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자협 대표 “연금 이야기 나올 때마다 젊은 세대에 미안”

김향미·민서영 기자 2023. 2. 14.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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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노년세대와 ‘연금개혁’ 관련 논의
개혁 필요성엔 공감…신뢰도엔 견해차
소득대체율 조정 두고 단체별로 이견
주수정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연구원, 주명룡 대한은퇴자협회 대표, 고현종 노년유니온 사무처장, 김설 청년유니온 위원장(이상 왼쪽부터)이 13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 여적향에서 연금 개혁에 대한 좌담회를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지난달 27일 제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시산(시험계산) 결과가 공개된 이후 국민연금 개혁에 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18년 뒤인 2041년에는 ‘적자로 전환’하고 2055년에는 기금이 소진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국민연금 개혁은 ‘어떻게든 반드시 해야 할 일’이 됐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국회와 정부 차원의 연금개혁 논의는 이미 지난해 시작됐다.

‘당위’지만 절대 쉽지 않은 일이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금개혁은 ‘내 보험료’, ‘내 노후소득’과 직결된 문제로 사회적 합의가 우선이다. 그런데 세대와 소득계층, 노동자 지위 등 자신이 속한 집단에 따라 연금개혁에 관한 의견은 다를 수밖에 없다. 경향신문은 ‘국민연금 기금 고갈론’에서 주로 호명되는 청년세대, ‘심각한 노인빈곤율 문제’의 당사자인 노년세대의 이야기를 함께 듣고자 자리를 마련했다. 고현종 노년유니온 사무처장, 김설 청년유니온 위원장, 주명룡 대한은퇴자협회 대표, 주수정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선임정책연구원(가나다 순·이하 직함 생략)이 지난 13일 경향신문사에서 ‘연금개혁 어떻게 가야 하나’란 주제로 의견을 나눴다.

참석자들은 세대 불문 연금개혁의 필요성에 대해선 모두 공감했다. 그러나 공적연금 역할에 대한 신뢰도 측면에선 견해차가 있었다.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올리는 방향에는 대체로 동의했지만 소득대체율 조정은 세대가 아니라 단체별로 의견이 갈렸다. 청년단체 참여자들은 연금 보험료가 앞선 세대보다 높아진 데 대한 부담감이 있고, 노동시장 구조 및 인적 부양구조가 바뀌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노년단체 참여자들은 미래세대의 부담을 현세대가 덜어야 한다는 데 공감을 표하고, 노인들의 소득보장을 위해서는 기초연금 제도 개선 및 정년 연장, 일자리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문답 형식으로 좌담회 내용을 정리했다.

-각 세대에서 연금개혁 논의에 대한 인식은 어떤가.

주명룡 = “연금 수급자 세대로서 연금 얘기가 나올 때마다 조금은 편치 않다. 자식 세대, 젊은 세대에 대한 미안함 같은 게 있어서다. 국민연금 기금 소진 시점이 더 빨라진 상태에서 수급자 세대가 바라는 건 어떻게 하면 자식 세대 짐을 덜어주느냐이고, 결국 연금개혁이다. ”

고현종 = “어르신들도 지금 국민연금 개혁 논의에서 재정수지 균형이 안 맞아서 더 내고 덜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면 적절히 조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제도가 어쨌든 지속해서 가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김설 = “올해 서른인 저는 지금까지 국민연금 보험료를 11개월 냈다. 프리랜서로 일한 기간이 많은데 지역가입자로서 보험료를 낼 생각조차 못 했다. 개인적으로도 ‘연금은 믿을 만한 건가’란 질문이 생긴다. 청년세대 내 ‘연금 무용론’이 있다. 기금이 고갈되면 연금을 못 받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 부모세대는 적게 내고 많이 받았는데 우리는 왜 더 많이 내고 더 늦게 덜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 차라리 비트코인이나 내 선택에 의한 자산을 확보하는 게 합리적이지 않나 하는 생각, 현재 청년세대 그 다음 세대의 부담은 어떻게 할 것인지 지속가능성에 관한 질문이 있기 때문이다.”

