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핸들링과 허들링

경기일보 2023. 2. 13.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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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보웅 수원특례시 화서1동장‧행정학박사

마음도 몸도 움츠러들었다. 코로나 그림자는 3년 넘게 버티고, 전문가들은 경제 불확실성의 커짐에 우려의 목소리를 높인다. 올 겨울은 날씨마저 맹추위람. 곳곳 도처가 얼어붙었다. 방한복에 털모자, 손난로까지 갖춰도 추위를 막기에는 역부족. 요즘, 우리 사회는 어디를 봐도 밝지 않음이 현실이다.

개인이나 조직, 사회가 힘들 때 우리는 히어로를 떠올린다. 히어로가 곤란에 처한 상황을 해결해 주길 바람에서다. 예컨대 탈취된 핵미사일을 되찾거나, 암살자 처단과 브레이크 고장 열차를 정지시킨다. 히어로들은 잘못된 상황을 올바르게 돌려놓는 뛰어난 슈퍼 핸들러(Handler)들이다.

하지만 현실은 영화가 아니다. 히어로는 없다. 현실에선 핸들링(Handling)을 누가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마치 승용차나 열차 혹은 비행기의 운전대를 누구에게 맡겨야 하는가의 선택이다. 운전에서 방향전환과 코너링, 브레이킹 같은 핸들링은 운전자와 탑승자의 안전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핸들링하면 흔히 축구의 반칙을 떠올린다. 축구에서 골키퍼 외 선수의 손에 공이 맞으면 핸들링이 되고, 상대팀에게 자유킥 기회를 준다. 핸들링(Handling)은 사전적으로 ‘다루기’, ‘처리하기’, ‘조작하기’ 등으로 정의한다. 일반적으로는 어떤 업무나 상황을 주관해서 처리하는(핸들링) 관리과정이라 할 수 있다. 특정 상황이나 업무를 처리하는데 부여된 직위나 직책이 더 가까울 수 있겠다.

따라서 누가 핸들링을 하는가에 따라 업무성과가 차이가 난다. 자료 요구나 지시, 현장이나 상황 파악, 관련 부서 담당자와의 소통에 따라 달성도가 달라진다. 예술, 운동, 과학은 물론 사업 등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은 핸들링이 뛰어났다. 지금같이 혼란한 시기일수록 핸들링의 중요성이 더욱 요구된다.

한편, 어벤져스처럼 집단 히어로를 가끔 현실에서 목도하기도 한다. 요컨대 차량에 깔린 아이를 여러 사람이 힘을 모아 차량을 들어 올려 구하는 것이다. 여럿이 힘을 모아 위기를 극복하는 예는 동물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바로 남극의 황제펭귄이 주인공이다.

남극의 겨울은 영하 70도까지 떨어지고, 최대 풍속은 시속 300km를 넘는다. 어떤 생명체도 남극의 냉한 지옥 겨울나기는 쉽지 않다. 황제펭귄은 이런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허들링(hudding)’이라는 생존법을 터득했다. 영어에서 ‘허들링(hudding)’은 ‘옹기종기 모여 섬’, ‘옹송그리며 모임’의 뜻이다.

허들링이란, 알을 품은 황제펭귄들이 한곳에 모여 서로의 체온으로 혹한의 겨울 추위를 견디는 방법이다. 무리 전체가 돌면서 바깥쪽과 안쪽에 있는 펭귄들이 계속해서 서로의 위치를 바꾸는 것이다. 바깥쪽에 있는 펭귄들의 체온이 떨어질 때 자리를 교체하며 남극의 겨울 추위를 극복한다. 다 함께.

만약 황제펭귄이 혼자였어도 혹독한 추위를 버텨냈을까? 결과는 부정적일 것이다. “함께”라서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함께하는 구성원 모두가 어려움을 회피하지 않았기에 얻은 선물이다. 나 혼자 살겠다는 마음을 비우고 모두를 위한 희생을 기꺼이 감수해낸 보답이다. 허들링에는 역경 극복을 위한 고통 나눔의 배려가 묻어난다. 여기에 나보다 모두를 위한다는 용기는 덤이다.

3년째 이어지는 코로나와 한파는 사람들의 어깨를 짓누르며 고통의 시간을 연장시키고 있다. 누구에게나 삶의 과정에서 세상의 온기를 빼앗아가는 추위가 종종 찾아온다. 힘든 시기가 길어지며 버티지 못해 문 닫는 상점들이 늘고, 점포 유리창엔 ‘임대’, ‘매매’ 전단지가 덕지덕지 붙었다. 생업을 접은 이들에게 힘내라는 말조차 건네기가 조심스럽다.

누군가 힘들어 기대올 때 체온을 나눌 마음은 갖췄는가?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일수록 우선, 스스로의 핸들링에 더욱 힘써야 한다. 그리고 타인을 위해 마음의 허들링으로 바람막이를 만들어 이를 극복해야 한다. 황제펭귄처럼.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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