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신기후연구소, 24개 글로벌 기업 ‘기후 공약’ 평가 삼성전자 ‘최저 등급’…목표 달성 의문
덴마크 선사 머스크만 ‘합리적’
애플·구글·MS 등 8곳은 ‘보통’
삼성전자의 탄소중립 계획이 24개 글로벌 기업의 기후 공약 중에서 가장 낮은 등급을 받았다.
13일 독일 비영리단체 신기후연구소와 탄소시장감시가 24개 글로벌 기업의 기후 공약을 평가한 ‘기업 기후 책임 모니터’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2050 탄소중립 선언과 RE100(재생에너지 100%) 가입”을 선언한 삼성전자는 ‘매우 낮음’ 평가를 받았다. 우수, 합리적, 중간, 낮음, 매우 낮음 등 총 5단계 평가 등급 중 가장 낮다.
신기후연구소·탄소시장감시는 “삼성전자는 공급망 내 탄소 감축 계획이 빠지고 자료 공개 투명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삼성전자의 2050년 탄소중립 선언에는 제품 생산과정과 연료 사용으로 직접 배출하는 탄소(범위1)와 화력발전 전력 사용 등 간접적으로 발생하는 탄소(범위2)만 포함됐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는 공급망을 비롯해 제품 소비단계에서 발생하는 배출량(범위3)에 대한 탄소 감축 계획에 대해서는 “향후 수립하겠다”고만 언급했다. 범위1과 2는 2019년 기준, 삼성전자 탄소배출량의 20%에 그친다. 신기후연구소·탄소시장감시는 “삼성전자는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했지만, 이는 2019년 배출량의 20%만 줄이겠다고 약속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지속 가능성 보고서에서도 범위3 배출량은 따로 공개하지 않았다. 이들 단체는 “범위3 배출량은 제한적으로 접근 가능한 문서에서만 확인할 수 있다”며 “삼성이 대중에 공개되는 지속 가능성 보고서를 통해 전체 탄소배출량을 밝힌다면 투명성을 더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탄소중립 단기 실천방안이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지적됐다. 신기후연구소·탄소시장감시는 “삼성전자는 반도체 제조과정에서 나오는 가스를 처리하는 시설과 탄소 포집 등 신기술에 투자할 예정이라고 했지만, 적용 범위와 예상 배출 감축량에 대한 세부 정보가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해 발표한 ‘신환경경영전략’을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기타 간접 배출인 범위3에 대해서도 중장기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공급망, 자원순환, 물류 등에서 감축 과제를 발굴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8개 기업은 ‘보통’ 수준으로 평가받았다. 세계 최대 해운사인 덴마크 머스크만 유일하게 ‘합리적’ 수준으로 평가받았다. 나머지 15개 기업은 ‘낮음’ 또는 ‘매우 낮음’에 그쳤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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