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정년연장’에 여성 반발 나오자…“재택근무 확대로 불만 달래기”

프랑스 정부·의회, 연금개혁 법안 추진
연금 수령 시기 늦추고 기여기간은 늘려
출산·육아 등 경력단절 女, 불이익 우려

애까지 업고... 11일(현지시간) 프랑스 북부지역 릴에서 열린 연금개혁 반대 집회에 한 시위자가 아이를 업은 채 참가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최근 프랑스에서 연금 개혁 추진에 따른 여성층의 불만이 제기되자 정부가 이를 달래기 위해 재택근무 확대에 나섰다는 분석이 12일(현지시간) 제기됐다.

이날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올리비에 베랑 정부 대변인은 프랑스 현지 언론들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재택근무 확대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우선 베랑 대변인은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개혁은 정년 연장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더 광범위하게 직장 내 삶의 질에 대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재택근무를 원한다”며 이는 기후 변화 대응 측면에서도 “훌륭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베랑 대변인은 정부가 마련한 기후 변화 대응 계획에 앞으로 프랑스인 1000만 명이 일주일에 2번씩 재택근무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전날 프랑스 전역에서 열린 연금 개혁 반대 시위에서 정년 연장을 넘어서 더 좋은 환경에서 일하고 싶다는 욕구를 읽을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정부와 노조가 정년 연장에는 입장이 다르지만 노동 생활의 질을 향상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계속 대화하고 있다고 베랑 대변인은 전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베랑 대변인이 재택근무 확대를 꺼내든 이유가 연금 개혁에 불만을 품고 있는 여성들의 지지를 얻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프랑스 정부가 추진하는 연금 개혁안에는 정년을 현행 62세에서 64세로 연장하고, 연금 100% 수령을 위해 기여해야 하는 기간을 42년에서 43년으로 늘리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이 같은 방안이 시행될 경우 출산, 육아 등으로 남성보다 경력 단절 가능성이 높은 여성은 연금 수령을 위해 더 오래 일해야 하거나, 그렇지 못할 경우 상대적으로 남성에 비해 적은 연금을 받게 될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이에 프랑스 전역에서는 지난 1월 19일과 31일, 이달 7일과 11일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고, 2월 16일과 3월 7일도 파업과 시위가 예정됐다. 정부의 연금 개혁에 반대하며 12년 만에 연합 전선을 구축한 프랑스 주요 8개 노동조합이 지난 11일 개최한 4차 시위에는 내무부 추산 96만 명, 노조 추산 250만 명이 참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프랑스 정부가 제출한 연금 개혁 법안은 현재 하원에서 심의 중이다. 범여권이 하원 의석 과반을 차지하지 못했지만, 정부는 우파 공화당(LR)의 지지를 기대하고 있다. 또 하원에서 과반 동의를 얻지 못하더라도 프랑스 정부는 헌법 특별 조항을 이용해 표결 절차를 생략할 수 있다. 다만, 이같은 방법을 통해 법안 처리를 강행할 경우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등 정부 측은 정치적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박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