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만난세상] 연포탕의 진정성

유지혜 2023. 2. 13.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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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지도 고통을 느낀다.

산 채로 끓는 물에 들어가면 몸이 타들어 가는 고통을 느끼며 죽는다고 한다.

산 채로 회를 뜨거나 끓는 물에 바로 넣는 행위 등은 동물 학대에 해당한다.

예컨대 살아있는 낙지를 끓는 육수에 집어넣는 음식인 '연포탕'은 일부 국가에서 불법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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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지도 고통을 느낀다. 산 채로 끓는 물에 들어가면 몸이 타들어 가는 고통을 느끼며 죽는다고 한다. 영국과 같은 동물복지 선진국에서는 낙지 등 무척추동물도 동물보호법의 대상이다. 산 채로 회를 뜨거나 끓는 물에 바로 넣는 행위 등은 동물 학대에 해당한다. 예컨대 살아있는 낙지를 끓는 육수에 집어넣는 음식인 ‘연포탕’은 일부 국가에서 불법인 셈이다.

최근 ‘연포탕’(연대·포용·탕평)을 외치는 정치인이 있다. 3·8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한 유력 당권 주자 김기현 후보다. 김 후보는 해당 구호를 들고나오며 “당내 어떤 분들이나 어떤 세력과도 다 연대·포용·탕평하겠다. 연포탕을 맛있게 끓여서 국민 밥상에 내어놓겠다”고 밝혔다.
유지혜 정치부 기자
지난 설 연휴에는 ‘연포탕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찬 메뉴로 연포탕을 내놓기도 했다. 그날 밥상에는 진짜 살아있는 낙지가 올랐다, 팔팔 끓는 탕 속에서 꿈틀대다 죽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김 후보는 간담회 전날 유기견 봉사활동에 나서며 “동물복지권 강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원연구단체인 동물복지국회포럼 회원이기도 하다.

문제는 김 후보의 ‘연대·포용·탕평’에 대한 진정성이 동물복지에 대한 것만큼이나 의심스럽다는 점이다. 김 후보 측에서 경쟁자인 안철수 후보를 공격하기 위해 ‘탈당’과 ‘탄핵’ 등을 입에 올리는 것이 대표적이다. 김 후보의 후원회장이던 신평 변호사는 안 후보가 당대표가 되면 윤석열 대통령이 탈당하거나 레임덕(임기 말 권력 누수 현상)이 올 것이라고 주장했고, 김 후보는 안 후보 당선 시 대통령 탄핵이 우려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김 후보는 고 신영복 교수와 노동조합 등에 관한 안 후보의 과거 발언을 문제 삼아 이념 공세를 펴기도 했다.

‘연포탕’의 진정성은 ‘김나(김기현·나경원) 연대’에 제한적으로 발휘됐다. 김 후보는 나 전 의원의 서울 자택은 물론 강원 강릉의 가족여행까지 찾아가 만났고, 나 전 의원을 비판하는 연판장을 냈던 친윤계 초선 의원들 역시 나 전 의원의 사무실을 방문했다. 결국 나 전 의원은 김 후보와 독대 끝에 손을 맞잡고 ‘사실상 지지’에 나섰다. 김 후보가 내년 총선 공천권을 갖는 대표가 된다면 탕평 역시 선택적으로 이뤄질 공산이 높다.

그렇다고 상대 주자인 안 후보에게 진정성 있는 ‘연포탕’을 바라기도 쉽지 않다. 안 후보에게는 ‘윤안(윤석열·안철수) 연대’도, ‘안나(안철수·나경원) 연대’도 존재하지 않는다. 친윤(친윤석열)계도, 비윤(비윤석열)계도 안 후보를 외면하고 있다. 이대로 안 후보가 당대표가 된다고 해도 당내 포용과 탕평은 쉽지 않아 보인다. 김 후보의 표현을 빌리자면 연포탕을 끓이려야 끓일 수 없을지도 모른다.

“대한민국과 당의 성공을 바라는 분이라면 누구와도 연대할 수 있다. 같은 목표를 향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방법론의 차이와 다양한 의견은 당의 역동성을 강화한다.” 지난달 30일 본지 인터뷰에서 “유승민 전 의원과 이준석 전 대표 등 비윤계도 ‘연포탕’의 대상이냐”는 질문에 김 후보가 한 답이다. 앞으로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전대에서 김 후보가 대표로 선출된다면, 이때 본인이 했던 말을 꼭 지키길 바란다.

유지혜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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