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섬 살린 나무의 사진가 “ 당연시 해 온 세계에 감사 느끼길”

김여진 2023. 2. 14.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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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사진 작가 마이클 케나
풍경사진 거장 마이클 케나
50년 특별전 삼척·평창 작품 등
25일까지 서울 공근혜갤러리
2007년 월천 해변 촬영 후 화제
“해변 드라이브 중 우연히 포착
나무 지키는데 도움 되어 기뻐
강원 촬영 작업 이어가길 희망”
▲ 위쪽부터 마이클 케나 작가

삼척 솔섬.

삼척 원덕읍 월천리에 있는 강원 최남단 육지 섬이다. 하천 한가운데의 이 작은 섬은 가곡천과 바닷물이 만나는 지점에 모래가 쌓여 만들어졌다. 소나무 300여 그루가 군락을 지어 수려한 경관을 이뤘다.

이곳이 널리 알려지고 사라질 위기에서 벗어나게 된 것은 사진 1장의 힘이었다. 풍경사진의 대가로 불리는 영국 출신 사진작가 마이클 케나가 촬영한 단 한장의 사진으로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자연이 빚은 비경을 보여주는 케나의 작품 전시 이후 국내외 사진작가들의 출사가 줄이은 것은 물론 TV 광고에 등장하고, 한국관광공사의 여행정보지 ‘청사초롱’ 표지도 장식했다. 대한항공이 솔섬 사진을 광고에 활용한 이후 저작권 문제가 빚어지며 오히려 더 알려지기도 했다.

▲ 일본 훗카이도에서 촬영한 ‘Snow fall(눈 내린)’

그러나 섬 바로 옆으로 삼척 LNG 생산기지가 준공된 이후 이전 같은 모습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이곳을 찾던 사진작가와 애호가들은 기지 건설로 사라질 수도 있었던 솔섬이 가까스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는데 위안을 얻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제는 온전히 찾아볼 수 없는 풍경이 다시 국내 갤러리에 걸렸다. 마이클 케나(Michael Kenna)의 특별전 ‘철학자의 나무 II’가 오는 25일까지 서울 공근혜갤러리에서 열린다. 2011년 이 갤러리 기획으로 열렸던 ‘철학자의 나무’ 후 12년만에 다시 마련됐다. 작가 개인으로서는 활동 50주년을 맞이하는 해에 마련돼 더욱 뜻깊다.

케나는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을 2000년과 2021년 두 차례 수상한 세계적 작가다. 미국과 일본, 스페인 등에서도 예술상을 받으며 국제적 찬사를 받았다. 수상을 기념해 ‘나무’를 주제로 한 신간 사진집도 최근 영국과 프랑스에서 발간됐다.

▲ 월정사에서 촬영한 ‘나무와 고무신’

이번 특별전에도 삼척의 솔섬 연작을 선보인다. 공근혜 갤러리는 “사라질 뻔 했던 곳이 사진작품에 따라 명소가 된 것은 인간의 개발 의지보다 중요한 예술적 자산의 가치를 생각해볼 기회를 던져준 것”이라고 소개했다.

평창 월정사에서 촬영한 ‘나무와 고무신(Tree and Slippers)’도 눈길을 끈다. 국내에서는 충북 단양과 충남 운여해변 등의 풍광도 알린다. 영국에서 작업한 1970∼80년 초기작과 일본의 ‘철학자의 나무 연작’, 프랑스에서 촬영한 ‘케나의 딸, 올리비아의 나무’를 비롯해 영국, 미국, 이태리,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등에서 촬영한 풍경들도 다양하다. 가로 세로 각 40㎝의 대형 사이즈로 인화한 최신작 10여점도 있다. 작가의 작품으로는 드문 크기다.