주수정 = “청년들 사이에서도 셈이 빠르고 투자 관점에서 보는 친구들은 지금 국민연금에 가입하는 게 자신한테 유리하단 걸 안다. 근데 또 이건 완전히 못 받는다고 생각하고 국민연금 폐지돼야 한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다. 세대별로 묶어서 이야기하긴 어렵고 국가에 대한 신뢰도 이런 것에 따라서 국민연금에 대한 견해차가 드러나는 것도 같다. 노인인구 부양 방식이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가족 부양이 줄었고 요양시설 필요성은 커졌다. 세대를 떠나서 이런 걸 보면서 집단적으로 어떤 부양방식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린 사람들은 국민연금에 동의하지 않나 싶다.”

-국민연금의 신뢰도에 관한 얘기를 해보자.

고현종 = “간담회를 해보니 80대인 어떤 분은 500만~600만원인가 보험료 내고 지금까지 4000만원 가까이 연금을 수령했다면서 ‘로또 맞았다’라고 했다. 국민연금 혜택을 받는 분들은 너무 좋다고 하고, 과거 경제적 이유나 정부의 홍보 부족으로 가입하지 못했던 분들은 지금 너무 아쉬워한다. 우리는 연금의 혜택을 체감한다. 근데 문제는 자식 세대가 ‘그거는 부모님 때나 가능한 것이고, 우리는 기금 고갈돼서 못 받는다’고 본다는 것이다. 부모들은 보장성이 지금보다는 떨어지더라도 개인연금보다는 낫다는 것을 확실히 안다.”

주수정 = “수급권이 발생해서 연금 받으시는 분들은 연금이 좋다는 인식이 많을 것 같다. 그런데 세대 안에서도 견해가 조금씩 다르다. 경력단절이 길어서 수급권이 없는 분들이 있다. 저희 어머니도 아직 (최저 가입기간인) 10년을 못 채웠다. 또 ‘X세대’(1970년에서 198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에 속한 자영업자들도 기다렸다가 기초연금을 받는 게 낫다는 말씀도 많이 한다.”

-연금특위 민간자문위에서 국민연금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조정 논의가 있었다. 보험료율을 상향하는 안이 제시됐고, 소득대체율은 인상폭을 두고 견해차가 크다.

주명룡 = “기초연금이 지금 30만원이고 정부가 40만원까지 올린다고 했다. 기초연금을 현재 소득 하위 70%에 주는데 100%로, 모두에게 주면 소득대체율을 올리는 효과가 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은 현 수준(42.5%, 2028년 40%)으로 두자. 그러면 우리 계산으로는 소득대체율 55%에 가까운 효과가 날 것이라고 본다. 개혁을 미뤄와서 미래세대 부담을 줄이려면 보험료율은 최소한 15%로는 가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주수정 = “국민연금연구원 보고서를 보면 2020년에 태어난 아기들이 2085년에 노인이 되는데 그때도 한국의 노인빈곤율이 30% 나온다고 하더라. 소득대체율을 깎아서는 노인들이 품위 있는 삶을 살긴 어렵겠다고 본다. 올리면 올렸지, 낮추는 것엔 반대한다. 명목 소득대체율을 45~50%로 두고 크레딧 제도(특정 대상자들에게는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추가로 인정해주는 제도)를 보완해서 실질적인 가입기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가야 수급자의 급여가 적정액에 도달할 것이라고 본다. 보험료율을 15%로까지 올리면 기금 고갈 시점은 늦춰지고 젊은 사람들을 안심시키는 데 효과가 있겠지만 요즘 같은 고물가 상황에서 서민들이 감당할 수 있을지, 현실성이 있을지 모르겠다.”

