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천아용인’
정당은 기본적으로 정치적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의 결사체이지만 항상 일사불란하지는 않다. 쇄신을 명분으로 당의 주류 질서에 맞서는 내부 움직임은 이어져왔다. 현대정치사에서 당 개혁 논쟁이 가장 활발했던 시기로는 16대 국회가 꼽힌다. ‘DJ(김대중) 키드’로 영입된 ‘천·신·정’(천정배·신기남·정동영)은 김대중 정부 시절 ‘동교동 가신’이 좌지우지하는 새천년민주당 운영에 반기를 들었고, 노무현 집권 이후엔 당 개혁을 주창하는 아이콘으로 불렸다. 한나라당에는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이 있었다. 이들은 국회 입성 후 미래를 위한 청년연대(미래연대)를 만들어 당에 새바람을 불어넣었다. 40대·초선이 주축인 천신정과 남원정은 한동안 개혁파의 대명사로 여겨졌다. 20대 국회에는 더불어민주당에 ‘조·금·박·해’(조응천·금태섭·박용진·김해영)가 있었다. 당시 민주당 당권파는 친문재인계였는데 이들 초선 4인방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 조국 사태 대응 등을 두고 당 주류의 입장과 다른 쓴소리를 했다.
‘초·재선=소장 개혁파’ 등식은 21대 국회에선 성립하지 않는다. 대다수 초·재선들은 당에 쓴소리를 하기는커녕 주류 기득권을 옹위하는 첨병이 됐다. 민주당에서 이재명 대표 체제에 비판적이거나 당론에 이견 있는 인사들은 ‘수박’(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이라고 인신공격을 당했다. 국민의힘 초선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뜻을 거스르는 인사들을 공격했다.
13일 본경선에 들어간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판에 새 4인방이 등장했다. 친이준석계인 천하람 당대표 후보, 허은아·김용태 최고위원 후보, 이기인 청년최고위원 후보 등 4명은 각자 이름에서 한 글자를 따 ‘천·아·용·인’이라는 팀명을 만들었다. 정치적 노선이 같다고 해도 전당대회에서 후보들이 대놓고 팀을 짜서 선거를 치르는 것은 이례적이다. 개혁 후보를 자처하는 이들은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퇴진’을 전면에 내세웠다. “변화의 바람을 이끌겠다”며 합동 응원 영상을 만들고, 간담회도 같이한다. 윤심 개입으로 진흙탕 싸움이 된 전당대회판에 이들이 메기 역할을 하며 쇄신과 비전 경쟁의 무대를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안홍욱 논설위원 a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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