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민은 고금리에 죽을 지경, 은행은 10억 퇴직금 돈 잔치

조선일보 2023. 2. 14.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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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덕분에 사상 최대 이익을 낸 시중은행들이 퇴직자에게 1인당 평균 6억~7억원씩, 합계 수천억원을 퇴직금으로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이후 5대 시중은행의 희망퇴직자는 약 2200명이다. KB국민은행은 희망 퇴직금으로 2725억원을 주었고, 신한은행은 1336억원, 우리은행은 1547억원을 지급했다. 희망퇴직금은 최대 36개월치 월급에, 수천만원의 학자금‧재취업 지원금, 건강검진비 등을 포함해 1인당 3억4400만원~4억4300만원으로 책정됐다. 여기에다 근속 연수에 비례해 주는 법정 퇴직금까지 합하면 은행원 1인당 퇴직금이 평균 6억~7억원에 이른다는 계산이 나온다. 50대 간부급 퇴직자 중엔 10억원 안팎을 받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이자 장사로 쉽게 돈을 버는 한국의 은행에서 벌어지는 이런 일은 심각한 집단 도덕적 해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은행들은 희망퇴직이 경영 효율화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기업들이 긴급한 경영상의 이유로 꼭 필요할 때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것과 달리, 은행권의 희망퇴직은 매년 정례화되면서 중고참 직원들에게 목돈을 얹어주는 일종의 복지제도로 변질됐다. 사회 전체적으로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속에서도 은행원들은 재직 중 고연봉을 누리다가 퇴직하면서도 거액을 챙겨가는 특혜를 누리고 있다.

지난해 KB국민·신한·하나·우리금융 등이 사상 최대 실적을 낸 것은 특별히 은행들이 경영을 잘해서가 아니라 금리가 급격히 오른 덕분에 이자 이익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반면 그 고금리로 인해 서민들과 자영업자, ‘영끌 대출’로 집을 산 3040세대는 ‘이자 폭탄’으로 고통받고 있다. 월 소득의 90%를 이자로 내는 지경이라고 한다. 경제의 동맥 역할을 해야 할 은행들이 땅 짚고 헤엄치기로 서민들에게서 번 돈으로 ‘퇴직금 돈잔치’를 벌이는 것은 볼썽사납다. 이 돈은 서민 고객들의 고금리 고통을 덜어주는 데 써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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