고현종 = “민간자문위에서 잘못한 게 단일 안을 만들지 못한 것이다. ‘난방비 폭탄’이란 말이 나오는 이런 상황에서 보험료율 15%로 상향을 어느 정당이 추진할 수 있겠나. 만약 여야 합의가 됐다고 하면 유권자들도 그걸로 표를 가르지는 않을 것 아닌가. 지금 소득대체율 45% 절충안이라도 합의해야 한다. 또 다음 재정추계할 때 조금씩 부족한 부분을 메워갈 수 있지 않을까.”

김설 = “현재 국민연금 기금 고갈 시점이라는 공포 중심으로 논의되다 보니 그 두 가지 수치를 어떻게 조정할 거냐 중심으로 논의되는 것 같아 좀 안타깝다. 연금 재정은 객관적으로 봐야 한다. 제도 수용성을 높이자는 취지로 소득대체율을 올려야 한다는 게 그것이 과연 재정안정안이 될 수 있나 싶다. 그래서 15%-40%안을 (동의)하지만, 명목 소득대체율만 이야기했을 때 연금의 사각지대에 있는 프리랜서, 육아자 등의 논의는 사라진다. 실질 소득대체율이 올라가는 걸 체감할 수 있는 논의가 돼야 한다.”

서울 중구 경향신문 여적향에서 13일 주수정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연구원, 주명룡 대한은퇴자협회 대표, 고현종 노년유니온 사무처장, 김설 청년유니온 위원장이 연금 개혁에 대한 좌담회를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연금 사각지대를 줄이려면 어떤 제도가 필요할까.

김설 = “군인, 육아 크레딧만 이야기하는데 실은 10여년 사이에 프리랜서라는 고용형태가 엄청나게 늘어났다. 국세청 기준으로 특수고용노동자·프리랜서 등 비정형 노동자가 700만명이나 된다. 이중 절반 이상은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 지역가입자는 보험료을 전액 부담해야 하는데, 사측의 역할을 정부가 해줄 수 없는가. 실질 소득대체율을 늘리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고현종 = “국민연금 크레딧 제도 확대가 잘 안 되는데, 재정 부담 때문이라고 한다. 현재 크레딧은 국고 30%와 국민연금기금 70%로 지원되는데 여기서 국고 지원을 늘리는 방식도 검토돼야 한다.”

주수정 = “현재 크레딧 보장범위가 좁고 홍보도 잘 안 돼 있다. 크레딧을 실질화하여 사각지대 해소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이건 노동시장 구조와 연결된 문제 같다. 국민연금 제도 개선한다고 사각지대 문제를 모두 해결하긴 어렵다. 보험료율 누진 적용은 안 될까, 기금에 국고 지원은 안 될까 등 이런 논의의 틀을 좀 키웠으면 좋겠다.”

-연금특위는 기초연금, 국민연금, 퇴직연금을 아우르는 공적연금 구조개혁을 하겠다고 했다.

주명룡 = “기초연금은 모두에게 줘야 한다. 지금 10명 중 3명은 기초연금을 못 받는데 이들이 실은 세금을 더 많이 낸 계층이다. 그래서 역차별 이야기가 나온다. 근래 퇴직한 사람들은 120만원 이상도 받지만 국민연금 수령액이 전체 평균으로 따지면 60만원이 안 된다. 1950년대 이전에 태어난 윗세대들이 노년 빈곤을 끌고 간다. 연금이 전체적으로 커버할 수 없다. 우리는 ‘기초연금을 모두에게 주고 여기에 정부 재정이 아닌 민간주도형 일자리를 창출해서 일하려고 하는 사람은 최소 150만원의 소득을 보장하자’ 이런 제안을 정당이나 기업에 해왔다.”

