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식의세계속으로] 문화적 자유 말살 세력의 무모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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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이후 태어난 세대에게 살만 루슈디는 생소한 이름일 것이다.
1989년 이란의 종교 지도자 호메이니는 영국에 거주하는 인도계 소설가 루슈디에게 사형을 선고하는 파트와(칙령)를 내렸다.
하지만 이란의 호메이니는 '악마의 시'를 읽지도 않고 사형을 선고했고, 루슈디를 죽이려고 칼을 들고 공격한 청년도 소설의 한두 페이지를 읽었을 뿐이라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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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잡 시위 자국 시민도 폭력적 진압… 망동 계속
종교의 엄숙함으로 포장했으나 실제로는 이란과 아무 상관도 없는 한 작가를 전 세계 누구라도 죽여버리라는 국제적 살인 교사(敎唆)였다. 1989년부터 2000년까지 루슈디는 숨어 살아야 했고 그에게는 ‘은둔 작가’라는 별명이 붙었다. 2000년 런던에서 뉴욕으로 이주하면서 루슈디는 경호를 벗어버리고 자유롭고 공개적인 삶으로 돌아왔다.
그러다 지난해 8월 뉴욕주에서 열린 한 공개 강연에서 루슈디는 레바논계 미국 테러리스트의 칼에 찔려 한쪽 눈을 잃고 팔도 자유롭게 움직이기 어려운 상태가 되었다. 30여년 전 펜으로 쓴 글이 뒤늦게 칼부림으로 돌아온 셈이다. 이란의 이슬람 공화국은 여전히 살해 명령을 유지하며 수백만 달러의 현상금을 루슈디의 목에 달아놓은 상태다.
1980년대를 살았던 세대에게 루슈디는 표현의 자유를 상징하는 작가다. ‘악마의 시’는 과격한 제목과는 달리 종교나 이슬람, 또는 마호메트에 관한 소설이 아니다. 고향이나 나라를 떠나서 사는 이주민의 정서와 정체성을 다룬 이야기다. 인도의 이슬람 집안에서 자란 루슈디 자신도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서 교육을 받고 영어로 작품을 쓰는 다문화 소설가다.
폭력으로 문화적 자유를 말살시키려는 세력의 특징은 무모함이다. 한 작가의 목숨을 빼앗을 정도의 극단적 결정이라면 그의 글을 읽어보는 것은 기본이다. 하지만 이란의 호메이니는 ‘악마의 시’를 읽지도 않고 사형을 선고했고, 루슈디를 죽이려고 칼을 들고 공격한 청년도 소설의 한두 페이지를 읽었을 뿐이라고 고백했다.
직접 읽어보지 않고 신성모독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글을 샅샅이 읽어 신성모독의 여부를 결정할 권리는 누구의 몫일까. 이런 권력을 가진 사람은 신성모독의 글을 읽어도 괜찮은가.
이란의 선동으로 일본과 이탈리아의 소설 번역자는 둘 다 칼부림의 피해자가 되었고 일본 문인은 그로 사망했다. 노르웨이의 출판사 대표는 총을 맞았다. 그래도 루슈디는 계속 글을 썼고 지난주 ‘빅토리 시티’(Victory City)라는 소설을 미국과 영국에서 출판했다. 무자비한 폭력의 표적이 된 이후 출간된 16번째 책이다.
루슈디를 지탱하는 힘은 무엇이었을까. 죽음이란 인간 누구에게나 언젠가 찾아오는 운명이라는 확신, 그리고 아무리 위대한 인간과 영광도 결국은 말과 글로써 후대에 남는다는 문학에 대한 믿음일 것이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살인의 위협에도 30년 이상을 버티며 글쓰기를 포기하지 않은 루슈디의 용기에 경의를 보낸다. 신작 ‘빅토리 시티’는 여성의 해방과 인간 평등을 지향하는 내용으로 인도의 힌두 전통과 엮어 전개하는 소설이라고 한다.
지난해 가을부터 이란에서 히잡을 벗어 던지는 시민들의 반(反)체제 투쟁에서 2만명 이상이 체포되었고 미성년자 70명을 포함해 500여명의 시민이 사망했다는 소식이다. 30년 전 외국 작가를 살해하라던 이슬람 신정 체제의 무모함과 폭력성이 이번에는 자국민을 향한 망동으로 계속되는 중이다.
조홍식 숭실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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