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 수학학원 운영하는 서울대 쌍둥이 형제의 수학 공부법
우리 아이는 고작 다음 학기 수학 선행학습을 하고 있는데, 옆집 아이는 수능 범위까지 다 뗐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에 휩싸인다. 대치동에서 수학학원 ‘올마이티캠퍼스’를 이끄는 여호원·여호용 대표는 “비교를 시작하는 그 순간 내 아이가 수학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사교육의 메카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수학학원 '올마이티캠퍼스’를 운영하는 여호원·여호용(31) 대표는 "과도한 선행학습이 학생들을 오히려 수학에서 멀어지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쌍둥이 형제인 둘은 2011년 서울대에 4년 장학생으로 입학해 화제에 올랐다. 대한민국 입시 경쟁의 정점에 서 있다가 함께 교육사업에 뛰어든 두 대표에게 '수학의 왕도’를 물었다.
많은 학생이 왜 수학을 어렵게 느낄까요.
호원 | 우선 한국 교육에서 학생들에게 요구하는 수학 난도가 높은 편입니다. 수능 수학 문제 중 정답률이 낮은 '킬러 문제’를 푸는 데 최소 10분, 많게는 20~30분이 걸리기도 합니다. 다른 과목에서 한 문제를 푸는 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경우는 없죠. 두 번째 이유는 좀 아이러니한데요. 유독 수학 과목을 선행학습하는 학생이 많기 때문입니다. 대치동에서는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중학교 3학년 수준을 공부하고 있어도 뒤처졌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해력이 떨어지는 학생이 아닌데도 자기가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보다 앞선 공부를 하니 스스로 수학을 못하는구나, 생각하게 되는 겁니다.
선행학습을 부정적으로 보시나요.
호원 | 수학이 어려운 편이라고 해도 범접하지 못하는 수준은 아니거든요. 자기 수준에 맞춰서 공부하기만 하면 학생들도 스스로 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학부모님들에게 옆집 아이와 비교하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학생마다 이해력과 성실도가 다른데 남들이 한다고 해서 속도만 맞춰가는 건 의미가 없죠. 그러면서 수학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리게 됩니다.
호용 | 단계별로 심화 문제까지 풀 수 있는 능력을 갖춘다면 3~4학년을 건너뛰어 선행학습을 할 수 있죠. 하지만 그런 학생은 소수입니다. 수학 공부에서 중요한 건 2가지입니다. 기본 개념·유형을 파악하고 심화 문제를 풀어내는 능력을 갖추는 거죠. 첫 번째 단계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어려운 문제를 푸는 건 사고력이 필요합니다. 심화 문제를 풀어내는 사고력을 갖췄는지 점검하고 다음 단계 공부를 해야 합니다.
사고력은 어떻게 기를 수 있나요.
호용 | 사고력은 문제와 씨름하는 능력을 키우는 과정입니다. 어려운 문제를 만났을 때 20~30분 이상 고민하면서 혼자 해결하는 연습을 해봐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며 풀게 되거든요. 사고력 기르는 훈련을 할 때는 많은 양의 문제를 풀 필요는 없습니다. 최소 하루에 3개라도 아이가 풀 수는 있지만 어려워할 만한 난도의 문제를 골라 풀게 하면 사고력 향상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호원 | 학생이 직접 어려운 문제를 풀고 남에게 설명까지 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학생들은 이해가 잘 안 되는 문제를 적당히 풀고 넘어가려는 습성이 있어요. 선생님 설명을 듣고 그런가 보다 생각한 뒤에 대충 풀이 과정만 따라 써보는 식이죠. 그것만 반복하다 보면 절대 실력이 늘 수 없어요. 끝까지 이해하고 온전히 자기 걸로 만드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건 수학뿐만 아니라 모든 과목이 마찬가지입니다. 집에서 아이가 공부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를 체크해보고 싶으면 문제 풀이 과정을 직접 설명해보라고 하면 됩니다.
심화 단계를 마치고 선행학습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준은 뭔가요.
호원 | 요즘엔 학교 내신 기출문제를 구하기 쉽습니다. 학교마다 난이도가 다르긴 하지만 시험문제가 어려운 대치동 기준으로는 80점, 문제를 쉽게 출제하는 경우엔 90점 이상은 나와야 합니다.
