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생활동반자제도 논의할 때”···정의당과 공조할까?

김윤나영 기자 2023. 2. 14.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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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3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우리도 생활동반자제도 도입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때”라고 밝혔다. 비혼 가족의 법적 지위를 인정하는 ‘생활동반자법’은 정의당의 관심 법안이다. 법안 발의에 필요한 국회의원 10명조차 모으지 못해 번번이 무산된 법안이다. 민주당이 정의당과 생활동반자제도 도입을 위한 공조를 이뤄낼지 주목된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다양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지금의 가족 규정은 사각지대를 만든다”며 생활동반자제도 논의를 제안했다. 그는 “프랑스는 1999년 시민연대계약을 도입해 출생률을 2.1명까지 높일 수 있었다”면서 “사회 구성원의 인식 변화에 맞춘 ‘연대관계등록제’라도 우선 도입해서 돌봄·의료 등에서 최소한의 제도적 보호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생활동반자법은 혈연·혼인 관계에 얽혀 있지 않은 동거 가구가 기존의 가족들처럼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이다. 진선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 의원이 2014년 최초로 발의를 추진했지만 무산됐다. 보수단체와 종교계가 “동성혼 합법화법”이라고 반대했기 때문이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2016년 20대 국회에 입성하면서 추진했다. 심상정 전 정의당 대선후보는 지난해 3·9 대선에서 ‘시민동반자법’이라는 이름으로 공약한 바 있다.

민주당은 지난해 대선에서 연대관계등록제를 공약했다. 이재명 대표는 대선후보 시절인 지난해 1월 “친족이 아니라서 응급한 수술 동의서에 서명도 할 수 없고, 소중한 이의 장례를 치를 수 없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의료·돌봄·장례 영역에서는 연대관계인을 지정하는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비혼 동거 관계에 있는 배우자에게도 법률혼 배우자로서의 법적 지위를 인정하자는 생활동반자제도보다는 좁은 범위의 개념이지만 시민사회는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박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생활동반자제도를 언급한 것은 정의당과의 연대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대장동 50억 클럽’ 비리 의혹과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두 개의 특검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특검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통해 본회의에 올리려면 180석이 필요하다. 정의당의 6표가 간절한 민주당은 정의당과 ‘민생 연대’를 통해 교집합을 넓히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 정의당의 관심 법안에 힘을 보태고 나섰다는 것이다.

국민 65.2% “결혼하지 않아도 함께 살 수 있다”
여성가족부는 2019년 ‘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여성가족부

정치적 계산을 떠나 시민들의 의식 변화도 법안 도입에 나선 이유다. 가족의 개념을 넓혀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하는 사람들은 꾸준히 늘고 있다. 통계청의 ‘2022년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남녀가 결혼하지 않더라도 함께 살 수 있다”는 질문에 65.2%가 동의했다. 2년 만에 처음으로 60%를 넘었다.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는 응답자는 34.7%였다. 특히 20대의 39.0%, 30대의 39.9%가 비혼 출생에 동의했다. 정작 관련 제도는 미비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1년 가족과 출산 조사’ 보고서를 보면,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함께 사는 응답자의 28.3%가 주거정책·건강보험·세금 등 정부 혜택에서 제한받는 경험을 했다고 답했다.

프랑스나 독일에서는 비혼 동거인도 가족으로 등록해 법적 지위를 보장하고 있다. 프랑스는 1999년 시민연대계약(PACS·pacte civil de solidarite)을 통해 비혼 관계의 커플이 자녀를 가지더라도 조세·사회보장제도에서 차별 없이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독일은 2001년 생활동반자법 입법을 통해 동거 가족에도 법률상 가족으로서의 권리와 부양의 의무, 채무의 연대 책임 등을 부여했다.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생활동반자 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프랑스(62.2%), 스웨덴(55.2%), 영국(51.3%)에서는 혼외 출생이 흔하지만, 한국의 혼외 출생률은 2.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최저 수준이다.

국내에서는 생활동반자법 논의는 거의 멈춰 있다. 정부부터 미온적이다. 여성가족부는 2019년 건강가정기본법을 개정해 가족의 범위를 비혼 동거인이나 위탁 아동 등으로 넓히겠다고 밝혔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인 지난해엔 국회에 “현행 유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현재 국회에 제출된 생활동반자법은 없다.

국회에서는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생활동반자법 발의를 검토하고 있다. 169석의 민주당이 정의당과 함께 입법 공조를 이뤄낼지 주목된다.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정의당의 대선 공약인 생활동반자제도를 논의하자고 제안한 것을 환영한다”며 “법안 추진 단계에서 충분한 협의를 통해 함께 생활동반자법을 만들어나가자”고 말했다.


☞ ‘남’과 함께 사는 100만명…이들도 ‘가족’입니다
     https://m.khan.co.kr/national/health-welfare/article/202301022159005#c2b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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