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종시의 ‘시내버스 전면 무료화’ 실험 주목한다
세종시가 전국 광역단체 최초로 시내버스 요금 전면 무료화를 추진 중이다. 이달 말 나오는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올 6월까지 기본계획을 세운 뒤 2025년 1월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서울 등 여러 지자체들이 대중교통 요금을 인상하는 것과 반대다.
세종시는 이 같은 실험이 대중교통 이용을 늘리기 위한 포석이라고 설명한다. 인구가 39만명인 세종시는 친환경 녹색도시를 표방하고 있지만 대중교통 인프라가 취약해 수송 분담률이 주요 지자체 가운데 최하위권이다. 또 승용차 이용자가 많아 교통이 상습적으로 정체한다. 세종시는 1500원(현금기준)인 버스요금을 무료로 하면 연간 200억원의 부담이 추가될 것으로 추산한다. 하지만 비용보다 편익이 더 커서 인구 유입 효과도 거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세종시의 이런 실험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세계 주요도시의 정책과 궤를 같이한다. 미국의 워싱턴은 이르면 오는 7월부터 전 주민에게 시내버스를 무료화하고, 2024년부터는 시외 대중교통에 대해 1인당 월 100달러 보조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독일은 지난해 에너지 가격 폭등 때 한시 운영했던 월 9유로(약 1만2200원) 대중교통 정액권이 큰 호응을 얻자 올해엔 월 49유로짜리 정기권을 상시 도입했다. 오스트리아의 ‘기후티켓’은 일일 3유로면 오스트리아 전역의 모든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다. 서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대중교통 비용을 정부가 분담해 코로나19 이후 심화된 양극화를 완화하자는 것이다. 여기에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배출을 줄여 환경을 개선하는 효과도 노리고 있다. 시민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대중교통이 소득재분배와 기후변화 대응의 효과적 방편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대중교통 요금 정책을 둘러싸고 여러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 경제논리에만 치중하고 있다. 대중교통을 활성화함으로써 탄소를 저감한다는 등의 발상은 보이지 않는다. 서민들의 교통비 부담을 덜어줄 대책도 없다. 당장 전면 무료화가 불가능하다면 독일처럼 월 정액권을 도입하는 문제라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도전에는 새로운 발상으로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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