호용 | 기출문제가 아니라 시중 문제집으로도 가능합니다. 보통의 문제집은 문제 난이도가 세 단계로 나누어져 있어요. 세 번째 단계에서 문제를 풀었을 때 70~80%는 맞힐 수 있는 수준이 된 후에 선행학습을 하는 게 의미가 있습니다.
"‘수포자’는 바닥을 체크해봐야"
호용 | 수학은 연계성이 중요한 과목입니다. 이전에 공부를 제대로 해놓지 않으면 그다음 공부를 하기가 어렵죠. 수학 공부를 놓았던 순간으로 되돌아가야 합니다. 자신의 바닥이 어딘지를 체크해봐야 하는 거죠. 수학이 어렵게 느껴지는 학생에게 추천하는 공부법이 있습니다. 저는 최하위권의 경우엔 수학 개념을 익힐 때 개념서 말고 연산 교재를 사서 공부하라고 조언합니다. '수력충전’과 같은 교재가 대표적입니다. 수학을 못하는 학생들은 기본 개념을 이해하는 것도 어려워하는데, 이땐 쉬운 문제를 반복하는 방식을 써야 합니다. 중하위권이라면 유형 문제를 풀어볼 수도 있는데, '베이직쎈’ 같은 난도가 낮은 걸 여러 번 푸는 걸 권하는 편입니다.
아예 수학이 안 되는 학생들도 있나요.
호용 | 중고등학교 교육과정 수준에서 불가능한 학생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초등 수학도 제대로 못 하는 중학교 2학년 학생을 가르친 적이 있어요. 다른 학생에 비해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결국 반복을 통해서 점차 좋아졌습니다.
상위권 학생들을 위한 조언도 부탁드립니다.
호원 | 수능 기출문제와 평가원·교육청 모의고사 중에서 킬러 문제를 꼭 풀어봐야 합니다. 최상위권 학생 중에서도 킬러 문제는 잘 못 푸는 경우도 많습니다. 내신 100점 받을 수 있는 수준으로만 공부하는 거죠. 성적이 좋다고 자만해서는 안 되고 결국 수능을 잘 봐야 하는 거잖아요. 수능 수준의 문제 중 어려운 걸 풀어보고 설명할 수 있는 수준으로 공부해야 합니다.
고등학교 내신과 수능 수학 공부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하나요.
호원 | 저는 정시만 노린다고 말하는 학생에게도 시험기간에 내신 공부를 하길 권합니다. 물론 내신은 범위가 정해져 있고 주로 정해진 문제집 내에서 출제한다는 것이 차이죠. 하지만 요즘엔 고등학교 선생님들도 수능 문제와 차이가 나지 않게끔 출제하려고 노력하는 경향이 큽니다. 내신 준비를 하면서도 수능 대비가 될 수 있는 거죠. 또 학생들이 수능을 위해 공부한다고 해도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풀어져 버리기 쉽습니다.
수학은 문제를 많이 풀면 성적이 오른다는, 소위 '양치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호원 | 공부 시간이 늘어야 공부를 잘한다는 말에는 동의하지만, 문제만 많이 푼다고 해서 실력이 늘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면 학원에서 매일 숙제로 50문제를 내준다고 했을 때, 모르는 문제는 쉽게 별표 치고 넘어간다면 제대로 문제를 푼 거라고 할 수 없잖아요. 중요한 건 앞서 설명했듯 어려운 문제를 얼마나 고민해봤느냐, 그리고 설명할 수 있는 수준까지 공부했느냐입니다.
"학원 시간이 3이면 7은 자습해야"
호원 | 간절함이죠. 신종호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님이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나오셔서 "목숨 걸고 공부하는 애를 누가 이기겠냐"고 말하신 게 기억납니다. 이 말에 많이 공감했어요. 학원을 운영하면서 보면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본인이 공부를 잘하고 싶은 의지가 있었습니다.
호용 | 공부 전략도 중요합니다. 공부 잘하는 친구들은 학습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 공부해야 하는지 알고 있어요. 예를 들어 수학에서 100점을 받아야 한다면 어떤 교재를 풀어야 하는지, 시험기간에 어떻게 계획을 세워야 하는지를 알고 있는 거죠. 공부 못하는 친구들은 우선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손에 잡히는 대로 공부하다 보면 비효율적으로 시간을 사용하게 되죠.
고등학교 때 어떤 방식으로 공부했나요.
