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눈으로만 점검하다 고장…광주시 관리 부실로 수돗물 유출
사용 연한 18년이나 초과
광주시에서 발생한 대량의 수돗물 유출 사태는 시의 안일한 행정에서 비롯된 것으로 나타났다. 상수도사업본부는 고장 난 장치를 30년 동안 육안으로만 점검한 것으로 파악됐다. 최악의 가뭄 상황에서 관리 부실로 5만7000t의 물이 버려졌다.
광주시는 13일 “덕남정수장 유출밸브 고장은 시설 노후화로 인한 기계적 결함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유출밸브가 열려야 주암댐에서 공급받은 수돗물을 5곳의 배수지로 보낼 수 있다.
지난 30년 동안 열려 있었던 유출밸브는 지난 12일 오전 6시쯤 베어링과 축이 휘면서 잠김 현상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배수지로 공급돼야 할 상수도 관이 막히면서 남구·광산구 지역 2만8000여가구가 단수 피해를 입었다.
광주시상수도사업본부는 사고 발생 12시간여 만인 오후 6시20분쯤 닫힌 유출밸브를 강제로 열었다. 유출밸브가 닫히면서 배수지로 흘러가야 할 물 3만7000t이 정수장으로 넘쳐흘렀다. 이물질 제거작업으로 또다시 2만t의 수돗물을 흘려보내는 등 총 5만7000t의 물이 버려졌다.
유출밸브는 1994년 설치됐지만 제대로 된 점검 한 번 없었다. 5년마다 육안으로만 점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다 지난해 11월19일 용역을 통해 이뤄진 정밀안전점검에서 밸브 부식을 처음으로 확인했다.
밸브의 사용 기간도 원래 11년이지만 상수도사업본부는 이를 바꾸지 않은 채 여지껏 사용해왔다. 사용기한을 18년이나 초과한 것이다. 이에 대해 상수도사업본부 측은 “해당 밸브는 사용 기간이 경과하더라도 지장이 없으면 계속 사용할 수 있다는 조달청의 규정에 따라 교체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꼼꼼한 점검이 이뤄졌더라면 단수 사태를 사전에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광주시수도사업본부는 단수와 흐린 물 발생 가구에 대한 피해 보상을 접수할 예정이다. 또 수돗물 피해 보상심의회를 통해 보상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더 철저하게 가뭄 대책을 세우고 상하수도를 정비하는 데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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