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대적 M&A는 하이브 아닌 카카오”…SM 사내변호사, 직원에 폭로 이메일

박세연 스타투데이 기자(psyon@mk.co.kr) 2023. 2. 13.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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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M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내분이 점입가경이다. 이성수, 탁영준 공동대표가 ‘SM 3.0’ 비전 발표를 하며 SM 설립자인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이하 전 총괄)를 내부 지배구조에서 사실상 배제하고 카카오와 손을 잡은 뒤, 하이브의 이수만 전 총괄 지분 인수를 적대적 M&A 시도로 규정한 가운데 조병규 SM 사내 변호사가 이들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이메일을 SM 전 직원에게 보내 파장이 일고 있다.

조 변호사는 13일 전 직원에 보낸 이메일에서 “지금 적대적 M&A를 시도하는 쪽은 카카오인 것이지 하이브가 아니”라는 입장을 내놨다. 조 부사장은 “현재의 상황과 같이 대주주(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와 대표이사가 뜻을 달리하는 경우엔 그 인수합병이 적대적이냐 우호적이냐는 대주주를 기준으로 가릴 수밖에 없다. 이사회를 구성하는 권한은 주주로 구성된 주주총회에 있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조 변호사는 “오히려 하이브는 우호적 M&A를 진행하는 것”이라며 “대주주의 뜻에 반하여 지분을 늘리고자 하는 쪽은 카카오, 그리고 카카오와 손을 잡은 현 경영진과 얼라인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 변호사는 현 경영진이 카카오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형태로 약 1119억원 상당의 신주와 1052억원 상당의 전환사채를 발행하기로 결의한 데 대한 입장도 내놨다. 조 변호사는 “현 대표이사와 이사회 멤버의 지분은 0.3%라고 한다. 그리고 얼라인의 지분은 1% 남짓이다. 그러면 1월 20일자로 합의를 했던 얼라인과 현 경영진의 지분은 다 모아 봐야 2% 안팎일 것”이라며 “현 경영진은 자신들을 지지해 줄 큰 지분을 가진 주주가 필요했을 거다. 이것이 카카오에 대한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발행의 실체”라고 주장했다.

조 변호사는 또 “작년 주총 직후, 이성수 대표는 선생님(이수만) 지분을 처분하는 데 반대하고, 특히 카카오가 선생님 지분을 인수하는 것은 더더욱 반대한다고 제게 분명히 말했다. 그런데 올해 1월에는 선생님과 다른 길을 가겠다고 선언한 뒤 SM의 발전을 위해서라면서 카카오에게 신주와 전환사채를 발행하겠다는 이사회 결의를 했다”면서 이성수 대표의 달라진 행보를 비판했다.

조 변호사는 “대체 이성수 대표는 작년과 올해 왜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입장이 달라졌을까. 작년에는 반대했던 인수의향자를 올해에는 가장 유력한 인수후보자로 올려놓는 거래를 왜 했을까”라며 “올해 3월 27일에 만료되는 자신의 연임 문제, 자신이 얻을 경제적, 사회적 이득에 대한 계산이 달라졌기 때문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조 변호사의 비판은 계속됐다. 그는 “법원의 일관된 입장, 즉 판례는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제3자에게 신주를 배정하는 요건과 절차를 엄격하게 본다, 인위적인 지분변동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즉 주주들끼리 싸울 때 회사는 중립을 지키고 끼어들지 말라는 것”이라고 적었다. 이어 “대주주가 얼라인 및 현 경영진과 회사의 차기 이사회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를 놓고 대립하고 있는데, 회사가 덜컥 얼라인과 현 경영진의 편을 들고 있는, 또 어쩌면 이미 같은 편에 섰을지도 모르는 카카오에게 신주발행/전환사채발행의 방식으로 지분을 늘려준다는 것은 정부가 선거에 개입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총괄의 개인 프로듀싱 법인인 라이크기획 건을 두고 내내 이 전 총괄과 날을 세웠던 얼라인에 대한 입장도 내놨다. 조 변호사는 “얼라인은 자신들의 이익실현을 최대화하기 위해서는 현 경영진이 유임되고, 카카오가 대주주로 들어오는 것이 주가 상승 요인이 된다고 보았을 것”이라면서 “심지어 얼라인 대표인 이창환씨가 자기 자신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셀프 지명해 ‘경영권(이사선임권 또는 이사회 구성권한)’을 가지려고 한 것은, 그것을 내세워 얼라인이 가진 SM의 주식을 비싸게 파는 데 도움이 된다고 기대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폭로했다.

또 카카오에 대해서는 “카카오가 얼라인 및 현 경영진 편에 선 이유 역시 돈 때문”이라면서 “신주발행/전환사채발행이라는 방법을 쓰면 작년에 선생님 지분 거래 때 논의되던 돈보다 훨씬 더 적은 2000억원 안팎의 돈으로, 1주당 불과 9만원 정도의 가격으로 9%의 주주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일단 주당 가격을 싸게 해서 9%까지 사 놓고, 이사회에 참여한 뒤 차츰차츰 지분을 늘리겠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얼라인, SM의 현 경영진과 손을 잡으면, 주식을 일단 싸게 살 수 있고, 힘을 합해 이사회를 장악할 수 있고, 그러고 난 후에 대주주로 올라간다는 전략”이라며 “창업자이고 대주주인 사람의 주식을 이런 식의 야합을 통해 희석시키고, 그렇게 하여 제1대 주주를 변경하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그래서 M&A업계에서는 이것을 전대미문의 적대적 M&A라고까지 말하는 것”이라고 SM 인수전에 뛰어든 카카오의 속내를 의심했다.

