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없는 회사’ 빈번한 내부싸움에 메스… 관치 논란은 커질 듯 [금융권 지배구조 개선 본격화]

이도형 2023. 2. 13.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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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은행은 공공재” 강조… 대책 지시
일부 금융지주 회장들 연임 논란 속
‘이익창출보다 권력다툼 몰두’ 비판
금융당국, 그동안 내부통제도 어려워
금융위, 고위경영진·임원 책임 강화
지배구조법 개정 1분기내 입법예고
은행권, 대통령·당국 압박에 ‘냉가슴’
“주주 있는 회사… 사회악 비쳐” 불만
윤석열 대통령의 연이은 ‘은행은 공공재’ 발언을 놓고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금융당국은 금융권 이익창출이 예대마진(대출금리와 예금금리 차이) 확대 등 상황에 기댄 측면이 많고 경영진 성과와는 큰 관련이 없다는 인식을 보인다. 이는 ‘주인 없는 회사’인 금융권의 경영진이 회사의 이익창출 실적을 자신의 공으로 포장해 자리 지키기에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으로 이어지고, 결국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논리로 연결된다. 하지만 다수 금융기업이 사기업이라는 점에서 이런 비판은 ‘관치’ 논란 확산이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3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금융당국 지배구조 선진화 강공 드라이브
윤 대통령의 ‘공공재’ 발언은 지난달 30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 때 나왔지만, 그 전부터 금융당국 내에서 금융권 지배구조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내는 발언은 꾸준히 있었다. 시발탄은 지난해 말부터 벌어진 신한, 우리 등 일부 금융지주 회장들의 연임 논란이었다. 금융당국 수장들의 입에서는 ‘주인 없는 회사’인 금융지주 내에서 내부통제가 어려워지고 있고 이는 결국 지배구조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금융지주 회장이 입맛에 맞는 이사진을 꾸리고, 그 이사진이 회장의 연임을 결정하기 때문에 주주가 배제돼 있다는 것이다. 이를 주주가 이사진을 견제하고, 이사진이 회장을 견제하는 구조로 바꾼다는 게 지배구조 개선의 큰 그림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18일 “내부통제 실패 원인으로 거론되는 ‘거버넌스’ 문제에 대해 금융당국이 수개월째 검토하고 있다”며 지배구조 개선을 예고한 바 있다.
당국이 지배구조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지금까지 금융지주 내에서 이익창출을 위한 노력보다는 자리다툼을 통한 내부싸움이 더 빈번하게 벌어졌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당국 내에서는 이번 금융지주 회장 선출 과정에서 후보들이 서로의 비전을 보여주기보다는 상대방을 흠집 내는 ‘네거티브성’ 비판에만 몰두했다는 기류가 있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안 좋은 조직일수록 내부의 문제를 밖으로 끄집어내서 공론화하는 경향이 있는데 금융권이 그런 모습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상호 비판만 오가니 정치권과 같은 외부에 유착하는 모습이 보이고, 결국 채용비리와 같은 부작용도 나온다는 것이다. 금융지주 이익창출은 예대마진 등을 통해 쉽게 달성할 수 있는데 이를 마치 경영진 공으로 돌리려 한다는 비판도 있다. 이 원장은 지난 6일 기자간담회에서 “은행의 경우에는 과점적 형태로 영업이익이 발생하는 ‘특권적 지위’가 부여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월1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시중은행장 간담회에서 은행장들과 기념촬영을 마친 후 자리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금융권 ‘가슴앓이’ 속 물밑 ‘관치’ 비판

윤 대통령 발언 이후 금융당국은 지배구조 선진화 추진 작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금융지주를 포함한 소유분산 기업 지배구조 논의를 위한 태스크포스(TF) 구성을 검토하고 있고 일부 실무진은 해외 금융사 지배구조 등을 살펴볼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해외 글로벌 금융사들의 회장 선임 절차 등 지배구조 체계를 들여다보고, 국내 제도 개선안에 반영할 부분이 있는지 검토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1분기 이내에 고위경영진과 임원 내부통제 관련 최종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의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할 예정이다. 개정안은 대표이사에게 금융사고 방지를 위해 적정한 조처를 할 의무를 부과할 예정이다. 이사회와 관련해서도 경영진의 내부통제 관리 업무를 감독하도록 감시·감독 의무를 명확화하는 내용이 담긴다.

연달아 벌어지는 대통령실과 당국의 압박에 금융권은 겉으로는 반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속내는 다른 듯하다. 물밑에서는 결국 ‘관치’라는 비판도 심심찮게 들린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는 공무원도 아니고 주주 구성도 돼 있는 회사”라며 “통화정책 등으로 인해 파급력을 가지는 다리 역할을 하는 것은 맞지만 마치 ‘사회악’인 양 비치는 것 자체는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금융업계 내에서는 “이렇게 압박을 가하다가 나중에 이자율이 하락해 은행 부실이 커지면 그때는 은행 탓을 할 것 아니냐”는 불만도 나온다.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 현관 모습. 뉴스1
◆금감원, 펀드심사 속도 올리기로

한편 금감원은 이날 금융투자상 출시 수요에 적시 대응하기 위해 펀드심사신속실을 신설하고 담당 인력을 늘린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지난해 공모펀드 신규등록 건수가 1111건, 사모펀드는 2148건 이뤄지는 등 심사 수요가 늘어나고 있음에도 신속한 심사가 진행되지 않아 개선 필요성이 지속해서 제기돼 왔다고 설명했다. 특히 외국펀드의 경우는 심사 담당자가 사모펀드 심사와 병행함에 따라 신속하게 등록 심사가 진행되지 못해 적기 상품 출시가 어렵고 기관투자자 투자의사 결정 시 불확실성이 발생하는 문제점이 있었다고 했다. 6개월 동안 펀드 심사가 이뤄졌던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도형·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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