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권력자’ 조합장 선거에 ‘검은돈’ 판친다

강현석·강정의·김현수 기자 2023. 2. 13.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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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8일 전국 1346곳서 동시…선물 등 위법행위 99건 적발
연봉 1억에 경영·인사권 등 막강…선관위 “집중 단속할 것”

경북 의성군 한 지역농협 조합장에 출마한 입후보 예정자가 지난 12일 낮 12시23분쯤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지역은 선거관리위원회가 조합원들에게 금품이 제공된 정황을 파악하고 자수를 권유하는 현수막을 내거는 등 최근 들어 혼탁 선거가 벌어지고 있었다.

오는 3월8일 실시되는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앞두고 전국에서 적발된 각종 위법 행위가 100건에 육박하고 있다. 선거를 위탁·관리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돈 선거’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고 보고 단속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13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8일 기준 전국에서 적발된 조합장 선거 관련 위법행위는 99건에 이른다. 선관위는 이 중 33건을 고발했고 3건은 수사 의뢰했다. 선관위에 적발된 위법행위의 절반(47건)은 금품을 제공한 기부행위 등 이른바 ‘돈 선거’다.

이번 선거에서는 1346개 지역농협 조합의 조합장을 선출한다. 농협이 1114개로 가장 많고 산림조합 142개, 수협 90개다. 조합장 선거는 농어촌 지역에서 주민들과 밀접해 지방선거나 국회의원 선거와 맞먹는 중요한 이벤트다. 반면 유권자가 ‘조합원’으로 한정돼 있어 불법 선거운동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조합장 선거의 유권자는 260여만명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선거전도 복마전 양상을 띠곤 한다.

전남에서는 조합장 입후보 예정자 2명이 지역 언론사에 돈을 주고 자신에게 우호적인 기사를 실었다가 적발됐다. 이들은 각각 300만원과 500만원을 주고 자신들을 표지모델로 한 인터뷰 기사가 실리도록 했다. 또 다른 지역의 조합장 입후보 예정자 B씨는 지역 축제에 200만원을 후원했다. 후원을 받은 축제추진위원장은 조합 이사로 재직 중인 B씨의 후원 내역을 대형 전광판에 띄웠다.

충남에서는 현직 조합장이 조합원들에게 과일 선물세트 등을 제공했다가 적발됐다. 조합장 입후보 예정자인 C씨는 지난해 조합 경비로 조합원 221명에게 718만원 상당의 과일 선물세트를 돌렸다. 조합원 10명에게는 91만원 상당의 조화도 보냈다. 조합장은 재임 중 기부행위를 할 수 없다.

농어촌 지역에서 조합장은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어 경쟁이 치열하다. 농협 조합장의 경우 평균 연봉이 1억원에 이르고 조합 경영권과 직원 인사권 등을 쥐고 있다. ‘공공기관장’ 대접도 받는다.

지역의 한 농협 조합원은 “농협에서 조합장이 왕처럼 군림하며 여직원들에게 술을 따르게 하는 등의 문제가 비일비재하다”면서 “당선된 뒤 안정된 일자리인 농협 직원으로 친·인척을 채용하는 사례도 있다. 권한이 많으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앙선관위는 “조합장 선거는 공직선거와 달리 후보자와 조합원 간 친분에서 나타나는 은밀성 등으로 돈 선거 발생 가능성이 크다”면서 “전체적인 위법행위는 감소했지만 ‘돈 선거’는 줄지 않고 있다. 관행적인 돈 선거를 뿌리 뽑는 데 단속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강현석·강정의·김현수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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