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GOP 괴롭힘 피해 이병 극단적 선택…가해자가 ‘사고사’로 위장 시도”

전지현 기자 2023. 2. 13.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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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권센터·유가족 “고발”
가해 하사, 총기 오발로 보고
부대 민간 구급인력 통제도

강원도 인제 GOP(일반전초)에서 지난해 11월 발생한 ‘김모 이병 총기 사망 사고’ 당일 부대 내에서 사건의 실체를 조작하려는 시도가 있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육군 제12사단에서 업무 미숙을 이유로 선임들의 폭언·괴롭힘에 시달리던 김 이병은 지난해 11월28일 소초 근무 중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런데 괴롭힘 가해자 중 한 명이 총기 오발 사고로 김 이병이 숨진 것처럼 꾸미려 했다는 것이다.

군인권센터는 13일 서울 마포구 교육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 이병 사건과 관련해 부대 내에서 ‘사고사’로 위장하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사건 발생 직후 가해자 중 한 명인 A하사가 총기 오발 사고로 허위 보고한 점, 부대가 민간 구급인력의 진입을 통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센터에 따르면 함께 근무하던 B일병이 총기 발사를 목격하고 A하사에게 상황을 보고했다. 하지만 A하사는 사건 직후 대대 화상보고(VTC)와 육군전술지휘정보체계(ATCIS)에 “김 이병이 라이트를 건네받고 방탄조끼에 넣을 때 판초 우의가 총기에 걸려 1발이 격발됐다”는 취지로 보고했다. 오발 사고로 기재된 초동 보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ATCIS상에서 정정됐다.

군인권센터는 A하사가 군사경찰에 “두려운 마음에 허위보고를 했다”고 진술했다고 주장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총기 사망 사건을 총기 오발 사고로 둔갑시키려 시도한 것은 중대한 위법행위인데도 군은 A하사를 입건조차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A하사는 5명의 선임과 함께 협박죄·모욕죄로만 입건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시 군의 통제로 소방과 경찰의 현장 도착이 지연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군의관이 응급조치를 하는 동안 부중대장의 신고로 출동한 구급차와 순찰차는 통일관 앞에서 지체했다. 양구경찰서의 정보공개 청구 답변서에는 ‘군 안내 차량이 특정 장소에 늦게 도착해 현장 도착 시간이 지연됐다’고 적혀 있다. 센터는 구급차와 순찰차가 부대 앞에서 13분간 서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군인권센터와 유가족 측은 진상규명과 더불어 심리부검을 통해 가해자들의 괴롭힘과 김 이병의 사망 간 인과관계를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가족은 A하사를 허위보고죄로 고발할 방침이다.

김 이병의 부친 김기철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허위보고 때문에 몇달 동안 아이가 왜 죽었는지 제대로 모른 채 혼란 속에서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육군은 이날 입장문에서 A하사의 허위보고 의혹에 대해 “우의가 총기에 걸려 격발됐다는 내용이 언급된 바 있지만, 해당 하사가 사고 현장을 보고 임의로 추정해 상황보고한 것”이라며 “상황을 재확인해 23분 만에 상급 부대로 ‘원인 미상 총상’으로 정정 보고했다”고 해명했다. 민간 구급인력의 부대 진입을 통제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누가 마음대로 앰뷸런스를 불렀냐는) 논쟁도, 119구급차를 의도적으로 막은 사실도 없다”고 했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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