김설 = “현재 소득 하위 70%란 기초연금 지급 기준이 합리적이지 않다. 국민연금은 중위소득, 퇴직연금은 안정적 일자리로 상위소득자에 해당한다. 공백인 최저소득을 어떻게보장할 것이냐란 관점에서 기초연금 확대해야 하고, 대신 최저소득을 두텁게 보장하는 형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고현종 = “현재 국민연금 많이 받으면 기초연금이 깎인다. 국민연금은 내가 보험료를 납부한 것인데, 그것에 대한 급여가 있다고 해서 세금으로 주는 기초연금을 깎는다는 데 반감이 있다. 주된 일자리에서 은퇴했는데 소득이 없으니까 연금에 의지해 사는 것이다. 지금 실제 정년은 60세이고, 연금 수령 시기는 1969년생부터는 65세부터 받는다. 민간 기업에선 50대만 되도 은퇴한다. 정년과 연금수령 시점을 맞춰야 한다. 돈이 없는데 수급 연령 늦추고 가입기간 늘릴 수 없는 것이다. 정년연장은 필연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고, 폐지까지도 논의해야 한다.”

김설 = “은퇴연령 늦춰지는 것과 관련해 청년들 사이에선 ‘꼰대들이 일 안 하면서 자리만 차지하고 있다’란 말들도 있다. 갈등 구조 속에서 균형을 잡는 논의가 필요하다. 노년 세대는 일의 숙련도가 높다. 모든 세대와 공존하면서 활동하는 방식을 지역사회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본다.”

-세대 간 견해차는 있지만 갈등을 강조해서는 안 된다는 데 공감하는 것 같다.

주명룡 = “지금 선진사회는 다세대가 일하는 기업 문화가 있다. 직장에서 나이 든 세대가 방 하나 차지하고 있는 건 문제인데, 그건 지양하면서 기업문화가 바뀌고 있고 어른 세대는 임금을 적게 받으면서 보조 역할을 하게 된다. 한편으론 몇몇 안 되는 어른 세대들이 지하철이나 음식점 등등에서 청년들에게 반감 일으키는 것을 바꿔야 한다. 어른 세대가 본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현종 = “지금 국민연금도 노인들 때문에 적자다, 지하철 무임승차도 노인들이 문제다, 의료비도 건보료 적자라는 것도 노인들 의료비 지출이 많아 적자다 그러면서 ‘노인들이 사회적 짐이다’라는 메시지가 나오고 있다. 노인들이 그동안 자식들 열심히 키우고 지금도 실제 은퇴연령이 72세로 열심히 일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복지 지출이 GDP(국내총생산) 대비 12% 수준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은 한 20% 정도다. 이번 연금개혁과 관련해서 우리 사회가 사회보장성 확대해서 노인 빈곤율도 떨어트리고 그다음에 청년들이 고용의 불안정성 속에 살아왔지만 노후는 뭔가 삶이 기대되는 이런 쪽으로 개혁해야 하지 않을까.”

주수정 = “세대 간 대결구도를 강조하는 건 문제라고 생각한다. 누가 보험료를 더 낸다는 논의보다 정부가 내거나 부자한테 더 걷으라는, 같은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정년 연장 관련해서도 ‘MZ 세대는 싫어한다’, 혹은 ‘신입사원 덜 뽑나’ 이런 인식이 있다. ‘일자리를 더 늘려달라’며 같은 목소리를 낼 부분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등적인 요소가 있는 건 사실인 것 같다. 초기 가입자 쪽에서 ‘로또 맞았다’고 했는데 사회적 맥락상 어쩔 수 없었지만 이분들이 추가로 기여할 부분도 고민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김설 = “연금 관련해서 현세대라는 건 지금 이 사회를 현재 구성하고 있는 모든 세대를 중심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굳이 세대로 나눈다고 하더라도 내가 있는 사회적 지위, 계층에 따라 이해관계는 달라지는 게 분명히 존재한다. 정치권이 다른 이해관계를 조율해나가는 데 제대로 된 역할을 해야 한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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