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찾은 태영호 “4·3사건은 김일성 지시로 촉발” 주장

정대연·문광호 기자 2023. 2. 13.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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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 후보가 13일 제주 제주시 퍼시픽호텔에서 열린 ‘힘내라! 대한민국 - 제3차 전당대회 제주 합동연설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한 태영호 의원이 지난 12일 제주를 찾아 “제주 4·3 사건은 명백히 북한 김일성의 지시에 의해 촉발됐다”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 4·3 사건 관련 단체들은 사실 왜곡이라며 태 의원의 사과와 후보직 사퇴를 촉구했다.

태 의원 측에 따르면 태 의원은 13일 국민의힘 전당대회 제주 합동연설회를 하루 앞두고 제주에 먼저 도착했다. 태 의원은 제주 첫 일정으로 제주호국원을 참배한 뒤 방명록에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희생·헌신하신 순국선열들과 호국영령들에게 숭고한 경의를 드립니다’라고 적었다. 이어 제주 4·3 평화공원을 방문한 태 의원은 위령탑 앞에서 무릎을 꿇고 향을 올리며 “4·3 사건은 명백히 김씨(김일성) 일가에 의해 자행된 만행”이라며 “김씨 정권에 몸담다 귀순한 사람으로서 무한한 책임을 느끼며 희생자들에게 무릎 꿇고 용서를 구한다”고 밝혔다. 태 의원은 “다시금 분단의 아픔을 느끼게 됐다”며 “이 같은 비극이 없도록 자유통일대한민국을 이루기 위해 목숨을 걸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한라에서 백두까지 자유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첫 시발점이 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태 의원은 13일 제주 합동연설회에서도 “4·3 사건의 장본인인 김일성 정권에 한때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유가족분들과 희생자분들을 위해서 진심으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빈다”며 “지난 시기 좌와 우의 이념 대결 때문에 제주도민의 아픔이 이렇게 클진대 2023년 지금 대한민국에서 아직도 종북좌파들이 활개 치고 간첩단들이 계속 적발되고 있다”고 말했다. 태 의원은 “지금 이 나라에 안보 위기가 몰려오고 있음에도 이재명의 (더불어)민주당은 대한민국에서 간첩을 잡는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내년부터 경찰에 넘긴다고 한다”며 “우리가 멈춰세워야 한다. 민주노총이 다시는 광화문에서 한미동맹 파괴,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외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태 의원 발언에 제주 지역사회가 들고 일어났다. 제주 4·3희생자유족회, 제주 4·3기념사업위원회, 제주 4·3평화재단 등은 이날 성명에서 “태 의원은 4·3에 대한 왜곡과 망언으로 유족들과 제주도민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며 “역사적 사실과 전혀 다른 내용을 유포시키는 등 경거망동을 일삼았다”고 비판했다. 이 단체들은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4·3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의 온전한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던 약속과도 정면 배치되는 것”이라며 “여야 합의로 통과된 4·3 특별법 개정 정신과도 한참 거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단체들은 “태 의원의 행태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통해 낡아빠진 색깔론으로 국민들을 현혹하겠다는 것에 불과하다”며 “4·3을 폭동으로 폄훼해온 극우의 논리와 전혀 다를 바가 없다”며 태 의원의 사과와 최고위원 후보 사퇴를 요구했다.

제주가 지역구인 민주당 의원들도 반발했다. 위성곤 의원은 성명에서 “태 의원 발언은 얼핏 과거사를 반성하고 책임을 통감하는 말처럼 들리지만, 4·3의 진실을 왜곡하고 이승만 정권을 계승하는 정부·여당의 책임을 부정하기 위한 말장난에 불과하다”며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되겠다는 국회의원의 역사 인식이 이렇게 몰지각하다니 참으로 개탄스럽다”고 밝혔다. 위 의원은 “윤 대통령은 ‘제주 4·3은 대한민국 건국 시기 전후 공산주의 세력들이 벌인 무장투쟁이자 반란’이라고 폄훼하고 왜곡했던 김광동을 지난해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위원장’에 앉혔다. 국민의힘은 2021년에도 ‘제주 4·3 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 위원으로 ‘4·3 기념관 역사 왜곡 게시물 전시금지 소송’에 참여한 극우 보수 성향 인사를 추천했다”며 “반복되는 정부·여당의 낡은 색깔론 장사에 동의하거나 속을 국민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고 했다. 같은 당 송재호 의원은 “국민의힘은 또 다시 색깔론으로 국민들을 갈라치고 제주도민의 아픈 상처를 들쑤시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4·3 사건 북한 지시설은 일부 극우단체들이 주장해온 내용으로, 이미 학계에서 근거 부족으로 힘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1만4000여명에 달하는 희생자를 만든 책임을 국가 공권력이 아닌 북한에 돌린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제주 4·3 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제정으로 4·3 사건에 대한 사회적 논쟁도 일단락됐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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