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재판부 “시세차익 추구 관점서 실패했어도, 주가조작은 유죄”

이혜리 기자 2023. 2. 13.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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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2012년 3년 걸쳐 시세조종 행위…권오수에 징역형
“대표이사가 ‘주포’ 물색해 조직적 거래…죄책 가볍지 않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심리한 1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주가에는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며 이 사건을 “실패한 주가조작”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도 위법한 시세조종이 있었다며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실패했어도 주가조작이라는 것이다.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조병구)의 도이치모터스 사건 1심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는 이 사건에 대해 “약 3년에 이르는 장기간에 걸친 시장조작으로 시세차익을 추구하는 시세조종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며 “시세차익 추구의 관점에서 보면 주포나 수급 세력들에게는 실패한 시세조종 행위”라고 평가했다.

재판부가 이같이 판단한 것은 시세조종이 일어난 2009년 12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에 다양한 호재와 악재가 발생해 권 전 회장 등의 시세조종만이 주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특정할 수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3단계’ 범행(2011년 4월19일 이후)부터는 거래량이 급감하고 한두 차례 반등한 것 외에는 지속적으로 주가가 하락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권 전 회장 등이 시세조종으로 107억1674만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자본시장법은 법 위반 행위로 얻은 이익이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형을 가중하도록 규정하는데, 권 전 회장 등이 이를 피한 것이다.

대통령실은 지난 10일 1심 선고 직후 재판부의 ‘실패한 주가조작’ 판단을 들어 “대통령 배우자(김건희 여사)가 전주로서 주가조작에 관여했다는 더불어민주당의 주장은 깨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범죄가 성립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재판부는 “상장회사의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인 권 전 회장이 자신의 경영상 필요에 의해 주가관리를 할 주포를 물색하고, 주포인 김모씨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 이모씨가 조직적으로 계좌를 동원해 2년 넘는 기간에 걸쳐 시세조종을 실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체 범행 기간 통정·가장 매매가 101건, 현실거래에 의한 시세조종 주문이 3083건에 이르고 범행 수법과 범행 기간에 비추어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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