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의 제왕' 오르간, 정통 국악과 만났다
내달 13일 롯데콘서트홀
'한국을 품은 오르간' 공연
우리나라 전통 악기와 서양 악기를 함께 연주하는 일은 어렵다. 서로 다른 문법을 가진 탓에 조금만 음이 맞지 않아도 듣는 이들에게 만족감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두 악기가 조화를 이루도록 만드는 것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완성하는 실험과도 같다.
다음달 13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공연 '한국을 품은 오르간'은 '악기의 제왕'이라 불리는 파이프 오르간이 정통 국악과 만나 색다른 음악 세계를 펼친다.
이번 공연에서는 단순히 오르간을 전통 악기와 함께 연주하는 방식을 넘어, 공연 전체를 하나의 극으로 완성해 관중과 호흡을 함께한다. '소리의 유랑'이라는 콘셉트에 맞춘 9개 곡이 분위기를 바꿔가면서 관객들을 심취하게 만든다.
"국악도 아니고 서양 음악도 아닌, 하나의 스토리가 잘 짜인 무대가 될 겁니다. 국악이 세계로 도약할 수 있는 무대로 기획했어요."
이번 공연은 다양한 장르의 앙상블 연주를 꾸준히 시도해온 오르가니스트 박은혜(사진)가 수년간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물이다. 2011년 국악을 연구하기 시작한 그는 '정람'이라는 악단을 꾸려 가야금과 해금이 오르간과 연주하는 새로운 형태의 음악을 선보였다. 박은혜는 사물놀이패 창단으로 한국 음악사의 한 획을 그은 장구 명인 김덕수와 함께 이번 공연을 기획했다.
"김덕수 선생님께서 동서양의 수많은 악기와 같이 연주해 봤는데 오르간이랑 한 적은 없다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제안드렸죠. 마지막으로 꼭 이 작업을 해보고 싶다고 하셔서 진행했는데 아주 만족도 높은 무대가 만들어졌습니다."
이번 공연에서는 한국인의 고유 정서인 '한(恨)'을 동서양의 악기로 표현한다.
"슬픔과 기쁨, 낮과 밤, 남과 여처럼 대조를 이루면서 결국 마지막에 하나로 승화되도록 구성했어요. 김덕수 선생님과 제가 연주하는 '소나기'는 모든 대조를 쏟아내는 클라이맥스입니다."
이번 공연에는 박은혜와 김덕수를 비롯해 대북 임원식, 해금 노은아, 생황 김효영, 가야금 서정민 등이 출연한다. 프랑스 오르가니스트 피에르 코슈로가 작곡한 '오르간 스케르초'에 대북과 소각, 징 등의 자진모리장단을 넣어 국악적 요소를 극대화했고, 바흐의 오르간 '토카타 라단조'에는 가야금 선율을 더해 한국적 색채로 소화한다.
"서양의 노래를 통해 국악이 가진 장점을 강조하는 거죠. 사물놀이는 공명에서 시작한 한국의 첫 음악이라고 볼 수 있거든요. 오르간과 만나 울려퍼지는 그 소리를 통해 한국 문화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싶습니다."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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