하이브에 자신의 지분을 내놓은 이 전 총괄의 결정을 두둔하기도 했다. 조 변호사는 “이번에 선생님이 하이브와 한 계약을 보면, 선생님의 주식가격과 공개매수 주식 가격을 같은 값으로 정하셨다. 이것도 한국 M&A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며 “대주주로서 하이브로부터 받을 수 있는 프리미엄을 하나도 받지 않고, 주주들에게 그 혜택이 가도록 하신 것이자 개인이 볼 수 있는 이득 수천억을 포기하여 주주들이 받을 기회를 만들어 주신 것이다. 카카오가 9만원으로 ‘후려친 가격’을 선생님은 12만원에 모든 주주들이 매도할 수 있게 해 주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하이브의 공시 내용에 있듯이 선생님은 계약기간 종료 후 로열티를 포기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밝혔다. 하이브가 먼저 요구한 것도 아니다. 이것은 선생님의 오래된 생각이었다”고도 했다.

조 변호사는 특히 “얼라인의 발언들은 참 이상하다. 주주의 이익을 대변한다던 얼라인은 하이브의 12만원이 저가라서 반대한다면, 주당 9만원인 카카오의 인수에 대해서는 더 반대해야 옳은 것 아니냐. 더욱이 작년 3월에는 카카오에 대한 유상증자는 반대한다더니, 올해 카카오에 대한 유상증자와 전환사채발행은 찬성한다고 한다”며 “지금 얼라인의 모습은 행동주의 펀드의 행동이 아닌 경영권 펀드의 모습이다. 경영권을 취득하고 행사해서 자신의 가치를 올려 다시 파는 그런 펀드인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내부인의 눈으로 본 이성수, 탁영준 대표에 대해서는 부정 일색이었다. 조 변호사는 “선생님이 공동대표에게 ‘둘 다 내 옆에, 내 편에서 든든하게 있어 달라’며 ‘너희들이 내 편에 서서 원팀으로 움직여야 밖에서 우릴 공격하는 집단들을 막을 수 있다. 너희들이 내 옆에 당당하게 서 있지 않으면, 우리는 외부의 공격에 허물어질 수밖에 없다’고 하셨다”며 “그런데 공동 대표들은 전화기 끄고 출근도 안 하다가 1월 20일 금요일에 얼라인과 SM 합의를 발표해 버렸다”고 했다.

그는 “얼라인 제안을 전면수용한다면서 얼라인 이창환 대표를 등기이사인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한 게 회사의 장래를 위한 결단이냐”면서 “최악은 2월 3일 이성수 대표와 탁영준 대표가 화면을 쳐다보면서 선생님께 작별을 고했다는 점이다. 임직원들에게는 이 모든 일이 선생님을 위한 일이라고 설명하면서도, 정작 선생님 본인에게는 한 마디 의논, 한 통의 전화, 한 통의 편지도 없었다고 한다”고 폭로했다.

조 변호사는 “여태까지 잘잘못을 논하고, 누구의 책임이 큰가를 따지고, 각각의 장래를 걱정하는 목소리를 많이 전달받았다. 그간의 사정을 소상히 밝히는 것이 이런 논란을 부추기는 일이 될 수 있음을 잘 알고, 그런 걱정을 많이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를 또 상세히 임직원들과 공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안정과 단합을 호소하는 것 역시 공허함을 잘 알기에 이렇게 긴 글을 드리게 된 것”이라고 이메일을 보낸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SM에서 SM을 지키고 전통과 유산을 계승하면서 앞으로 발전을 이룰 분들은 임직원 여러분이다. 다시 용기와 희망을 가지시길 바라고, 헛된 루머에 현혹되지 마시기를 당부 드린다”고 직원들을 격려했다.

조 변호사는 글 말미 “HR 지원실로부터 3월 1일 이후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아무런 이유가 기재되지 않은 문자와 이메일 통보를 이미 받았고, 자택에서 대기하라는 업무명령 역시 문자와 이메일로 받았지만, 남은 계약기간 동안 놀고 먹어도 된다는 뜻으로 이해하지는 않았다”면서 “남은 계약기간 동안 필요한 소임을 다 하도록 하겠다. 항시 연락하시면 성실히 상담해 드리고, 최선을 다해서 조언 드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SM 경영진은 지난 7일 긴급 이사회를 열어 카카오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형태로 약 1천119억원 상당의 신주와 1천52억원 상당의 전환사채를 발행하기로 결의했다.

이에 따르면 카카오는 123만주 규모의 신주를 인수하고, 전환사채 인수를 통해 114만주(보통주 전환 기준)를 확보하게 된다. 총 취득 금액은 2171억5천200만원으로, 카카오는 SM 지분의 약 9.05%를 확보해 2대 주주로 올라서게 됐다.

하지만 이수만 전 총괄은 카카오가 제삼자 방식의 신주 발행과 전환사채 발행을 통해 SM 지분 9.05%를 확보하는 것을 막아달라는 취지의 가처분 신청을 냈다. SM 현 경영진이 카카오를 2대 주주로 내세우며 이수만 전 총괄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하는 모양새가 되며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조용히 SM과 ‘물밑’ 공감대를 형성해 왔던 하이브는 지분 인수설을 공시한 지 단 하루만에 인수 사실을 공표하며 SM 1대 주주로 올라섰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지난 10일 SM 인수를 공식화하며 “하이브의 내재 역량을 투입해 글로벌 시장에서 K팝의 위상을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며 “SM과 하이브는 K팝의 세계화라는 대업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각자 축적한 역량을 종합해 레이블과 플랫폼을 필두로 한 다양한 사업 영역에서 강력한 전략적 시너지를 창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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