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고에서 찾아낸 유물이야기] <41> 청자 막새기와

성현주 부산박물관 유물관리팀장 2023. 2. 14.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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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유일한 자기질 기와 고려 의종 호화정자 기와 추정

지난해 봄부터 개방된 청와대를 찾은 방문객이 275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그간 금단의 공간으로 여겨지던 청와대의 문이 열리면서 대중의 관심도 부쩍 높아졌다. ‘청와대’는 4·19 혁명 후 취임한 윤보선 대통령이 이승만 독재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경무대’ 대신 붙인 대통령 관저의 새로운 이름이었다. 말 그대로 ‘높은 터에 위치한 푸른색 기와집’이라는 뜻이다.

청자 막새기와. 부산박물관 제공


청와(靑瓦), 즉 청기와는 녹색 청록색 청색 등 푸른색 계통 유약을 입혀 두 번 구워낸 기와이다. 비싼 생산단가와 고난도 제작기술로 역대 최고 권력자들에게만 제한적으로 허용되었던 최고급 건축재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최초 청기와는 납·구리 성분 유약을 발라 낮은 온도로 구운 녹유(綠釉) 기와로, 백제 미륵사지에서 발견됐다. 조선 청기와는 주로 납·구리(또는 코발트)·철 등에 알칼리성 염초(焰硝, 질산칼륨)를 섞은 유약을 입혀 더욱 높은 온도로 구운 남유(藍釉) 기와로, 경복궁· 창덕궁·창경궁 등 궁궐과 원각사·회암사 등 왕실 사찰에서 확인되었다.

고려 청자기와도 푸른색 유약을 입힌 점에서 청기와의 일종이다. 그러나 청자기와는 자기 점토에 석회유(石灰釉)를 입혀 섭씨 1200도 이상 고온에서 구워낸 세계 유일의 자기질(磁器質) 기와라는 점에서, 시유도기(施釉陶器)의 일종인 여타 청기와들과 확실히 차별화되는 최고의 청기와라 할 수 있다.

부산박물관 미술실에는 청자기와 중 막새기와 한 조가 전시되어 있다. 막새기와는 평기와 끝에 여러 문양을 찍은 드림새를 붙여 지붕 끝 처마를 아름답게 마감하는데 사용된 것이다. 둥근 수막새는 구슬문 테두리 안에 활짝 핀 모란꽃을, 눈썹 모양 암막새는 굽이치는 넝쿨을 섬세하게 새긴 문양 틀로 찍어 표현했다. 수막새 등 부분에는 고정을 위한 못 구멍이 하나 있다.

‘고려사’ 의종 11년(1157) 기록에는 ‘양이정(養怡亭)’이라는 정자 지붕에 청자기와를 덮었다는 내용이 있는데, 부산박물관 소장 청자 막새기와도 이 시기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무신정변으로 쫓겨난 고려 18대 임금 의종은 호사 취미로 유명했는데, 청자기와로 그 사치의 정도를 짐작할 수 있다.

개성박물관 초대 관장이자 선구적 미술사학자인 고유섭은 고려 궁궐터 만월대 인근에서 발견된 청자기와 조각을 최고의 보물로 꼽았다고 한다. 역사학계의 수수께끼였던 청자기와의 실체가 드러난 것은 1964년 국립중앙박물관의 전남 강진 사당리 청자가마터 발굴조사를 통해서였다. 당시 수백 점의 청자기와가 쏟아져나와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다가오는 봄에는 국립중앙박물관 연못가 청자정(靑瓷亭)이나 강진의 계룡정(鷄龍亭), 무념정(無念亭) 등 비취색 청자기와를 얹은 정자를 찾아 고려 왕족이 된 듯 호사스럽게 봄날의 정취를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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