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살리는 작은 실천 모여…‘큰 숲’ 이루다
플라스틱 재활용 등으로
온실가스 최대 50.04t 절감
축구장 5개 넓이 솔숲 효과
이유나씨(22)는 지난 7일 서울 지하철 1호선 청량리역에서 6호선 망원역까지 한 시간쯤 지하철을 탔다. 서울 마포구 제로웨이스트숍 알맹상점을 가기 위해서였다. 이씨는 알맹상점에서 챙겨온 용기에 샴푸를 담았다.
같은 날 차주현씨(34)도 알맹상점을 찾았다. 차씨는 일회용품을 많이 쓰니, 뭐라도 (환경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기 위해 상점을 찾는다고 했다. 박지현씨(23)는 병뚜껑까지 따로 모아 알맹상점으로 왔다.
제로웨이스트숍을 이용하는 시민들은 ‘제가끔 서 있는 나무’였다. 그리고 이 나무들이 모이고 모여 마침내 숲이 되었다. 제로웨이스트숍에서는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포장재가 없는 제품을 ‘리필’하는 것이 원칙이다.
13일 전국 제로웨이스트숍 연합모임 ‘도모도모’가 지난해 전국 제로웨이스트숍 43곳의 ‘리필’ 판매, ‘재활용품 수거’ 실적을 집계한 자료를 보면, 이 활동만으로도 축구장 5개가 넘는 넓이의 소나무 숲을 조성한 효과가 나타났다.
‘도모도모’는 지난해 각 매장에서 세제, 화장품, 먹거리 등을 ‘리필(용기 재사용)’하면서 줄인 쓰레기양을 온실가스 감축량으로 환산했다. 제로웨이스트숍 43곳에서 리필 판매로 플라스틱병 23만3605개(100㎖ 기준)가 줄었다.
100㎖ 용기의 무게가 18g이고, 페트병 1㎏당 생산부터 폐기까지 방출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6.865㎏CO2eq(탄소환산킬로그램)이라는 연구를 근거로 계산하면, 줄어든 온실가스는 총 28.8tCO2eq(탄소환산톤)이었다.
주로 ‘페트병 뚜껑’이 대상인 ‘자원 순환 품목 수거’로는 총 17.7t의 ‘소각될’ 쓰레기가 줄었다. 도시 고형 폐기물 1t을 소각할 때 0.7~1.2t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는 것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이로 인해 줄어드는 온실가스는 12.39~21.24t 정도다.
제로웨이스트숍 43곳에서 리필, 자원 순환을 통해 줄인 온실가스의 양은 총 41.2~50.04t이었다.
2019년 국립산림과학원의 ‘주요 산림수종 표준 탄소흡수량’을 기준으로 하면 30년생 소나무 숲은 1㏊당 매년 11t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제로웨이스트숍을 이용한 시민들이 함께 줄인 온실가스 양이 ‘축구장’(0.71㏊) 규모 숲 5.25~6.40개를 조성한 효과가 있었던 것이다.
제로웨이스트숍 한 곳에서 1년 동안 줄인 쓰레기양은 평균 10ℓ짜리 212봉지, 줄인 온실가스는 약 1.1t이었다. 제로웨이스트숍이 생활용품 판매점인 다이소처럼 전국에 1400여개가 생긴다면 현재 수준의 리필 판매, 자원 순환 활동만으로도 연간 약 1540t의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축구장 크기 숲 196개와 맞먹는 효과다.
지난 7일 알맹상점을 찾았던 시민들에게 이런 계산 결과를 알려주니 ‘뿌듯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차주현씨는 “정확한 수치를 들으니 숲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는 사실이 체감된다”고 말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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