호원 | 저희 둘 다 충남 공주에 있는 한일고를 졸업했어요. 공부 잘한다는 학생이 모여 있는 자사고라 '넘사벽’인 친구가 많았죠. 1·2학년 때 나름 저도 열심히 한다고 생각했는데 최상위권을 뚫기는 어려웠어요. 그러다가 고3이 돼서 '공부의 신’으로 불렸던 고승덕 변호사 강연을 우연히 봤는데, 지금까지 내가 한 건 열심히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됐어요. 이후 고3 첫 중간고사에 자극받아 하루 17시간씩 한 달 내내 공부했더니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어요. 스스로 생각하는 한계가 진짜 한계가 아닐 수도 있다는 걸 깨닫는 경험이었습니다.
호용 | 저희에게 공부법을 많이 물어보시는데, 계획 세우기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학교에 다녀오면 어머니가 A4 용지 하나를 주시면서 오늘 해야 하는 일을 써보라고 하셨어요. 그걸 다 해야 놀 수 있었죠. 그런 습관이 모여서 중고등학교 시험기간에 공부 계획을 쉽게 세울 수 있었어요.
그걸 '자기주도학습’이라고 하나요.
호용 | 자기주도학습이 단순히 자습이라고 오해하는 분이 많아요. 본래 의미는 스스로 학습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을 탐색하고, 효율적인 방법을 택해서 수행한 뒤 피드백하는 과정까지를 포함하는 겁니다.
호원 | 또 다른 오해는 학원에 다니는 건 자기주도학습이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학원이든, 과외든, 인강이든 학생이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한다면 자기주도학습의 일환이라고 봅니다. 다만 학원을 다닌다는 걸로 공부를 끝냈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보통 '학습한다’라는 표현을 쓰잖아요. 여기엔 배우는 과정인 학(學)과 익히는 과정인 습(習)이 포함된 거예요. 학원에서 수업을 들은 건 '학’에만 해당되는 얘기죠. 그다음에 스스로 익히는 과정을 거쳐야 완전한 공부가 이뤄지는 건데 학원만 다녀서는 체득할 시간이 없죠. 그래서 학부모님들에게 학원에만 일주일 내내 있게 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말씀드려요. 적어도 새로운 걸 배우는 시간이 3이면 7은 혼자 공부하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교육용 엑스레이’ 개발이 목표"
2011년 '여성동아’는 서울대 입학을 앞둔 두 대표를 만난 적이 있다. 당시 여호원 대표는 사업가, 여호용 대표는 교육장학사업가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2020년 7월 올마이티캠퍼스를 오픈하며 그 꿈을 이뤘다. 하지만 두 대표의 목표는 대치동 학생들의 수학 성적을 올리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7월 올마이티캠퍼스는 스프링캠프 등 벤처캐피털로부터 시드머니를 투자받았다. 온라인 교육 서비스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이에 대한 여호용 대표의 설명이다."개인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게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청소년기에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가 중요하고요. 성적이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청소년기에 공부 외에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경험이 적습니다. 그런데 부모님의 교육 수준이나 살고 있는 지역에 따라 교육 기회의 소외가 발생한다면 너무 안타까운 거잖아요. 누구나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새로운 교육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오프라인 학원을 사교육 1번지, 대치동에 열었나요.
호용 | 우리나라 최고 수준의 교육이 무엇인지 파악해보고 싶었어요. 교육 서비스를 만드는 데 도움을 받을 것 같았죠.
호원 | 뭔가 해답이 있을 거라는 마음으로 대치동에 학원을 열었지만 생각과는 다른 부분도 많았습니다.
어떤 게 달랐나요.
호원 | 대치동도 인력 의존적으로 굴러가더라고요. 물론 뛰어난 선생님이 많지만 시간의 한계로 학생 개개인을 케어해줄 수 없고요.
두 분은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하나요.
호용 | 교육용 엑스레이를 만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지금까지는 교육을 인력에 의존하다 보니 선생님 개인의 감과 기억으로 학생들의 상태를 진단했잖아요. 그건 조선시대에 진맥을 통해 환자의 상태를 파악했던 것과 같은 아날로그 방식인 거죠. 이제는 기술로 학생들의 수준을 체크하고 그에 맞는 전략과 계획을 짜줄 수 있어야 한다고 봐요. 올해 하반기 론칭을 목표로 열심히 개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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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홍태식 게티이미지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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