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있는 것은 기도 뿐'… 튀르키예 강진으로 잠 못드는 유학생 탈하
가족과 연락 후 안심하면서도 이웃 아픔에 뜬눈으로 밤새워
‘3만3천167명.’
사상 최악의 튀르키예·시리아 강진으로 현재까지 집계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수다. 지난 6일 오전 튀르키예 가지안테프 북서쪽 133㎞에서 강도 7.5의 지진이 발생했고 13일까지 튀르키예에서만 2만9천605명이 세상을 떠났다.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가운데 튀르키예·시리아 지역민들은 언제 또다시 덮칠지 모르는 지진으로 불안에 떨고 있다. 경기도내에서도 지진의 피해를 직접 겪지 않았지만 가족과 친구들의 걱정으로 잠 못드는 밤을 보내고 있는 이들이 있다.
지난해 8월 한국으로 온 유학생 탈하 취제이르 뷔크루(Talha Üzeyr Bükrü·23)씨도 이 중 한 명이다. 탈하씨는 국제 무역 강국인 한국에서 무역경영학을 공부해 한국에서 일을 하고 싶다는 부푼 꿈을 안고 한국으로 들어왔다.
그러던 중 지난 7일 그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튀르키예 가지안테프 북서쪽 133㎞에서 강도 7.5의 지진이 발생했다는 것. 뉴스로 지진 소식을 접한 탈하씨는 곧장 튀르키예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전화와 문자를 보내기 시작했다. 이들이 지진 피해 지역에 살고 있지 않지만 ‘혹시나’하는 마음에서였다. 다행히 가족과 친구들이 지내는 곳까지 지진 피해가 있지 않았지만 매일 사망자가 늘어나는 기사를 접하며 하루 하루 늘어나는 걱정과 불안으로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있다.
특히 탈하씨는 한국에 오기 전 지진이 발생한 곳을 여행해 충격이 더 컸다. 그는 “튀르키예가 지진이 많은 나라이긴 하지만 이번 사태처럼 큰 지진을 본 적이 없었다”라며 “한국에 오기 전 역사가 깊은 가지안테프를 둘러 보고 싶어 지난해 7월 여행하게 됐다. 이곳은 많은 역사가 있는 곳인데 지진으로 가지안테프와 많은 도시가 파괴돼 너무 충격적이었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지진 소식을 접한 후 탈하씨가 할 수 있는 것은 기도 뿐이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서 ‘오늘은 더 많은 사람이 구조되고 더 이상 사망자가 나오지 않게 해주세요’라고 간절하게 빈다. 그는 “뉴스를 접할 때마다 목숨을 잃은 사람이 늘어나 뉴스를 보는 것조차 힘들다”면서도 “내가 지금 한국에서 할 수 있는 것은 튀르키예 사람들을 위한 기도 밖에 없어 더욱 마음이 아프다”고 토로했다.
탈하씨는 한국 긴급구호대의 손길이 고마울 따름이라고 전했다. 지난 9일 구조활동을 시작한 구호대는 이날까지 총 10명의 생존자를 구조했다. 특히 탈하씨의 할아버지가 6·25 전쟁에 참전해 더욱 한국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그는 “형제의 나라 한국이 우리 튀르키예에서 구조 활동을 하고 있고 물품과 후원금 등 한국의 많은 이들이 지진 피해 복구에 힘쓰고 있다”며 “이들의 손길 하나 하나가 튀르키예의 큰 힘이 되고 있다. 앞으로도 더욱 많은 관심을 바라며 더 이상의 사망자가 나오질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는 소망을 내비쳤다.
김은진 기자 kimej@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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