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말고 은행은 어떨까...우리 조상의 밸런타인데이 '경칩'
올해도 어김없이 연인들의 날 ‘2월 14일’이 돌아왔다.
한국민속대백과사전 등에 따르면 밸런타인데이는 1980년대 중반부터 일본에서 우리나라로 들어왔다. 서양에서는 남녀 상관없이 연인들이 선물을 나누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여자가 남자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는 날이다. 이 때문에 초콜릿 회사들의 ‘상술’에서 유래된 날이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밸런타인데이 유래의 다수설은 로마 시대로 알려져 있다. 로마 시대에는 국경선에 따라 배치된 군인들이 때대로 먼 곳으로 배치되는 경우가 있었다. 가정을 꾸린 병사들은 가족을 떠날 경우, 전쟁터 등에서 사기가 떨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 결혼이 엄격하게 제한됐다고 한다.
특히 원정을 떠나기 직전 병사의 결혼을 금지되었는데 발렌티노라는 신부가 법을 어기고 결혼을 원하는 남녀의 주례를 서준 것이 발각되어 270년 2월 14일 사형당했다고 전해진다.
훗날 이 신부를 기리기 위해 생긴 종교적 기념일인 성(聖) 발렌티노 축일이다. 일반적으로는 밸런타인데이(St. Valentine's Day)로 불리게 됐다.
현대 들어 영국, 미국 등에서 밸런타인데이 때 연인 간, 친구 간, 이웃 간 선물을 주는 풍습이 생겼고 이것이 우리나리에 들어와 여자가 남자에게 초콜릿을 주는 날로 여겨지게 되었다.
이처럼 서양에서 유래된 이벤트 날이지만 우리나라에도 ‘조선시대판 밸런타인 데이’가 있었다.
조선 세조의 명으로 강희맹이 1450년대 만든 사시찬요(四時纂要)에서 그 기록을 찾을 수 있다. 사시찬요는 월내 중국 당(唐)나라 시인 한악(韓鄂)이 펴낸 농업서적인데 강희맹이 국내 실정에 맞게 다시 편찬했다고 한다. 농촌 사회에 전승되는 민요나 설화 등에 깊은 관심을 갖고 강희맹은 이같은 내용을 사시찬요에 기록했다고 한다.
사시찬요에 따르면 개구리가 봄이 되어 알에서 깨어나는 경칩이 우리나라의 ‘밸런타인데이’라고 볼 수 있다.
양력으로 3월 5일 전후인 경칩이 되면 가을철 모아 간직했던 은행이 사랑의 증표가 되었다.
특이한 것은 백년가약을 맺은 부부와 혼인하지 않는 남녀 간 은행을 사용하는 방법을 달랐다고 한다. 처녀총각은 밤이 깊어지면 은행으로 고백을 하거나 은행을 나눠먹고 마을에 있는 수나무와 암나무를 돌려 사랑을 확인했다고 한다.
반면 남편과 아내는 서로 마주 앉아 남편은 수은행을, 부인은 암은행을 먹었다고 한다. 은행 껍질이 세모난 것은 수은행이고 둥근 모양은 암은행이다.
왜 은행이었을까. 은행나무는 암수가 구별된다. 암나무는 수나무에서 날라온 꽃가루가 있어야만 열매를 맺을 수 있다.
천년 넘게 살기도 하는 암수 은행나무가 오랫동안 서로 바라보며 항상 열매를 맺는 모습에서 은행을 사랑의 결실로 생각했던 것이다.
내달 경칩이 오면 따스한 봄바람 속에 옛날 선조들처럼 은행나무의 로맨스는 어떨까.
윤현서 기자 031@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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