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크리스털’처럼 빛났다
오랜 시간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에서 ‘무명’이었던 박지원(27·서울시청)이 이제는 ‘에이스’로 우뚝 섰다.
박지원은 13일 네덜란드 도르드레흐트에서 열린 2022~202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6차 대회 남자 1000m 2차 레이스에서 1분25초359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어 남자 5000m 계주에서도 마지막 주자로 나서 중국을 따돌리고 우승을 이끌었다.
이로써 박지원은 지난 12일 남자 1500m 우승을 포함해 이번 대회 3관왕에 올랐다. 6차까지 월드컵 랭킹 총점 1068점을 기록해 2위 홍경환(674점·고양시청), 3위 스티븐 뒤부아(668점·캐나다)를 큰 차이로 제치고 2022~2023시즌 월드컵 개인 종합 1위에 등극했다.
ISU는 올 시즌 월드컵 창설 25주년을 맞아 월드컵 1∼6차 대회 성적으로 남녀 종합 1위를 선정해 특별 트로피인 ‘크리스털 글로브’를 수여했다. 박지원은 여자부 쉬자너 스휠팅(네덜란드)과 함께 초대 수상자가 됐다.
무명 생활이 길었던 박지원이기에 이번 우승은 더 큰 의미가 있다.
2015~2016시즌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던 박지원은 중국으로 귀화한 린샤오쥔(한국명 임효준), 황대헌(강원도청) 등에게 번번이 밀렸다. 시니어 7시즌 중 4시즌이나 태극마크를 달았지만 린샤오쥔이나 황대헌처럼 집중 조명을 받지 못했다.
특히 올림픽 운이 없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했다. 지난해 열린 2022 베이징 대회에서도 박지원은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다. 대표팀 선발 1, 2차전에서 넘어지면서 예비 명단에만 이름을 간신히 올렸다.
이런 시련이 박지원을 더 독하게 만들었다. 사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에이스 황대헌이 부상으로 낙마하면서 한국 남자 쇼트트랙의 전망은 밝지 않았다. 하지만 이 자리를 박지원이 대신하며 공백을 지웠다. 박지원은 ISU 인터뷰를 통해 “지난 몇년 동안 대표팀에 뽑히지 못할 때가 많았다. 그래서 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매 순간 모든 힘을 쏟은 이유”라고 말했다.
박지원은 “크리스털 글로브 초대 우승자가 돼 쇼트트랙 역사의 한 부분이 되고 싶었다. 그것을 해낸 내가 자랑스럽다”면서 “이 트로피는 당분간 밥을 먹을 때나 잠을 잘 때나 내 곁에 둘 것이다. 다만 비행기에 어떻게 실어야 할지 고민”이라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이제 박지원의 시선은 3월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를 향한다. 이번 쇼트트랙 세계선수권은 서울에서 열리기 때문에 한국 에이스로 올라선 그가 ‘홈’에서 어떤 활약을 펼칠지에 관심이 쏠린다. 박지원은 2016년 서울에서 열렸던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남자 계주 부문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2019년에는 남자 계주 금메달을 합작했다. 박지원의 기량이 절정에 오른 만큼 이번 대회에서는 개인전 메달도 기대된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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