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 밀정

윤평호 기자 2023. 2. 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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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

한동안 뜸했던 밀정이라는 단어가 지난해부터 다시 회자되고 있다.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단체연대회의 등은 김 학장이 1983년 예비검속에 붙잡혀 강제 징집된 후 보안사령부의 녹화공작 대상자로 관리받으며 성균관대 학생들의 동향 등을 보안사에 보고하고 인천부천민주노동자회 사건에서의 행보도 밀정으로 의심된다고 주장하며 밀정 의혹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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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평호 천안아산취재본부 부장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 이인화의 소설 제목으로도 잘 알려진 이 구절은 본디 셰익스피어의 희곡 '리어왕'에 나온다. 직업적으로는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없는 자도 존재한다. 밀정이 대표적인 경우다. 국어사전은 밀정을 "어떤 사실을 알아내기 위해 남몰래 엿보거나 살핌"으로 정의한다. 일제 강점과 한국전쟁, 독재정권 폭압을 지나오며 우리 역사에는 수많은 밀정이 암약했다.

다음 포털의 한국사인물열전을 보면 황옥은 1920년 3월 경기도경찰부 직속 도경부로 특채됐다. 그는 고등경찰과 경부로 근무하면서 독립투사의 감시와 정탐 업무를 맡았다. 모순된 것은 그가 일제경찰이면서 고려공산당 당원이기도 했다는 점. 황옥은 급진적 폭력투쟁도 불사한 독립운동단체인 의열단과 관계했다가 법정에 섰다. 1923년 8월 7일 재판에서 황옥은 의열단의 폭탄 반입을 도운 것은 의열단원들을 검거하기 위한 비밀 작전이었다고 고백해 파장을 일으켰다. 사실이라면 내가 누구인지 말해선 안되는 이가 정체를 만천하에 공표한 셈이다.

인물열전은 오늘날까지 황옥이 의열단에 잠입한 일제의 밀정이었는지, 친일파로 위장한 독립투사였는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고 기술한다. 황옥의 행적을 둘러싼 풀리지 않는 이야기는 영화 '밀정'의 소재로도 활용됐다.

한동안 뜸했던 밀정이라는 단어가 지난해부터 다시 회자되고 있다. 밀정 의혹에 휩싸인 인물은 지난해 행정안전부 경찰국 초대 국장을 역임한 김순호 현 경찰대학장이다.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단체연대회의 등은 김 학장이 1983년 예비검속에 붙잡혀 강제 징집된 후 보안사령부의 녹화공작 대상자로 관리받으며 성균관대 학생들의 동향 등을 보안사에 보고하고 인천부천민주노동자회 사건에서의 행보도 밀정으로 의심된다고 주장하며 밀정 의혹을 제기했다. 김 학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주사파로부터 단절" 등을 언급하며 의혹을 부인했지만 논란은 지속돼 지난달 31일 아산시 신창면 경찰대학 정문 앞에서는 시민사회단체들이 김순호 경찰대학장의 파면 촉구 기자회견을 가졌다. 1인 시위도 이어지고 있다.

경찰대학 졸업식에는 의레껏 정부 고위급 인사가 참석한다. 만약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하고 김순호 학장이 조우하고, 그날 1인 시위가 벌어진다면. '리어왕' 1막 4장에서 "내가 누구인지를 말해 줄 수 있는 사람?"의 대사 다음에는 바보의 대사, "리어의 그림자지"가 나온다. 경찰대학장은 누구의 그림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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