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모녀 계좌, 모이치모터스 1·2차 주가 조작에 사용…대통령실 “직접 가담은 아냐”
대통령실 대변인실 “민주, 판결문 내용 왜곡해 가짜 뉴스 퍼뜨리는 데 강력한 유감 표명”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1심 판결문에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와 장모 최은순 씨의 계좌가 주가조작에 사용됐다는 내용이 적시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법원은 “주문자가 특정 안 됐지만 계좌가 작전세력 뜻에 따라 운용”됐다고 판단했는데 대통령실은 “전혀 새로운 내용이 아니다”라며 “계좌가 활용됐다 해서 주가조작 가담은 아니다”라고 해명에 나섰다.
앞선 13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재판장 조병구)는 “(주가조작) 1단계에 이어 2단계에서도 연속적으로 위탁된 계좌는 최은순, 김건희 명의 계좌”라고 밝혔다.
특히 법원은 공소시효가 남은 2차 주가조작 시기에도 김 여사의 계좌가 시세조종에 쓰였다고 판단했고 최은순 씨의 실명도 같은 취지로 적시됐다.
공소시효가 남아있는 2차 작전 시기(2010년 10월21일 이후) 시세조종 행위에 김 여사 계좌가 다수 쓰였다고 적혀 있다.
김 여사가 시세조종을 알고 직접 주식을 거래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특정 시점 이후 작전 세력에게 계좌를 맡긴 적 없다던 앞선 해명과는 배치되는 판단이다.
반면 대통령실은 1심 선고 후 “‘김 여사 공소시효 남았다’는 건 허위 주장”이라고 밝힌바 있는데 이같은 판결 후 “계좌가 활용됐다고 해서 주가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의혹을 재차 부인했다.
김 여사 명의 계좌가 시세조종에 동원됐다고 본 1심 판결 이후 김 여사의 연루 의혹의 불거져 나온 한편 김 여사 특검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진 가운데 특검 필요성까지 언급하는 데 대해 일축하고 나선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대통령실은 14일 ‘더불어민주당이 판결문 내용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정치공세용 가짜 뉴스를 퍼뜨리고 있어 사실관계를 바로 잡습니다’라는 제목의 대변인실 명의 언론 공지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대통령실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수십명을 강도 높게 조사했으나, 김 여사와 주가 조작 관련 연락을 주고 받거나 공모했다고 진술한 사람은 단 1명도 없다”며 “그 결과 범죄사실 본문에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전혀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판결문 중 범죄일람표에 김건희 여사가 48회 등장한다며 마치 범죄에 관여한 듯이 거짓 해석을 하고 있으나, 48회 모두(도이치모터스 전 회장인) ‘권오수 매수 유도군’으로 분류돼 있고 차명 계좌가 전혀 아니다”라며 “‘권오수 매수 유도군’이란 표현은 권 대표와 피고인들이 주변에 매수를 권유해 거래했다는 뜻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매수를 유도’ 당하거나 ‘계좌가 활용’ 당했다고 해서, 주가 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볼 수 없음은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주가 조작꾼 A씨에게 속아 일임 매매했다가 계좌를 회수하였고, 그 후 수년간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간헐적으로 매매한 것은 사실이나 주가 조작에 관여한 적은 없다’는 그간 입장을 되풀이하며 “판결문 내용과 해명이 충돌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또 전임 문재인 정부 시절에 이 사건에 대한 집중 수사가 이뤄졌다는 점도 다시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이 사건의 본질은 ‘대선 기간 문재인 정부 검찰에서 공소시효가 이미 지난 사건을 억지로 공소시효를 늘려 기소했다가 법원에서 제동이 걸린 것’”이라며 “2년 넘게 수사하고도 김 여사의 구체적인 가담 사실을 특정할 내용이 전혀 없어 공소사실을 작성할 수조차 없었다”고 호소했다.
덧붙여 “더불어민주당이 거짓 의혹 제기와 억지 기소에 대해 사과를 하기는 커녕 판결문 내용을 왜곡하여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부연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은 2010년 10월 주가조작을 주도한 ‘선수’가 바뀐 것을 기준으로 1차 작전 시기와 2차 작전 시기로 나뉘는데, 주가조작에 돈을 댄 이른바 ‘전주’ 중 두 사람의 계좌만 1·2차 작전 시기 시세조종에 모두 쓰였다.
재판부는 “(김 여사 계좌는) 권 전 회장 등 피고인들이 의사에 따라 시세조종에 이용한 계좌로 인정된다”고 했다. 김 여사 계좌가 이용된 거래 중 다수는 통정·가장매매로 분류됐다.
주식 거래는 여섯 개 계좌에서, 2012년까지 이뤄졌다고 판결문에 적시했다.
검찰이 의심한 주가조작 시기와 겹치지만, 재판부는 2010년 10월 20일까지의 이상 거래는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보고 범죄 성립 여부를 따지지 않았다.
권오수 전 회장의 소개로 김 여사 주식을 관리했다는 선수 이 모 씨도, 그래서 처벌받지 않았다.
다만 2010년 10월부터 11월 사이 바뀐 선수 김 모 씨와 투자자문사 임원 민 모 씨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으며, 김 여사의 대신증권 계좌로 통정거래를 한 사실이 인정됐다.
민 씨는 이른바 ‘김건희 엑셀 파일’ 작성에 관여한 것으로 지목된 인물인데, 재판부는 이 파일에 적힌 김 여사의 다른 계좌 2개 역시 시세조종에 이용됐다고 판단했다.
직접 주문을 낸 게 누군지 확정할 순 없지만, 적어도 작전세력의 뜻에 따라 김 여사 계좌가 운용된 건 맞는다는 것이다.
한편 김 여사 모녀의 계좌만 1·2차 주가조작에 모두 쓰인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특검 요구는 한층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판결문을 검토한 뒤 다른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기소와 항소 여부 등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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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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