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짧은 거리 안 가는 택시편 들어주는 것이 공정한가?

파이낸셜뉴스 2023. 2. 14.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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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권리 무시한 이기주의적 평등 주장 받아들이면 자본주의 상식무너져
타다금지법 이끈 극소수 세력, 타다 없애고, 다음 타깃으로 카카오택시 겨냥
정치적 이해관계가 아니라 상식이 잣대되어야
박용후 관점 디자이너

우리는 돈을 내고 제품을 사거나 서비스를 이용한다. 모든 서비스는 지불하는 비용에 따라 서비스의 질이 다르다. 명품은 금값보다 비싼 은반지도 존재하게 한다. 사람들은 스스로 느끼는 가치에 따라 값을 지불한다. 이것이 자본주의 사회가 움직이는 바탕에 있는 기본적인 메커니즘이다.

예를 들어 열차의 경우도 일반실과 특실은 가격도 다르고 서비스도 다르다. 비행기도 마찬가지다. 퍼스트클래스와 비즈니스, 일반석은 가격이 다른 만큼 다른 서비스를 제공한다. 소비자들도 마찬가지다. 값을 치르는 만큼 그에 걸맞는 것을 요구할 권리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자본주의 사회의 상식적인 룰이고 규칙이다. 그런데 요즘 이러한 상식이 말도 안되게 무너지는 일들이 자주 목격된다. 요즘 택시시장이 그렇다.

예전에는 거리에서 손을 흔들어 택시를 잡거나 택시승강장에서 순서대로 택시를 탔다. 그때는 거리에서 늦은 시간이면 ‘더블(double)’을 외치는 사람들도 쉽게 볼 수 있었다.

택시는 진화해 콜택시라는 호출형태를 탄생시켰고, 콜비라는 것을 내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그러던 것이 IT기술의 발달로 앱을 이용해 몇 번의 터치만으로 손쉽게 택시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고객에게는 편리함을, 종사자에게는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시장이 진화했다.

그러나 일부 정치권과 결탁한 소수의 이권세력이 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상식으로 여기던 기본적인 것들이 무너져가고 있다.

시장에서 가장 많이 이용하는 카카오T의 경우 블랙, 벤티, 모범, 블루, 일반 등 부를 수 있는 택시의 종류는 다섯 가지다. 고객은 자기 상황과 목적에 맞게 차를 부를 수 있다. 그런데 이 종류에 따라 부를 수 있는 서비스의 차이 때문에 만들어진 갈등이 시장을 흔들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택시는 26만대 정도다. 그중 4만대 정도가 T블루라는 가맹서비스를 통해 업에 종사하고 있다. 나머지 22만대는 플랫폼을 공짜로 이용해 고객과 연결하고 있다. 플랫폼 입장에서는 고객에게 더 많은 택시를 연결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존재한다.

T블루의 경우 고객도 호출료를 내고 가맹택시도 일정 비용을 지불한다. 이 서비스는 호출할 때 기사에게 승객의 목적지가 보이지 않고 승객이 탑승한 이후에 목적지가 표시되기 때문에 승차거부율이 매우 낮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단거리 승차거부를 멋지게 해결한 것이다. 그러나 비가맹택시의 경우 목적지가 표시되고 기사의 뜻에 따라 콜에 대한 수락여부가 결정된다.

단거리의 경우 가맹택시와 비가맹택시 가운데 어느 택시가 더 많이 고객과 연결될까? 이 문제는 초등학생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단연 가맹택시 연결비율이 높다. 이로 인해 콜의 비대칭이 발생하게 된다.

그런데 단 한푼도 내지 않으면서 골라태우기도 할 수 있는 비가맹택시 기사분들 중 아주 일부가 ‘콜몰아주기’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이슈가 제기됨에 따라 전문가들이 모여서 조사를 시작했고, 6개월 동안 17억건의 콜 발송이력을 조사해 2022년 9월 가맹택시와 비가맹택시 간 알고리즘에 의한 차별은 없었다고 발표했다. 또한 비가맹택시들이 느끼는 차별은 ‘영업방식의 차이’에 의한 것이라는 결과도 밝혔다. 그러나 공정위 조사결과는 이런 것과는 별개로 비상식적인 결과가 나왔다. 공정위는 공정하다는 착각에 빠져있는 듯하다.

만약 단 한푼도 내지 않은 경우와 웃돈을 내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무조건으로 똑 같아야 한다는 무비판적 사회주의식 이기적 평등논리에 기반한 것이라면 사회의 상식은 어떻게 바뀔지 의문이 들었다. 더 놀라운 것은 이런 상황을 주도하는 세력이 최고의 악법이라고 불리는 타다금지법을 주도했던 세력과 같다는 것도 놀라웠다.

이 시점에서 대한민국은 사회주의 국가인지, 자본주의 국가인지 묻고 싶을 정도다. 또한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다수의 상식을 거스르는 일을 정부가 앞장서도 괜찮은지도 궁금하다. 그런 비상식적인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박용후 관점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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