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수상자’ 파묵 “국민이 그렇게 화난걸 본적 없다” 튀르키예 정부 비판

최훈진 기자 2023. 2. 13. 21:2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나는 우리 국민이 그렇게 화가 난 걸 본 적이 없습니다." 2006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튀르키예 소설가 오르한 파묵(71)이 6일 지진이 발생한 후 처참한 현지 상황을 전하며 정부의 부실한 대응을 비판했다.

파묵은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무너진 콘크리트에 깔린 소녀. 무얼 해야할 지 모르는 남자'라는 제목의 글에서 "(재난이 발생한 지) 이틀 뒤에서야 구호 활동이 시작됐지만 이재민에게는 너무 미미하고 때늦었다"고 꼬집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튀르키예 소설가 오르한 파묵. 민음사 제공
“나는 우리 국민이 그렇게 화가 난 걸 본 적이 없습니다.”

2006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튀르키예 소설가 오르한 파묵(71)이 6일 지진이 발생한 후 처참한 현지 상황을 전하며 정부의 부실한 대응을 비판했다.

파묵은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무너진 콘크리트에 깔린 소녀. 무얼 해야할 지 모르는 남자’라는 제목의 글에서 “(재난이 발생한 지) 이틀 뒤에서야 구호 활동이 시작됐지만 이재민에게는 너무 미미하고 때늦었다”고 꼬집었다.

파묵은 “구호물자를 실은 트럭이 피해 지역에서 수백 마일 떨어진 도로에 몇 시간째 멈춰 있다”며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 시민들은 공무 차량이나 경찰, 공무원이 가는 길을 막고 항의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람들은 공포에 익숙해지기 시작했지만 분노와 절망감은 가시지 않았다”며 정부의 늑장 구조를 비판했다.

그는 “도로가 폐쇄되고 정전에다 통신망이 망가지면서 휴대전화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작은 지방 도시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조차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집과 가족, 사랑하는 이를 잃은 사람들과 강진 여파로 발생한 화재에 대해 어떤 조치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진이 연이어 발생하며 벌어진 상황을 “종말론적 광격”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사람들은 도움을 요청하고 음식을 찾으러 거리를 헤맸고, 폐허가 된 16층 건물의 잔해를 맨손으로 파헤쳤다”고 전했다. 이어 “많은 사람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사진들은 놀랍고 충격적인 재앙의 규모와 참혹하게 버려졌다는 절망감을 전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SNS에 올라온 피해 상황에 대해 “사람들이 ‘정부와 구조대는 어디에 있나?’라고 외치는 것 같다”고 했다.

글의 제목은 SNS에 올라온 영상의 한 장면을 담은 것이다. 영상에서 소녀는 콘크리트 건물 더미에 깔린 채 소리치며 “동생도 여기 있다”며 도움을 요청한다. 영상을 찍은 남성이 “반드시 구해주러 오겠다”며 가려고 하자 소녀는 “가지 마세요”라고 애원한다. 파묵은 이 소녀가 구출되는 영상을 기다렸지만 끝내 올라오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1999년 1만 7000여명의 사망자를 낸 튀르키예 마르마라 지진을 떠올렸다. 그는 “당시의 좌절과 슬픔이 오랜 시간 남았다. 이제 그런 잔상은 새롭고도 익숙한 참상에 밀려나고 있다. 무력감이 엄습한다”고 탄식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