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고용하라”며 몇천만 원 갈취
[KBS 부산][앵커]
'장애인 노동자의 권리와 인권을 대변하겠다'며 장애인 노동조합 지역 지부를 만든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부 조합원 가운데 실제 장애인은 없었는데요,
그러면서도 공사 현장을 찾아다니며 장애인을 고용하라고 시위를 벌이고 돈까지 뜯어냈는데 결국, 이 노조 간부들, 경찰에 구속됐습니다.
장성길 기자입니다.
[리포트]
공사가 한창인 경남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
출입구를 가로막은 채 집회가 이어지고 언성도 높아집니다.
["길 막지 마요."]
장애인 고용 등을 촉구하며 한 장애인 노동조합이 벌인 시윕니다.
20여 일에 걸친 이 시위는 노조가 건설업체로부터 천여만 원을 받고서야 끝났습니다.
외국인 노동자를 불법으로 고용한 사실도 확인해서 신고하겠다며 협박해, 장애인 고용에 따른 임금 등의 명목으로 갈취한 겁니다.
[피해 건설업체 직원/음성변조 : "(신고하면) 고용노동부에서 와서 저희 쪽에 외국인 근로자 실태 조사해서 벌금이 나올 것이고, 벌금이 나오면 검찰에 고소되거든요."]
지난해 6월, 한 장애인노조 부산·울산·경남 지부를 설립한 뒤 건설 현장을 돌며 3천4백만 원을 갈취한 노조 간부들이 경찰에 적발됐습니다.
조사 결과, 장애인 노조를 표명했지만 지부에 소속된 조합원 중 장애인은 한 명도 없었고, 공사 현장에 장애인을 취업시킨 적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또 갈취한 돈은 개인 계좌로 받아 지부 간부들끼리 나눠 쓴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국중용/부산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 1계장 : "건설 현장에서 아무래도 공사 기간이 길어지는 것을 두려워하다 보니까 그 부분을 약점으로 잡고 노렸던 것으로 판단됩니다."]
피해가 확인된 건설 업체만 6곳, 노조의 보복이 두려워 진술을 거부한 업체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공갈과 업무방해 혐의로 노조 지부장과 사무국장 등 2명을 구속하고, 간부 노조원 3명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KBS 뉴스 장성길입니다.
장성길 기자 (skja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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