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밀라노가 웃는다... ‘명품쇼핑 1번지’ 런던이 흔들리는 이유

김나영 기자 2023. 2. 13.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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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1년 1월 6일 오후(현지 시각) 영국 런던 리젠트스트리트와 옥스퍼드 스트리트가 교차하는 지점의 최고 명당 톱숍 매장 앞 거리가 텅 비어있다./이해인 기자

영국 정부가 외국인 관광객들에 대한 부가세 환급을 하지 않기로 하면서 ‘명품 쇼핑 1번지’ 런던의 명성이 흔들리고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여름부터 쇼핑을 하러 런던을 찾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뜸해지고 있다. 대신 런던과 함께 대표적인 쇼핑 도시로 꼽히는 프랑스 파리와 이탈리아 밀라노엔 더욱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

영국 정부는 2020년 말부터 외국인 관광객에 대한 쇼핑 면세 규정을 폐지했다. 연간 20억 파운드(약 3조원)에 달하는 공공 비용을 더는 감당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WSJ는 “런던은 유럽 주요 관광도시 가운데 관광객이 20%에 달하는 부가가치세(VAT)를 돌려받지 못하는 유일한 곳이 됐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팬데믹 이후 외국인 관광객 특수는 런던을 비켜갔다. 세금 환급 분석 업체 글로벌 블루에 따르면 올해 1월 유럽을 방문한 미국 관광객들의 VAT 환급금은 2019년 1월에 비해 297% 폭등했다. 같은 기간 중동 관광객들의 환급금도 224% 올랐다. 더욱이 올여름엔 국경 개방으로 명품 시장의 큰손인 중국인 관광객들이 유럽을 대거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런던 내 명품 소매업체들은 영국 정부에 면세 규정을 되살려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구찌와 루이비통 등 세계적 명품 브랜드의 경우 런던 매장에서 판매가 부진해도 다른 매장에서 만회할 수 있는데 반해 영국 내 매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브랜드나 고급 백화점들의 경우 큰 타격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영국 브랜드 멀버리는 세금 규정이 바뀌기 전까지 매출 절반이 런던 명품 쇼핑가 본드스트리트 매장에서 나왔으나 현재 해당 비율이 5% 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런던의 부동산 시장도 타격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글로벌 부동산컨설팅사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C&W)에 따르면 지난해 런던 뉴본드스트리트는 세계에서 임대료가 가장 비싼 쇼핑가 3위 자리를 이탈리아 밀라노 비아 몬테나폴레오네에 넘겨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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