달렸다.

또 다른 영상에는 비명을 지르며 폭발을 피해 도망가는 아이의 사진이 반복 재생됐다. 해당 생중계 진행자는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노골적인 메시지를 적기도 했다.

하지만 해당 사진은 지난 2018년 "아프린 학살을 멈춰라"라는 문구로 트위터에 올라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시리아 아프린에서 튀르키예군이 쿠르드 민병대를 몰아내는 군사작전을 비판하는 사진이었다.

이같은 사기 수법에 틱톡 관계자는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발생한 지진에 깊은 슬픔을 느끼며 구호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며 "도움을 주고 싶어하는 유저들을 기망하고 사기를 저지르는 일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BBC에 전했다.

대지진이 강타한 튀르키예(터키)와 시리아를 돕겠다며 가짜 사진이나 사연으로 기부를 유도하는 사기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사진은 가짜 페이팔 모금 계정 (페이팔 갈무리)

◇'AI 사진' 올리며 "암호화폐로 기부해달라"

트위터에서는 유저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사진과 함께 암호화폐 계좌 링크를 첨부해 기부를 유도하는 게시글이 속출하고 있다.

한 계정은 아이를 안고 있는 소방관의 사진을 올리면서 기부해달라는 내용의 게시물을 12시간 사이 8차례에 걸쳐 올렸다. 하지만 이 사진은 그리스 소방당국이 AI를 통해 만든 것으로 파악됐다.

또 해당 게시글에 첨부된 암호화폐 계좌 주소는 지난 2018년 사기 및 스팸 트윗 게시글에 사용되기도 했다. 다른 주소는 러시아 소셜미디어 웹사이트 VK에 선정적인 콘텐츠와 함께 게시됐다.

이에 게시글을 작성한 유저는 BBC에 사기가 아니라며 "모금 활동으로 지진 피해자들을 도우려고 한다"고 해명했다.

13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이스켄데룬 한 공동묘지에서 열린 지진 피해 희생자에 대한 추모의식에서 고인의 지인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3.2.13/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페이팔로 가짜 계좌 만들어 기부 유도하기도

페이팔에는 가짜 계좌를 만들어 기부를 유도하는 계정도 여럿 발견됐다.

글로벌 보안 업체 소나타임(Sonatype)의 액스 샤르마는 "이들은 뉴스 기사를 공유하거나 연예인과 기업들 게시글에 댓글을 남기는 방식으로 유저들의 주목을 끈다"며 "또 가짜 재난 구호 계정을 만든 뒤 자신들의 페이팔 계좌로 모금하는 수법을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그중 대표적인 사례는 @TurkeyRelief라는 계정으로, 해당 계정은 현재까지 900 달러(약 114만원)를 모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사기 모금 계좌는 100여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샤르마는 특히 페이팔은 튀르키예에서 2016년부터 서비스를 종료했다며 "진짜 자선단체들도 있겠지만 이들이 튀르키예에 있다고 한다면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한편 페이팔은 해당 계좌를 정지시켰다고 밝혔다. 페이팔 관계자는 "많은 사람이 선한 의도로 페이팔로 모금하고 있지만 이들의 선함을 이용하려는 이들도 불가피하게 나오고 있다"며 "기부금이 올바른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계정들을 면밀히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jaeha6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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