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계좌, 1·2차 작전 모두에 활용”

김희진 기자 2023. 2. 13.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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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치’ 판결문 37차례 실명 명시
1·2차 연속 위탁, 모녀 계좌 유일
법원 “시효 남은 2차 조작에 쓰여”
공모 여부 등 규명 요구 힘 받아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의 1심 판결문에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실명이 37차례 적시된 것으로 드러났다. 법원은 공소시효가 남은 2차 주가조작 시기에도 김 여사의 계좌가 시세조종에 쓰였다고 판단했다. 판결문에는 윤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씨의 실명도 같은 취지로 적시됐다. 김 여사 모녀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규명하라는 요구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13일 공개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1심 판결문을 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재판장 조병구)는 “(주가조작) 1단계에 이어 2단계에서도 연속적으로 위탁된 계좌는 최은순, 김건희 명의 계좌 정도”라고 밝혔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은 2010년 10월 주가조작을 주도한 ‘선수’가 바뀐 것을 기준으로 1차 작전 시기와 2차 작전 시기로 나뉘는데, 주가조작에 돈을 댄 이른바 ‘전주’ 중 두 사람의 계좌만 1·2차 작전 시기 시세조종에 모두 쓰였다는 것이다.

판결문에는 또 공소시효가 남아 있는 2차 작전 시기(2010년 10월21일 이후) 시세조종 행위에 김 여사 계좌가 다수 쓰였다고 적혀 있다. 재판부는 “(김 여사 계좌는) 권 전 회장 등 피고인들이 의사에 따라 시세조종에 이용한 계좌로 인정된다”고 했다. 김 여사 계좌가 이용된 거래 중 다수는 통정·가장매매로 분류됐다.

재판부는 김 여사가 총 6개의 계좌로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보유했고, 이들 계좌에서 2012년쯤까지 도이치모터스 주식 매매가 이뤄졌다고 봤다. 구체적으로 보면 권 전 회장과 공범들의 시세조종에 쓰인 김 여사 계좌는 1차 작전 시기에 1개, 2차 작전 시기에 최소 3개라고 판단했다. 이는 ‘김 여사가 1차 작전 세력인 선수 이씨에게 계좌를 맡겼으나 2010년 5월 이후 관계를 끊었다’는 윤 대통령의 지난 대선 때 해명과 배치된다.

위법한 시세조종으로 유죄가 인정된 범행에 계좌가 쓰였다고 해서 바로 김 여사의 공모 관계까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주가조작 사건에서 ‘전주’가 처벌을 받으려면 작전 세력과 공모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판결문에는 김 여사 모녀가 오래전부터 권 전 회장과 친분을 유지해 온 정황이 다수 나온다.

김 여사 모녀의 계좌만 1·2차 주가조작에 모두 쓰인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이들의 주가조작 관여 여부를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 여사가 단순 ‘전주’인지, ‘핵심 공범’으로 가담했는지 사실관계를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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