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김성태, 이재명 방북 위해 300만달러 밀반출…경기도 관계자와 사전 상의”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이 경기지사이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방북 비용 300만달러를 대납하기에 앞서 복수의 ‘경기도 관계자’들과 상의했다고 검찰이 김 전 회장의 공소장에 적시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대납 등에 사용한 비자금 규모를 578억원으로 추산했지만 구체적인 용처는 공소장에 적지 못했다.
법무부가 13일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수원지검 형사6부(김영남 부장검사)의 공소장에는 김 전 회장이 북한에 돈을 송금한 구체적인 경위가 담겼다. 김 전 회장은 북한에 800만달러(98억원)가량을 밀반출한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와 회삿돈 횡령 혐의 등을 받는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경기도의 북측 스마트팜 사업 비용 500만달러를 대납하고, 이 대표의 방북 비용 300만달러를 대납하는 등 총 800만달러를 북측에 밀반출했다고 공소장에 적었다.
공소장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2019년 7월경 필리핀에서 열린 국제대회에서 북한 관계자들과 만나 남북경제협력 사업에 대해 논의하던 중 ‘이재명 지사 방북 성사’에 대한 얘기를 처음 접했다. 당시 북측 인사가 김 전 회장에게 ‘경기도가 이전부터 계속해서 이재명 지사의 방북을 요청하고 있는데 이를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미화 300만달러 정도의 비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후 김 회장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비롯한 ‘경기도 관계자’들과 이 지사 방북 비용 300만달러를 대신 지급하는 방안을 상의한 후 실행에 옮겼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검찰은 공소장에 이 대표를 김 전 회장의 공범으로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김 전 회장이 이 대표와의 교감 하에 북한에 돈을 전달했다고 보고 이 대표에 대한 제3자 뇌물죄 적용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은 경기도의 북측 스마트팜 사업 비용 500만달러를 대납한 혐의도 받는데, 검찰은 이 전 부지사가 김 전 회장에게 대납을 먼저 요청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검찰은 “UN 및 미국의 대북제재로 북한에 스마트팜 지원금을 지급할 수 없는 등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되자, 2018년 10월 이화영 당시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대북 브로커 역할을 하던 안부수 아태평화협의회장을 김 전 회장에게 소개했다”며 “(이 전 부지사가)경기도를 대신해 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을 기회로 삼아 대북 사업을 진행하라”는 취지의 권유를 했다고 적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북측 인사를 만나고 온 뒤 이 전 부지사가 또다시 “‘북한에 스마트팜 비용을 지급하지 않으면 경기도 대북사업이 어려워진다. 쌍방울이 경기도를 대신해 스마트팜 비용을 북한에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했다. 이에 따라 김 전 회장이 2019년 1월 200만 달러, 4월 300만 달러를 임직원들이 몰래 숨겨가거나 이른바 ‘환치기’하는 방식으로 북한에 전달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대납 자금이 쌍방울 그룹과 김 전 회장이 설립한 페이퍼컴퍼니에서 나온 것으로 본다.
검찰이 공소장에서 밝힌 김 전 회장의 비자금 규모는 약 578억원이다. 다만 공소장에 구체적인 용처는 기재되지 않았다. 검찰은 횡령액 중 대북송금 자금과 김 전 회장이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자금을 제외한 200억~300억원의 사용처를 추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화영 전 부지사와 이재명 대표는 대북송금 연루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강연주 기자 pla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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