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싸고 돈 떼일 걱정 없어… ‘공유 주거’ 늘어난다

정순우 기자 2023. 2. 14.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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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공간 뺀 주방·거실 함께 사용
2030세대서 ‘코리빙’이 대안으로

지방 출신으로 서울 중소기업에 다니는 박모(29)씨는 최근 자신이 거주하던 빌라 전세 계약이 끝나자 시내의 한 ‘공유 주거’ 주택에 입주하기로 결정했다. 임대인이 기업이라 보증금을 떼일 우려가 적고, 주변 오피스텔보다 월세가 30% 정도 저렴했기 때문이다. 박씨는 “보안 시스템이 좋고, 공용 라운지와 피트니스센터 같은 커뮤니티 시설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최근 주거비가 치솟고 전세 사기까지 기승을 부리면서 ‘공유 주거(Co-living)’를 선택하는 2030 직장인이 늘고 있다. 공유 주거란 침실·화장실 등 필수 개인 공간은 각 실(室)별로 제공하면서 주방과 거실, 체육시설 등 공유 가능한 공간은 입주민들이 함께 이용하는 형태다. 최근 시장 성장이 예상되자 부동산 개발업체뿐 아니라 스타트업과 대기업, 해외 펀드까지 뛰어들고 있다.

방은 각자 쓰고 거실·주방 등 공용부는 다른 입주민들과 함께 쓰는 '공유 주거'를 선택하는 2030 직장인이 늘고 있다. 임차료 부담이 적은 데다 기업형이어서 보증금을 떼일 우려도 적기 때문이다. 사진은 홈즈컴퍼니의 공유 주거 주택 '선정릉 홈즈스튜디오'. /홈즈컴퍼니

◇판 커지는 공유 주거 시장

공유 주거는 과거 대학가나 고시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시원이 진화한 형태로 볼 수 있다. 부동산 개발 기업이 도심 내 단독주택이나 도시형생활주택을 매입해 내부를 리모델링한 후 기숙사처럼 제공하는 것이다. 주방·식당·거실 등 자리를 많이 차지하는 부분을 공유 공간으로 제공하는 만큼, 오피스텔과 비교해 임대료가 저렴하다. 서울 신촌 한 공유 주택의 임대료는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100만~120만원 선인데, 보증금이 비슷한 주변 신축 오피스텔의 월세 시세는 150만~200만원이다. 지난달 공유 주거에 입주한 정모(37)씨는 “코로나 기간에는 거실·주방 등 공용 시설을 타인과 함께 쓰는데 대한 거부감이 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며 “2030이 많이 모이는 부동산 사이트에는 좋은 공유 주거에 대한 정보들이 수시로 올라온다”고 말했다.

이전에 공유 주거 사업은 홈즈컴퍼니, MGRV 같은 프롭테크(부동산과 기술의 합성어) 스타트업들이 이끌었다. 하지만 최근엔 SK디앤디, KT에스테이트 등 대기업 계열사들도 뛰어들었다. 이달 초에는 영국계 운용사 ICG가 홈즈컴퍼니와 손잡고 공유 주거 사업을 위한 3000억원 규모 펀드를 조성키로 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운용사가 오피스나 물류센터와 같은 상업용 부동산이 아닌 주택 임대 분야에도 눈독을 들이기 시작한 것”이라며 “공유 주거의 시장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SK디앤디는 2020년 ‘에피소드’라는 브랜드를 론칭하고 서울 성수동, 신촌 등에서 공유 주거 사업을 시작했다. KT 계열의 부동산 개발회사 KT에스테이트는 야놀자클라우드와 함께 올해 1월 ‘헤이(heyy)’라는 브랜드로 서울 군자와 미아에 공유 주택을 열었다. 부동산 업계는 국내 기업형 공유 주거 시장 규모를 1만5000실 규모로 추산하고 있다.

SK디앤디 '에피소드 수유'의 공유 라운지. /SK디앤디

◇일반 기업도 기숙사업 길 열린다

업계에서는 공유 주거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과거 학교, 공장주로 제한됐던 기숙사 임대업이 앞으로는 일반 임대사업자에게도 허용되기 때문이다. 공유 주거는 기숙사와 유사한 주거 상품을 제공하지만, 법적으로 기숙사는 아니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가 건축법 시행령을 개정해 공유 주거도 기숙사로 분류하기로 했다.

기숙사형 공유 주택은 실내에 취사 시설이나 화장실을 의무적으로 배치할 필요가 없고 주차장도 오피스텔(가구당 0.5대)보다 완화된 ‘건축 면적 200㎡당 1대’가 적용된다. 기업들이 같은 면적의 땅에 보다 많은 방을 넣고 공용부는 대형화하면서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서용식 수목건축 대표는 “기숙사가 가능해지면 임대 수익성이 오피스텔에 비해 50% 정도 높아질 것”이라며 “1인 가구 증가 추세에 규제 완화 효과까지 더해져 기숙사형 공유 주거 산업이 급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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