비무장지대(DMZ)의 끊어진 철길과 강원도 휴전선 감시초소(GP)와 감시탑 등을 촬영, 한반도의 분단 현실을 사진으로 보여주기도 한 작가는 한국과 강원도에서 작업을 계속 이어나가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작가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제 작품들이 아름다운 나무들을 보존하는데 도움줄 수 있었다는 점에 매우 기쁘다”며 “한국에서 최대한 많은 곳을 다니며 작업하기 위해 노력해 왔는데 아직 발견할 풍경들이 많은만큼 향후 몇 년간 계속 이어가고 싶다”고 밝혔다. 김여진

▲ 2007년 삼척 월천 솔섬을 처음 촬영한 Pine Trees Study1.

삼척 솔섬을 처음 세상에 알린 마이클 케나 작가는 50년간 전세계를 다니며 나무를 중심으로 한 풍경을 흑백으로 담아왔다. 지난 달 전시 개막에 맞춰 사인회를 갖고 국내 팬들도 만난 작가는 본지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솔섬을 촬영하게 된 과정과 작업 50년을 맞는 소감 등을 밝혀왔다. 그는 “강원 삼척의 솔섬을 지키는데 도움이 되어 기쁘다”면서 “우리가 당연시 해온 세계에 대한 감사를 느끼는데 제 사진이 도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 지역에서도 주목하지 못한 나무섬을 어떻게 발견, 촬영하게 되셨나요.

= “사진작가들은 언제나 가장 흥미로운 주제에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완전히 다른 주제를 찾고 있을 때 나타난다고 해도 말이죠. 2007년 삼척 월천에서 놀랍고 아름다운 나무 군락지를 처음 발견한 것이 바로 그런 사례입니다. 친구와 강원도 해변을 드라이브하면서 오래된 구조 감시탑을 찾고 있었어요. 다른 나라에도 있는 구조물이지만 비무장지대와 남북한의 분단 현실 때문인지 강원도의 감시탑은 더 심오하고, 심지어 불길한 존재로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월천 해변을 방문한 후 충북 법주사로 갈 준비를 마친 시간이었는데요. 해질녘이었고 비가 곧 올 것 같았던 기억입니다. 잿빛 하늘은 음침했어요. 이때 저는 완전한 우연과 행운으로 나무들을 만났습니다. 나무들이 만든 그래픽 형태에 바로 충격을 받았고, 노출 시간 확보를 위해 잠시 멈췄습니다. 당시에는 이 사진들이 얼마나 중요해질지 몰랐죠.”


- 작품 공개 후 솔섬이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런 긍정적 효과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친환경적 메시지를 의도하셨나요.

= “사진의 영향력은 절대 과소, 혹은 과대평가하는 등 추정해서는 안됩니다. 이미지가 한번 세상에 공개되면, 그것만의 생명력을 갖기 때문입니다. 제 사진들이 삼척 소나무들이 잘려나가지 않게 보호하는데 도움됐다는 것은 매우 큰 위안입니다. 하지만 슬프게도 저는 정반대의 경험도 있습니다. 제 사진이 사진관광을 부추겨서 사진작가들의 과도한 출입으로부터 농작물을 보호하기 위해 해당 나무가 잘린 적도 있어요. 우리 모두는 땅을 존중할 책임이 있습니다.”


- 활동 50년을 맞았습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곳은 어디이고, 무엇이 심장을 뛰게 하나요.

= “한 장소만 고르는 것은 적절치도 않고 제게 가능하지도 않습니다. 저는 삶에서 영감을 얻습니다. 우리 존재 자체와 사랑, 우주의 신비와 기적을 받아들이는 것이 영감을 줍니다. 사진가로서 활동한 50년을 포함해서 70년의 인생 동안 계속 심장이 뛴다는 것에 매우 감사하고, 다음 50년도 간절히 기대하고 있습니다.”


-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은.

= “어떤 이미지이든 그에 대한 반응은 보는 분의 마음에 있습니다. 사진작가들은 매개로서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보는 것을 해석하고 전달하는 역할입니다. 진짜 창의성은 작품 자체에 뚜렷이 나타나게 됩니다. 물론, 저는 제 사진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의 웅장한 세계에 대해 더 큰 감사를 느끼도록 돕는다면 기쁠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너무 쉽고 당연하게 여기는 이 세계를요.” 진행·정리/김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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