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최고위원 후보 태영호, 제주서 “4·3사건, 김일성 지시로 촉발” 발언 논란

4·3 사건 관련 단체들 “왜곡·망언… 사과하고 후보직 사퇴하라”

국민의힘 최고위원 후보인 태영호 의원이 12일 제주 4.3 평화공원을 찾아 무릎 꿇고 참배하고 있다. 태영호 의원 페이스북 캡처

국민의힘 새 지도부를 뽑는 3·8 전당대회가 초반부터 도를 넘어선 난타전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가운데, 이번에는 최고위원 후보로 나선 태영호 의원이 제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제주 4·3 사건에 대해 "명백히 북한 김일성의 지시에 의해 촉발됐다"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

태 의원은 13일 첫 합동연설회 참석을 위해 전날 제주를 방문, 제주 4·3 사건 희생자 추모 공간인 ‘제주 4·3 평화공원’을 찾아 이같이 말했다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밝혔다.

주영국 북한대사관 공사로 근무하다 망명한 태 의원은 "4·3 사건은 명백히 김씨 일가에 의해 자행된 만행"이라며 "김씨 정권에 몸담다 귀순한 사람으로서 무한한 책임을 느끼며 희생자들에게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한다"고 했다.

태 의원은 "다시금 분단의 아픔을 느끼게 됐다"며 "이 같은 비극이 없도록 자유 통일대한민국을 이루기 위해 목숨을 걸겠다"고 했다.

태 의원은 희생자 추모비에 향을 올리고, 무릎을 꿇은 채 참배하는 사진을 글과 함께 게시했다.

국민의힘 최고위원 후보인 태영호 의원이 12일 제주 4.3 평화공원을 찾아 무릎 꿇고 참배하고 있다. 태영호 의원 페이스북 캡처

태 의원은 13일 제주에서 진행된 합동연설회에서도 "지난 시기 4·3사건의 장본인인 김일성 정권에 한때 몸 담군(몸 담은) 사람으로서 유가족분들과 희생자분들에 대해서 진심으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빈다"고 밝혔다.

‘4·3 사건이 북한 김일성에 의해 촉발됐다’는 태 의원의 주장이 전해지자 제주4·3희생자유족회와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제주4·3평화재단 등 관련 단체들은 성명을 내고 "왜곡" "망언"이라며 태 의원의 사과와 최고위원 후보직 사퇴를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태 의원은 제주 4·3 사건은 명백히 김일성의 지시에 의해 촉발된 것이라는 등 역사적 사실과 전혀 다른 내용을 유포시키는 등 경거망동을 일삼았다"면서 "4·3을 폭동으로 폄훼해 온 극우의 논리와 전혀 다를 바가 없다"고 비판했다.

제주를 지역구로 둔 송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성명을 통해 "국민의힘은 또다시 색깔론으로 국민을 갈라치고 제주도민의 아픈 상처를 들쑤시는 것이냐"며 "태 의원은 즉각 제주 4·3 유족들과 도민께 사죄하고 용서를 구하라"고 촉구했다.

오남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