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전한 에너지 과소비, 새해 40일 만에 무역적자 177억달러

조선일보 2023. 2. 14.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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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들어 40일만에 177억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무역적자 대부분은 원유, 가스, 석탄 등 3대 에너지 수입액이 급증한 탓이다. 정부가 작년부터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고 있지만, 원유 수입량은 지난해 7% 늘어난데 이어 올들어서도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 중구 명동의 한 대형매장이 추위 속에서도 문을 활짝 열고 전열기를 틀어놓고 있는 모습.

무역수지가 1월 127억달러 적자에 이어 2월 들어서도 열흘 새 50억달러 적자를 냈다.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수출이 12% 늘었으나 수입 증가폭이 17%로 더 컸기 때문이다. 특히 원유·가스·석탄 등 3대 에너지 수입액이 66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2% 급증했다. 무역 적자 대부분이 에너지 수입 탓이다.

정부는 작년 7월 에너지 수요 효율화 추진 방침을 밝히고 공공기관 실내 온도 17도 이하 유지, 민간 실내 온도 20도 이하 유도, 옥외 조명 소등 등 절약 캠페인을 벌였지만, 에너지 소비가 줄기는커녕 계속 늘고 있다. 지난해 원유 도입량은 재작년보다 7.3% 늘었다. 올 2월 들어서도 원유 도입 단가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10% 안팎 올랐지만 수입액은 45%나 늘어났다. 국제 유가가 급등해도 과소비가 여전하다는 뜻이다.

에너지 수입 증가가 무역 적자 폭을 키우고 있는 반면 수출 여건은 암울하다. 전체 수출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반도체는 2월 들어 열흘 동안 40%나 줄어 격감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자동차 수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고, 최대 교역국 중국에 대한 수출은 새해 들어서도 두 자릿수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대로 가면 연간 무역 적자액이 정부 전망치 260억달러보다 훨씬 커질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해외 여행객이 폭증하고 있어 서비스 수지 등을 합한 경상수지마저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우리나라는 1998년 이후 25년 연속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해왔다.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한 정부, 기업, 가계의 총력 대응이 절실하다. 그동안 역대 정부가 전기료, 가스료, 휘발유 값을 선심성 ‘정치 요금’으로 만든 탓에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이면서 세계 8위의 에너지 다소비국이 됐다. 1인당 전력 소비량이 OECD 36국 중 5위에 이를 정도로 전기 낭비도 심하다.

에너지 절약 캠페인으론 부족하다. 강도 높은 가격 정책을 통해 에너지 절약을 유도해야 한다. 유류세 할인도 더 줄여 기름값도 하루빨리 정상화해야 한다. 전기료도 마찬가지다. 현재와 같은 에너지 과소비·저효율 구조로는 에너지 수입량을 줄일 수 없고, 무역수지 개선도 기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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