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김주애 미스터리

황대진 논설위원 2023. 2. 14.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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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메리(Bloody Mary)’로 불리는 영국 메리 1세는 9살 때 왕위 계승자가 됐다. 그러나 아버지 헨리 8세는 뒤에 남동생이 태어나자 그에게 왕위를 물려줬다. 메리는 남동생이 요절한 뒤 귀족들과 왕권 투쟁 끝에 37세에 잉글랜드 첫 여왕이 됐다. 최근 사망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10살 때 갑자기 왕위 계승 1순위가 됐다. 그와 8촌 간인 덴마크 여왕 마르그레테 2세는 13살에 왕세녀가 됐고, 32세에 즉위해 지금까지 자리를 지킨다.

▶동양에선 어린 여성이 왕위 계승자가 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일본에서 ‘여성 일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2006년 여왕 즉위가 가능하도록 왕실전범을 개정하려 했다. 하지만 왕가에 아들 임신이 생기자 계획을 접었다. 동양이라도 왕국 아닌 공화국에선 부녀 권력자가 적지 않다. 인도 네루 총리의 딸 인디라 간디 총리, 인도네시아 수카르노 대통령의 딸 메가와티 대통령, 미얀마의 아웅산 부녀, 파키스탄의 부토 부녀, 우리나라의 박정희·박근혜 전 대통령이 있다.

▶이름은 공화국인 북한은 실제론 김씨 왕국이다. 그런데 김정은의 10살 딸 김주애가 후계자라는 설이 부쩍 나온다. ICBM 시험 발사에 동행하고 심야 열병식에도 등장해 김정은 옆에서 군을 사열했다. 호칭도 ‘사랑하는’에서 ‘존귀하신’을 거쳐 ‘존경하는’으로까지 격상됐다. 백두혈통만 탄다는 김주애의 백마가 등장하고, 주민들에게는 ‘주애’라는 이름을 쓰지 못하게 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북한 전문가들은 마흔도 안 된 김정은이 후계자를 지금부터 공개할 이유가 없다고 한다. 대내외적 위험에 오랜 기간 노출시킬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김정은은 25세, 김정일은 31세에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래서 김주애 노출은 제재와 코로나로 심각한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북한 내부를 겨냥한 ‘쇼’라는 관측이 많다. 어린 소녀를 등장시켜 ‘핵 강국’의 미래를 보여주며 외부 문화에 빠진 청년들의 사상을 단속하려 한다는 것이다.

▶한때 김여정 후계설도 있었지만 이 역시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김정은은 2010년생 장남, 2013년생 주애, 그 밑으로 성별이 확인되지 않은 셋째를 뒀는데, 혼외자는 없고 모두 리설주의 자식이라고 한다. 북한과 같은 극단적 남성 우월 사회에서 장남의 ‘왕위’ 계승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전문가가 많다. 현재 해외 유학 중이어서 신분 노출을 극도로 조심하는 것으로 분석한다. 누가 왕위를 계승하든 10살짜리 어린이를 진심으로 ‘존경’해야만 하는 북한 주민들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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