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칼럼]정찰풍선보다 더 큰 위기가 오면

여론독자부 2023. 2. 1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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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美·中 지정학적 긴장 고조 속
양국 교역량은 최고기록 경신
위기 막을 '안전판' 없는 상황
상업교류 이어갈수 있나 의문
[서울경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주 국정연설에서 중국의 정찰풍선에 대해 우회적으로 간단히 언급한 채 지나갔다. 파문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일 것이다. 중국도 미국에 유감을 표시한 데 이어 국내 언론과 소셜미디어에 대한 검열로 중국 내 민족주의 세력의 거친 반응을 억제했다.

중국은 이번과 비슷한 위기가 닥친 2011년 국내 언론을 총동원해 반미 감정을 부추기는 듯한 인상을 풍겼다. 당시 미국의 첩보정찰기가 중국 전투기와 충돌하면서 전투기 조종사가 사망했다. 중국은 미국 정찰기를 하이난섬에 강제착륙시킨 뒤 승무원 전원을 억류했다. 미국은 11일간의 팽팽한 신경전 끝에 ‘유감 서한’을 내놓았고 중국은 이를 미국의 사과 표명으로 받아들였다. 중국은 곧 억류 중이던 미군 전원을 석방했다. 정찰풍선 사건을 2011년 당시처럼 신속하고 용이하게 수습하기를 상상하기는 힘들다.

우리는 지금 독특한 역사적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미중 양국은 지정학적으로는 경쟁이 치열하지만 경제적으로는 서로 긴밀히 연결돼 있다. 지난해 양국의 상품 교역량은 6900억 달러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8년의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중국 상품에 부과한 관세와 이에 맞선 중국의 보복관세, 중국과의 첨단 기술 거래를 금지한 바이든 행정부의 새로운 규정에도 불구하고 교역량이 이렇게 증가하는 것은 그 자체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미국은 서로 다른 두 차원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이끌어가고 있다. 이 중 하나는 긴장이 급속히 고조되고 있는 지정학적 차원이다. 다른 하나는 양국 정부가 아니라 양국 소비자들과 기업들에 의해 결정되는 상업적 차원이다. 이처럼 서로 깊숙이 얽힌 상업적 관계는 지극히 상호의존적이다. 그렇다면 서로 다른 목적을 지닌 두 영역은 계속 나아갈 수 있을까. 불가능해 보인다.

헨리 폴슨 전 미 재무장관은 기고에서 세계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중국과의 우호적인 관계 때문에 미국이 경제 공황에 빠지지 않고 견딜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당시 중국은 막대한 규모의 미국 국채와 (미국 양대 국책 모기지 기관인 패니매와 프레디맥이 발행한) 주택담보채권을 보유하고 있었다. 만약 중국이 이들을 매각했다면 미국 경제는 걷잡을 수 없는 침체의 소용돌이로 빨려 들어갔을 것이고 이로 인한 낙진은 전 세계를 뒤덮었을 것이다. 미국은 채권을 매각하지 않도록 중국을 설득했고 실제로 중국은 자국의 재정 능력과 구매력을 이용해 세계 경제를 견인했다. (언젠가 반드시 찾아올) 금융위기가 현실화했을 때 세계 초강대국인 양국의 찰떡 정책 공조를 기대할 수 없으리라는 우려는 정신을 번쩍 들게 만든다.

지정학적 긴장은 빠르게 고조될 것이다. 지난주에는 정찰풍선보다 더 중요한 뉴스가 나왔다. 미국의 핵무기를 관장하는 전략사령부는 지상에 고정됐거나 이동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대를 중국이 미국보다 훨씬 많이 보유하고 있다고 의회에 보고했다. 양국 관계가 악화하자 중국은 핵무기 증강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였다. 현재 중국이 보유한 핵탄두 수는 미국에 뒤지지만 지난 가을에 나온 국방부 보고서에 따르면 이 수치는 2035년까지 3배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지금 3개의 주요 국가가 엄청난 양의 첨단 핵무기로 무장한 위험한 세계에서 살고 있다. 이들 가운데 러시아와 중국은 우방국으로 모두 미국을 주요 공격 대상으로 삼고 있다.

대만도 위태롭다. 우리는 대만을 침공하거나 주변 해협을 봉쇄하기 위한 중국의 장기적인 군사력 증강을 목격하고 있다. 대만을 둘러싼 단기적 위기가 터질 수도 있다.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이 자신이 공언한 대로 대만을 방문해 대만 독립을 지원하겠다는 도발적인 선언을 한다면 잠재적 위기의 뇌관에 즉시 불이 붙을 것이다.

현재로서는 양국 모두 위기 고조를 막을 안전판을 거의 갖고 있지 않다. 중국은 러시아와 달리 미국과 상호군축협정을 체결하지 않았고 현재 진행 중인 안보 관련 협상도 전무하다. 위기 관리를 위한 양국 군 당국자 대화도, 경제팀 간의 지속적인 접촉도 없다. 다음에 올 양국의 충돌 위기가 정찰풍선 때보다 크다면 아마도 쉽사리 바람을 빼기 힘들 것이다.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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