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군, 구호단체에 “바흐무트 떠나라”···러 점령 임박?

선명수 기자 2023. 2. 14.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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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 격전지 바흐무트 전황 격화
러군, 바흐무트 3면으로 포위한 것으로 보여
NYT “‘구호단체 철수’ 명령, 러 점령 임박 징후”
12일(현지시간) 한 우크라이나 군인이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폐허가 된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바흐무트의 한 거리를 걷고 있다.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군이 동부 격전지 바흐무트에서 구호단체의 철수를 지시했다고 1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연일 계속되는 러시아군의 포격은 물론 시가전까지 벌어지며 위험 수위가 높아졌기 때문인데, 러시아의 바흐무트 점령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동남부 도네츠크주의 군사 요충지인 바흐무트 일대는 지난 몇 달간 양국 군의 치열한 소모전이 벌어졌던 지역이다. 러시아는 대규모 포격과 함께 민간군사기업(PMC) 와그너 그룹을 이용한 ‘인해전술’까지 펴며 이곳 탈환에 공을 들여 왔다.

동부 격전지 바흐무트, 러 점령 임박했나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이날 성명을 내 “어제부터 바흐무트 인근 주거지역 16곳이 포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도 일일 전황 보고를 통해 “바후무트 북쪽 지역에서 러시아군과 맞서고 있는데, 이 전투가 현재 가장 어렵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이날부터 민간인과 구호 활동가의 바흐무트 진입을 통제하고 도시 내 구호단체의 철수를 지시했다고 NYT가 보도했다. NYT는 이 같은 조치가 우크라이나군의 철군과 러시아의 바흐무트 점령이 임박했음을 보여주는 징후라고 분석했다.

바흐무트는 아직까지 우크라이나군의 통제 아래 있지만, 수개월에 걸친 집요한 공격 끝에 현재 러시아군은 도시를 3면으로 포위한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군은 바흐무트 외곽 두 지역에서 시가전이 시작됐으며, 도시에 접근할 수 있는 남은 도로 하나도 러시아군의 포격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세르히 체르바티 우크라이나 동부군 대변인은 “지난 24시간 동안 바흐무트에 대한 19건의 공격을 격퇴했다”며 “상황이 위급하다”고 말했다.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친러 분리주의 세력이 세운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정부 수장 데니스 푸실린도 “러시아군이 바흐무트로 향하는 우크라이나군의 보급로 4개 가운데 3개를 차단한 상태”라고 밝혔다.

12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폐허가 된 도네츠크주 바흐무트 시내의 모습. AP연합뉴스

와그너 그룹의 창립자인 예브게니 프리고진과 러시아 국방부도 최근 바흐무트 북쪽의 크라스나 호라 마을을 와그너 그룹이 점령했다고 밝힌 바 있다.

폴란드에 기반을 둔 군사분석기업 로찬컨설팅은 최근 며칠간 러시아가 바흐무트 북쪽과 남쪽을 잠식하고 있으며, 이르면 이번 주 안에 도시가 함락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쟁 전 인구가 7만명에 달했던 바흐무트에는 현재 600명의 어린이를 포함해 3000~4000명의 민간인이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나토 “러 대공습은 이미 시작···무기 지원, 속도가 생명”

러시아가 용병들을 말 그대로 전쟁에 “갈아 넣으며” 이 지역 탈환에 공들이는 이유는 바흐무트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 점령을 위한 핵심 거점으로 여겨져 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수도 키이우 함락에 실패한 러시아는 돈바스 지역 완전 점령으로 목표를 바꾸고 5월부터 동부 전선에 집중 공세를 퍼부었다.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오는 3월까지 돈바스 지역을 완전히 점령할 것을 자국군에 명령했다. 일각에선 군사적 중요성보다는 러시아가 개전 1년을 앞두고 우크라이나군이 결사 항전해온 이 지역을 장악해 동부전선에서 상징적인 승리를 거두려 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 바흐무트 인근에서 야간 전투가 끝난 후 우크라이나 제3군 돌격여단 ‘아조프’ 병사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는 다가오는 봄으로 예상됐던 러시아의 ‘대공습’이 사실상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조속한 무기 지원을 회원국들에 촉구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 나토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러시아가 (대규모 공습을) 이미 시작했다고 보는 게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며 “푸틴은 막대한 병력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훨씬 더 많은 병력을 투입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전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전에 탄약, 연료, 예비 부품 등 핵심 역량이 반드시 우크라이나에 지원돼야 한다”며 “속도가 곧 생명”이라고 밝혔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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