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무대연출, 더 화려한 출연진에 ‘눈호강’
김유정·정문성·이상이·정소민 등
낯익은 배우들 찰떡같은 호흡 자랑
시시각각 변하는 무대위 춤과 음악
뮤지컬 못지않게 흥겨운 볼거리 선사
로맨스·코미디·비극 적절하게 조화
10만원 넘는 티켓값 아깝지 않아
시인이자 배우이기도 했던 위대한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도 이야기 소재가 바닥나거나 영감이 떠오르지 않으면 무척 괴로웠을 것이다. 촉망받는 작가의 신작에 대한 대중의 기대가 날로 높아지고, 원고 마감 날짜는 코앞인데 도통 맘에 드는 글이 써지지 않아 머리를 쥐어뜯는 셰익스피어. 그러다 우연히 만난 부잣집 딸 비올라와 운명적인 사랑에 빠졌다가 가슴 아프게 이별한 경험을 토대로 걸작 ‘로미오와 줄리엣’을 완성한다.
막이 열리면 1593년 런던의 풍경이 펼쳐진다. 대중의 기대와 압박 속에 좀처럼 글을 쓰지 못해 괴로워하던 셰익스피어와 여자는 연극 무대에 설 수 없는 시대였음에도 남장을 해서라도 연극 배우가 되고 싶었던 비올라가 연회에서 운명처럼 만난다. 둘은 곧 사랑에 빠지지만, 비올라는 아버지와 여왕의 명에 따라 귀족 웨섹스 경과 정략결혼을 해야 하는 처지라 맺어지지 못한다. 결국 셰익스피어는 자신을 로미오로, 비올라를 줄리엣으로 빗댄 아름답고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를 써내려간다. 원작과 마찬가지로 연극은 로맨스·코미디·비극 요소를 두루 갖춘 촘촘한 스토리 덕에 관객 몰입도가 높다. 극중극인 ‘로미오와 줄리엣’을 무대에 올리는 과정을 비롯해 주·조연 배우 22명은 무대 위에서 매끄러운 연기력과 찰떡 호흡을 자랑한다. 셰익스피어가 남긴 주옥 같은 글들을 곱씹으며, 셰익스피어의 다른 작품 흔적들을 맛보는 재미도 크다. 셰익스피어가 한눈에 반한 비올라에게 “나 그대를 여름날에 비교할까요? 그대는 (여름보다) 더 사랑스럽고 따스합니다”라고 찬사를 보낸 구절은 ‘소네트 18번’에서 따왔다. 고리대금업자 페니맨이 극장주 헨슬로에게 돈을 갚지 않으면 코를 베겠다고 위협하는 장면은 ‘베니스의 상인’, 웨섹스 경이 비올라 아버지와 결혼을 흥정하며 지참금을 요구하는 장면은 ‘말괄량이 길들이기’에도 나온다. 남장을 한 채 연극 오디션을 보는 등 비올라의 당찬 모습은 ‘십이야’의 주인공 비올라를 연상시킨다. 고증을 거친 화려한 의상과 극 흐름에 맞춰 시시각각 변하는 거대한 무대 장치, 감칠맛 나는 음악과 춤은 웬만한 뮤지컬 못지않은 볼거리도 선사한다.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출연진까지 감안하면 제작비가 상당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티켓 값(5만5000∼11만원)이 국내 연극으론 처음 10만원을 넘긴 것을 두고도 말이 많았다.
송 프로듀서는 “무대가 공연 내내 한 번의 암전도 없이 쉬지 않고 전환되는 등 여러 무대 장치가 사용되고 22명 배우가 출연하는 대규모 연극”이라며 “일반 뮤지컬과 다름없는 제작비가 들어 불가피하게 티켓 가격이 높아졌다. 작품이 기대에 못 미쳤다면 공연 후에도 가격 논란이 있었겠지만 ‘돈이 아깝지 않다’는 후기가 많다”고 설명했다. 다음달 26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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