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까'페] 꽃놀이패 쥔 에스엠 소액주주…하이브든 카카오든 '땡큐'

조슬기 기자 2023. 2. 14.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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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불을 지핀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에 하이브가 뛰어들면서 이른바, '쩐의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당초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와 경영진 간 갈등으로 촉발된 경영권 분쟁이 올해 초 일단락되며 봉합되나 싶었지만, 최근 일주일 사이에 카카오와 하이브가 새롭게 가세하며 예상치 못한 인수전 맞대결 양상이 펼쳐졌기 때문인데요. 창립자 이수만과 손잡은 하이브와 카카오·에스엠 연합 간 지분 확보 경쟁으로 인헤 에스엠 주가는 불이 붙었고, 이들의 에스엠 지분 확보 경쟁은 쉽사리 끝날 것 같지 않은 게 현재 모습입니다. 

에스엠 인수를 둘러싼 국내 거대 플랫폼 기업과 원톱 K-POP(케이팝) 기업간 대결에 요즘 함박웃음을 짓는 이들은 다름아닌 에스엠 소액 투자자들인데요. 얼라인파트너스운용 측 요구대로 이수만 단일 프로듀싱에서 멀티 프로듀싱 체제로의 전환을 발표한 지난달 20일부터 에스엠 주가가 급등세를 보이더니, 경영권 분쟁에 엔터계 공룡 카카오와 하이브까지 참전하면서 주가는 더 가파르게 치솟았습니다. 에스엠 지분 9%를 1주당 9만원대에 사겠다고 계약한 카카오에 맞서 하이브 측에서 대주주인 이 전 총괄 프로듀서 지분 14.8%를 4천228억원에 인수하고 주당 12만원에 소액주주 보유 지분 25%를 더 사들이겠다고 밝혔으니 에스엠 주식을 갖고 있는 개인 투자자들은 더 할 나위 없는 제안을 받은 셈이죠. 

에스엠 소액주주 입장에서는 꽃놀이패를 쥔 거나 다름없습니다. 이기면 큰 이익을 얻고 져도 부담이 가벼운 패를 뜻하는 바둑 용어처럼 돌의 생사가 달려 있거나 큰 타격을 입게 되는 상대방(하이브·카카오)과 달리 마치 봄철에 꽃놀이하는 기분으로 바둑을 두면(주식 투자를 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행운을 누릴 기회를 잡은 주주들은 얼마나 될까요? 지난해 9월 말 기준 5만 2천129명으로 에스엠 지분의 70.53%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하이브의 공개매수 소식이 알려진 10일 9만원대에서 11만원대로 급등한 에스엠 주가는 현재 등락을 반복하며 매수가 근처인 12만원에 바짝 다가섰습니다. 

식지 않는 경영권 분쟁에 꽃놀이패를 쥔 이는 소액주주 외에 또 있습니다. 에스엠의 지배구조를 문제삼았던 얼라인파트너스인데요. 얼라인은 지난해부터 에스엠를 대상으로 지배구조에 문제를 제기하며 주주 활동을 펼쳐 온 행동주의 펀드입니다. 지난해 9월 에스엠엔터테이먼트와 라이크기획 간 계약 종료를 이끌어 내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는데요.에스엠 현 경영진과 카카오가 손을 잡은 상황에서 하이브가 뒤늦게 참전해 경영권과 관련한 계산은 복잡해졌지만 에스엠 주가가 상장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얼라인으로서는 성공적인 '엑시트'(자금회수) 환경이 조성된 만큼 지금의 분쟁을 느긋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평이 나옵니다. 

다시 소액주주들 입장으로 돌아가 볼까요? 이들에게는 크게 두 개의 선택지가 놓여 있습니다. 다음 달 1일 공개매수 마감 시점까지 에스엠 주가가 하이브의 공개 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으면 계속 보유하거나 주가가 공매 매수가 12만원보다 아래에서 머물면 하이브의 공매 매수에 응하는 전략인데요. 전자의 경우 카카오가 최대주주 지위를 얻기 위해 하이브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매수에 나설 경우 성립 가능한 시나리오입니다. 그러나 최소한의 지분을 우선 확보한 뒤 엔터테인먼트 계열사가 사우디 국부펀드에서 투자받기로 한 자금 1조 2천억 원을 활용해 에스엠을 인수할 계획이었던 만큼 하이브보다 높은 가격에 주식을 사들여 지분 대결을 하기에는 자금 부담이 커 가능성이 낮다는 평이 많습니다. 따라서 후자를 택할 공산이 더 높다는 관측도 많은데요. 다만, 장외에서 진행되는 주식 공개매수에 응할 경우 지방세를 포함해 22%의 양도세를 물어야 하는 만큼 소액주주들은 불붙은 주가로 얻은 이익의 일부를 세금으로 토해내야 합니다.

따라서 장내에서 적절한 시점에 차익 실현에 나설 타이밍을 잡으려는 소액 투자자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장내에서 주식을 매각하면 양도세를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공개 매수가 진행되는 주식을 보유한 개인 투자자들은 장내에서 주식을 처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에스엠도 이런 개인 투자자들의 차익 실현 매물이 몰리면서 주가가 한동안 하이브의 공개 매수가인 12만원을 넘어서기 쉽지 않을 것으로 증권가는 보고 있는데요. 여기에 카카오의 공개매수 참전 여부와 지분 취득 경쟁의 결과를 판가름할 다음달 6일 신주발행취소 가처분 신청 판결 결과 등에 따라 추가 하락할지 고점을 형성할지 결정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입니다. 

시장에서는 에스엠의 1대 주주가 된 하이브와 2대 주주로 올라선 카카오 둘 중 누가 에스엠의 진짜 주인이 될 지 관심을 쏟고 있지만 주주들은 이번 분쟁에서 누가 승리하든 환영입니다. 회사의 지배구조 개편에 따른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수준)과 리레이팅(재평가)으로 주가는 크게 올랐고 향후 주주환원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어서입니다. 이 전 프로듀서가 그 동안 개인적으로 회사 이익을 독점하고 주주환원을 등한시하며 소액주주들을 소외시켰던 점과 대비되는 결과라 더 눈길을 끄는데요. 그동안 회사의 성과를 주주 및 임직원들과 나누지 않았고 충분히 고칠 기회가 있었음에도 수많은 골든 타임을 놓쳐 왔던 것이 이 전 프로듀서 회사에는 경영권 분쟁이라는 부메랑이 돼 돌아왔지만 소액주주들에게는 두번 다시 안 올 기회로 다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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