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포럼]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최영민 한국화학연구원 연구전략본부장 2023. 2. 14.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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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민 한국화학연구원 연구전략본부장

차가운 현관 문고리를 잡을 때면 떠오르는 옛날 기억이 있다. 어린 시절 온종일 썰매를 타고 눈밭에서 뒹굴며 놀다 보면 손이 항상 차갑게 젖어있었다. 전통 한옥의 문고리는 실외에 노출돼 있어서 젖은 손으로 만지면 쩍하고 얼어붙어 버리기 일쑤였다. 그래서 문고리에 손이 달라붙지 않도록 옷소매로 감싸서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었다. 그만큼 예전에는 지금보다 더 추웠다. 나이가 들어서는 지구온난화 탓인지 아니면 난방이 잘된 실내에서 주로 생활해서인지 겨울이 어린 시절 기억만큼 춥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올해는 예년에 없던 기습적인 한파가 몇 번 있었다. 기상학자들에 따르면 이런 한파는 지구온난화와 관련이 있다고 한다. 지구온난화는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는 환경변화인데 겨울이 더 추워진다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비전문가로서 이해한 바로는 지구온난화로 북극의 기온이 올라가면 찬 공기의 남하를 막아주는 제트기류가 약해져서 북극의 찬 공기가 제트기류를 뚫고 남쪽으로 내려와 기록적인 한파를 만든다는 것이다. 원래는 북극이 차갑게 유지되고 다른 지역은 온화한 기온을 유지하며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상이변의 발생 정도와 회수가 점점 가속화된다는 것이 문제다. 기후 위기를 판단하는 지표인 온실가스 농도는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고 해수면 높이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현재 지구의 온도는 산업화 이전보다 1.1도 상승했으며, 그로 인한 폭우, 폭염, 폭설, 혹한, 태풍, 홍수, 가뭄 등 최악의 기상이변으로 많은 나라가 고통받고 있다.

인류는 이러한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재활용하거나 회수해 실질적인 배출량을 제로로 만드는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세계 각국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지금이라도 전 지구적인 고민을 시작했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우리나라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탄소중립 정책에 동참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대한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탄소배출이 많은 화석 연료 대신에 신재생에너지 등과 같이 탄소배출이 적은 에너지원이 필요하다. 신재생에너지에 비해 높은 발전단가, 안전성, 폐기물 처리 등의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지만, 원자력발전도 다시 검토되고 있다. 석탄과 같은 화석연료를 많이 쓰는 철강, 석유화학 등의 산업계도 저탄소 전기를 사용하거나 효율이 높은 탄소중립 공정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배출된 탄소를 회수해 자원화하거나 포집해 가두는 방법으로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 이 부분은 과학기술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며, 정부출연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산·학·연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의 제5차 과학기술기본계획, 제1차 국가연구개발 중장기 투자전략, 국가전략기술 육성방안 등 주요 국가연구개발 정책에도 12대 국가전략기술과 함께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전략적 R&D 투자 및 추진전략이 포함돼 있다.

우리나라의 1인당 탄소 배출량은 세계 21번째, OECD 국가 중 5번째로 많다. 일상생활 속에서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가전제품 사용은 줄이고, 에너지소비효율 등급이 높은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 1회용품 줄이기도 쉽게 실천할 수 있는 탄소중립 실천 방안의 하나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자동차를 운전할 때는 경제운전을 하는 것도 지혜로운 실천 방법이 될 수 있다.

국제사회의 협력, 혁신적인 R&D, 생활 속의 작은 실천이 모여서 기후위기를 극복한다면, 썰매를 타고 눈사람을 만들 만큼만 적당히 춥고, 농작물이 잘 자라고 시원한 소나기로 식혀줄 정도로 알맞게 더운 세상에서 우리 후손들이 뛰노는 모습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던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이 새삼 고맙게 생각되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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