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등 정치인 노동혐오 발언 "경멸적" 인권위에 진정
민주노총, 윤석열·원희룡·권성동 등 12명 진정
"극단적 표현으로 헌법상 노동3권 위축, 인격권 침해"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민주노총이 화물연대 파업을 “북핵 위협”에 빗댄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고위공직자들의 노동혐오 발언을 중단하도록 권고해달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민주노총은 윤석열 대통령 등 고위 공직자·정치인 12명이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노동3권 행사를 위축시키는 발언으로 인격권을 침해했다며 지난해 12월21일 진정을 제기했다. 민주노총은 피진정인들이 노동혐오 발언을 중단하고, 재발을 막을 대책을 마련하도록 인권위에 권고 또는 의견표명을 요청했다. 인권위 차별시정총괄과가 진정 건을 조사 중이다.
피진정인은 △윤석열 대통령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홍준표 대구시장 △국민의힘 소속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 △권성동 △성일종 △임이자 △박정하 △양금희 △이만희 의원이다.
민주노총은 “정부여당은 노조법 개정 촉구 투쟁에 대해 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노동계를 노골적으로 비난하고, 노동조합의 사회적 평가를 저해할 수 있는 극단적 표현을 사용하며 노조에 편견과 혐오를 조장하고 있다”며 “헌법상 기본권 및 한국이 비준한 국제기구 '결사의 자유'(87호)와 '단결권과 단체교섭권'(98호) 협약 위반”이라고 밝혔다.
정부여당 인사들은 지난해 12월 화물연대의 안전운임제 확대 요구 파업과 민주노총 노조법 2·3조 개정 투쟁 과정에서 문제 발언을 집중적으로 쏟아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참모들과 회의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의 안전운임제 확대 요구 파업을 국가안보 위협에 빗대 “북한의 핵 위협과 마찬가지”라고 발언했다. 원희룡 장관은 같은 달 페이스북에 “화물연대 조폭” “조폭 민노총” “민폐노총” 등 표현으로 민주노총과 화물연대를 조직폭력배에 비유하거나 멸칭을 썼다.
권성동 의원은 수 차례 입장문을 내 민주노총을 “조폭” “노피아(노조 마피아)”에 빗대고 노조법 개정 요구를 가리켜 “페스트” “빅브라더” “매국의 묘혈꾼” 등으로 지칭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민주노총의 노조법 개정 요구를 두고 “강성노조는 국민경제의 암적 존재”라고 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화물연대 파업을 “조폭 구역 싸움”이며 “종북으로 점철된 정치투쟁”이라고 주장했다.
이만희 의원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민주노총 관계된 2명이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사망했다는데 사실이냐”라며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사고를 야기했다는 '불순세력 개입' 음모론을 제기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주호영 원내대표, 성일종, 임이자, 박정하, 양금희 의원은 “민폐노총” “조폭, 테러단체” “패악질” “폐륜” 등 표현을 썼다.
민주노총은 “피진정인들의 발언은 민주노총과 그 조합원들에 대한 비판 의견 표명의 수준을 넘어선다. 이는 우리 사회 구성원 누구라도 심히 모욕적이고 경멸적이라고 느낄 인신공격에 달하는 표현행위”라며 “특정 집단이나 그 구성원을 위험한 존재로 규정해버리는 혐오표현에 해당될 여지도 충분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치인의 혐오표현은 그 해악의 정도가 더 클 수 있다”며 “수위는 점점 높아져 더 이상 묵과하기 어려운 지경”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인권위 역시 같은 문제의식에서 '언론은 특정 집단이나 계층에 편향되거나 차별적 보도를 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노사관계에 대해 편파적 보도나 헌법 33조에 보장된 노동3권을 무시하는 표현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은 <인권보도준칙>을 세운 바 있다”며 “보다 근본적으로 노동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노동3권을 행사하는 노동조합에 대한 적대적 정서를 퍼뜨리는 정치인의 언동에 대하여도 엄중한 경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오훈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권국장은 통화에서 “정부가 노사관계를 바라보는 태도는 공정하고 때로 노동자를 보호해야 함에도 공직자들이 감정적 표현으로 특정 지지 세력을 선동하는 듯한 언어를 구사하고 있다. 파업에 참여하는 노동자들은 이에 큰 위협감과 모욕, 공포를 느끼고 있으며 이는 인권의 문제라고 판단해 진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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